6. 타지에서 살아남기

해는 꼭 다시 뜨기 마련이다. / 테킬라 선라이즈

by 에콘

금발에 파란 눈의 P가 오랜만에 바의 문을 열고 웃으며 들어왔다.


폴란드 태생의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로 내게 인사하며 내가 안내한 자리에 앉았다.


-친구... 데려왔어요.


-아 그래요? 잘 됐다!


그녀가 어눌한 한국어로 내게 말했고, 나는 반갑게 웃으며 화답했다.


곧이어 그녀의 친구로 보이는 한국인 여성이 들어왔다.


-직장, 친구? 에요.


P가 열심히 내게 설명했고, 나는 그녀의 친구에게 반갑다고 인사했다.


P와 나 사이에는 내 제안으로 만들어진 작은 규칙이 하나 있다.


나는 그녀에게 영어로 말하되, 그녀는 여기서 한글로 말하기로 한 것이었다.


-You're now speaking fluently, don't you?


-아니에요. 한국어, 어려워요.


그녀와 나 사이에는 이런 식으로 대화가 오가곤 했다.


최근에 P는 허리디스크가 터졌었다. 병원을 가기에는 그녀의 한국어가 많이 부족했고, 겁도 났을 것이다.


무엇보다 고통이 말도 못 할 수준이었다고 했다.


그때, 그녀를 도와준 분이 오늘 같이 온 여성분이었다.


-P가 이곳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고, 저한테 계속 조르더라고요.


동료분은 넉살 좋고 부드럽게 내게 말했다.


-How's your back?


-음... 괜찮아요.


내 질문에 그녀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다가, 설명을 하고 싶었는지 영어로 내게 풀어놓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번에 크게 아프면서 돈도 돈이지만, 너무 외로웠다고 한다.


친구를 만들고는 싶은데, 다들 친절한 것과는 별개로 친해지는 것은 늘 어려웠다고 한다.


옆에서 듣고 있던 동료분도 거들어 말했다.


-사실 직장에서도 다들 P를 엄청 신경 써주거든요. 근데 이게, 그런 친절 함하고는 또 다른 소외감인 거죠.


P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이 나라 저 나라 돌아다니며 직장생활을 해 온 그녀는, 이번에 크게 아픈 동안 많이 외로웠고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칵테일을 하나 추천하기로 했다.


테킬라 선라이즈였다.


칵테일 잔을 준비한다.

테킬라 1.5oz

오렌지 주스 3oz

그레나딘 0.5oz(그레나딘은 무겁기 때문에 제일 늦게 들어가야 한다. 오렌지 주스보다 먼저 넣으면 모양이 흐트러진다)

그리고 위에 오렌지 가니쉬를 올리거나 잔에 꽂아준다.


P에게 잔을 밀어주며 말했다.


-잘하고 있어요. 조금 힘든 중이지만, 잘할 거예요.


일부러 한국어로 말했지만 그녀는 분명 이해한 듯했다.


옆에 동료분도 한 마디 거들었다.


-선라이즈! 해는 또 뜨잖아요?


P는 동료분이 손으로 이리저리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감사합니다.


P는 그 후, 몇 잔을 더 같은 것으로 마시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내 생일에 여기 올 거예요. 친구... 여서... 고마워요.


나는 그녀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인사를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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