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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방아저씨 Apr 12. 2016

그것은 뇌의 거짓말

우리 머릿 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기계가 절대 아니다. 뇌는 단지 감지되는 감각 센서의 정보를 기반으로 최대한 자신의 경험과 믿음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해석을 만들어낼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석된 결과를 우리에게 인식시킨다. 세상을 본다는 것은 결국 우리 뇌의 '착한 거짓말'에 속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내 머릿속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본문 중에서-                                                                 


책 본문 중에서.


책을 보듯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우리는 왜 꿈을 꾸는 걸까? 만약 눈이 하나였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머리가 나쁘면 정말 몸이 고생할까? 왜 우리는 그들을 싫어할까? 흔한 질문이지만 답은 쉽지 않다.


이런 질문은 또 어떤가. 우리는 왜 갈수록 잔인해지는가. 집착은 어디서, 어떻게 오는가. 나는 과연 누구인가. 이런 질문에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도 끊임없이 묻는다.


여기 한 사례를 보자. 한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2,000원짜리 커피를 선보였다. 그런데 이 커피는 종전의 4,000원짜리와 같은 커피. 화학적 성분도 동일하고 당연히 맛도 같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2,000원보다 4,000원 커피가 더 맛있다고 답했다. 심지어 일부 고객은 4,000원 커피는 설탕 없이도 단맛이 난다거나 부드럽고 마시기 편하다는 구체적인 평까지 내놓았다. 거짓말이다. 같은 커피인데도 왜 사람들은 4,000원 커피가 더 맛있다고 느꼈을까?


이런 사례도 있다. 50명씩 A와 B 집단으로 나눠 신입사원 가상 인터뷰 실험을 했다. 신입사원은 같은 사람이었고 질문과 답변도 동일하게 설정했다. 단 우연한 상황을 하나 만들었다. A 집단은 인터뷰 전 자신도 모르게 무거운 짐을 들게 했다. 같은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같은 답변을 했으니 평가 역시 동일하거나 비슷해야 했다. 하지만 B 집단은 긍정적인 평가를 한 반면, 인터뷰 전 무거운 짐을 들었던 A 집단은 신입사원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왜 그랬을까?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한 장면. 우리의 머릿속에 기쁨, 슬픔, 분노 등을 조절하는 감정 컨트럴 본부가 있다.


◇4,000원 커피가 2,000원 커피보다 맛있는 이유


결국, 앞에서 쏟아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과 이런 사례가 보여주는 결론은 같다. 우리의 생각과 판단은 뇌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뇌과학자가 아니더라도 익히 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뇌는 자주 착각을 일으킨다. 더구나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뇌 과학자인 김대식 KAIST 교수는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에서 '뇌는 두개골이라는 어두운 감옥에 갇힌 죄인과 같다'고 말한다. 그의 설명은 이렇다.

 

"뇌는 머리 안에 있다. 다시 말해 뇌는 두개골이라는 어두운 감옥에 갇혀 바깥세상을 직접 볼 수 없는 죄인과 같다. 세상에 대한 모든 정보는 눈, 코, 귀, 혀 같은 감각 센서들을 통해서만 들어올 수 있고, 뇌는 그런 정보들을 기반으로 세상에 대한 답을 찾아내야 한다. 하지만 아무도 정답을 제시해줄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뇌가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믿고, 경험했던 편견뿐일 수도 있다."


이제 왜 같은 커피인데도 2,000원짜리보다 4,000원짜리가 맛있다고 하는지, 똑같은 신입사원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 같은 답변을 들었는데도 무거운 짐을 들었던 사람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는지 그 이유에 대한 실마리가 보인다. 우리가 믿고 있는 진실, 정확한 판단에 근거한 것이라고 믿는 사실조차 사실은 왜곡되고 뒤틀려져 있다. 왜 그런 것이냐고? 우리의 뇌가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외부의 정보와 내부의 믿음이 일치하지 않으면 정보보다는 믿음에 의존하게 된다. <사진=책 본문>


뇌가 세상을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와 내부적으로 저장된 믿음을 적절히 섞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외부의 정보와 내부의 믿음이 일치하지 않으면 정보보다는 믿음에 의존하게 된다. 오래전부터 가진 고정관념을 더 신뢰하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사실의 왜곡이 발생한다. 사람들은 당연히 '비싼 커피가 맛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같은 커피인데도 4,000원짜리가 2,000원짜리보다 더 맛있다고 느끼는 이유다.


같은 답변을 하고도 A 집단에 낮은 평가를 받은 '불쌍한' 신입사원의 사연 역시 마찬가지다. A 집단의 사람들은 무거운 짐을 들었기 때문에 몸 상태가 불편하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그 신입사원이 마음이 들지 않았기 때문에' 낮은 점수를 주는 게 당연하다고 믿는다.


◇나를 통제하는 것은 나의 의지인가, 뇌인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책은 하나의 질문으로 시작한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김대식 교수는 25개의 스토리를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뇌의 세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뇌를 통해서 본 세상의 이야기도 전한다. 결국, 이 책은 저자가 프롤로그를 통해 소개한 것처럼 ‘뇌 과학자가 바라본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다.


책 본문 중에서.


우리는 의지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착각에 불과하다. 철저히 뇌의 통제를 받는다. 그런데 뇌는 때로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고, 착한 거짓말을 일삼으며, 편 가르기를 좋아한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사실이란 것은 없고 해석만 있을 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는 자주 편견에 사로잡히고 편 가르기를 좋아하며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 게 당연하다.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보면 세상의 많은 수수께끼가 풀린다. 무엇이 우리의 행동을 좌우하는지, 심지어 집착은 어디에서 오고 우리는 왜 갈수록 잔인해지는지, 왜 권력은 술과 담배보다 중독성이 높은지.


특히 뇌와 권력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목은 흥미롭다. 우리가 즐기는 것 대부분은 반복할수록 만족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권력은 다르다. 타인의 행동을 나에게 이득이 되도록 제어하는 힘이 권력인데 더 많은 사람을 제어하면 할수록 나에게 돌아오는 이득도 많아진다. 이렇게 타인을 제어하면서 보상과 이득을 얻을 수 있고, 뇌는 '보강학습' 메커니즘을 통해 중독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한 번 무한 권력을 맛보면 더는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권력은 술이나 담배보다 중독성이 강하다.


"뇌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기계가 절대 아니다. 뇌는 단지 감지되는 감각 센서의 정보를 기반으로 최대한 자신의 경험과 믿음을 정당화할 수 있는 해석들을 만들어낼 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석된 결과를 우리에게 인식시킨다. 세상을 본다는 것은 결국 우리 뇌의 '착한 거짓말'에 속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김대식 교수는 책에서 “뇌는 두개골이라는 어두운 감옥에 갇힌 죄인과 같다”고 말한다. <사진=책 본문 중에서>


◇우리 뇌의 착한 거짓말에 속지 말자  


자기 생각과 선택에 유난히 자신감이 강한 사람을 종종 만난다. 이런 사람이 내가 무시할 수 있거나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으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보통 이런 사람들은 나와 끊임없이 피드백을 교환해야 하거나 통제 불가능한 범위에 있는 경우가 많다(보통은 직장 상사일 경우가 많다). 자신의 경험, 기억에 의존하고 있는 것뿐인데도 발생하는 모든 사례에 적용하려고 할 때 문제는 복잡해진다. 적어도 그런 직장 상사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내가 내린 선택이 최선일 수 없다. 그것조차 내 머릿속에 있는 뇌의 착각과 거짓말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게 된다. 어찌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을 내가 읽은 책 한 줄, 경험 한 조각으로 판단할 수 있겠는가. 세상을 본다는 것은 결국 우리 뇌의 착한 거짓말에 속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끝으로 뇌 과학자들이 전하는 '연애의 정석' 하나. 이성에게 사랑을 고백할 때는 롤러코스터에서 하라고 뇌 과학자들은 조언한다. 롤러코스터를 타면 대부분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그 순간 사랑 고백을 받으면 뇌가 자신의 두근거리는 가슴이 상대방 때문이라고 착각할 확률이 높다. 물론 이것 역시 전제가 있다. 어느 정도 호감이 있을 때. 늘 강조하지만, 사랑은 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by 책방아저씨  https://www.facebook.com/booksbooster        


책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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