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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방아저씨 Oct 17. 2017

BIFF에서 만난 다섯 편의 영화

그리고 2017 BIFF의 몇 가지 풍경



꼭 영화는 아니다. 영화만이라면 근처에 있는 영화관을 찾아도 된다. 영화제를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볼거리와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우연히, 혹은 GV나 야외 행사장에서 감독과 배우를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되새길 추억이 있다면, 그것도 영화제를 찾는 유력한 이유다. 


그래도 결국, 영화다. 보고 싶은 영화 목록을 작성하고, 사전에 예매(가 가능하다면)를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쉽지 않다. 게으르므로 영화제를 찾을 때마다 '남는 표'에 주력했다. 그런데 말이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본 영화 중에도 꼭 하나는 걸린다. 체력의 한계상 2박 3일 동안 많아야 다섯 편을 넘기지 못한다. 그중에 한 편은 꼭 있다. 영화제 찾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나만의) 명작을 꼭 한 편은 만난다. 그게 마약처럼 중독성이 강해서 한 번 맛보면 끊기가 쉽지 않다. 


올해는 <오케스트라 클래스>였다. 바이올린 연주하는 모습을 보며,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콧등이 찡해지기는 처음이다. 마지막 10여 분 동안 이어진 오케스트라 연주 장면에서는 숨을 죽였다(그 곡의 제목은 세헤라자데. 김연아 선수가 2009년 세계피겨선수권에서 1위를 차지할 때 썼던 곡이라고). 국내에서도 개봉할지는 미지수다. 개봉하면 꼭 보라고 이미 주변 지인들에게 입소문을 내고 있다.  


지난해 개인적으로 보이콧하고, 2년 만에 찾은 부산국제영화제(BIFF). 일요일 돌아오는 기차에서 문제인 대통령이 영화의 전당을 방문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세 시간 전 폼 잡고, 사진 찍고, 쉬었던 바로 그곳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을 제외하고 만족스러웠다. 이제 영화제를 찾아도 별다른 상념과 잡념이 떠오르지 않는다. 온전히 영화제를 즐기게 된 것이다. 내년에도 또 찾을 생각이다. 

  



◯ 내가 본 다섯 편의 영화(사진과 줄거리는 BIFF 공식 홈페이지를 참고했음)


◇ 오케스트라 클래스=라시드 하미 감독(프랑스)

본 영화 중에 가장 인상 깊은 영화였다. 소외 지역 초등학생들과 클래식 음악의 만남을 담은 음악영화다.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악기인 바이올린과 산만한 말썽꾸러기 초등학생들의 조합은 조금 엉뚱해 보인다. 그러나 감독은 현악기의 선율이 세상의 편견을 초월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음악은 두 장면에서 특히 위력을 발휘한다. 시몽이 처음 아이들 앞에서 시범을 보일 때와 한 학생의 부모 앞에서 연주할 때, 카메라는 인물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심금을 울리는 그 순간 계층, 인종, 나이, 지식 등 모든 경계는 사라진다. 다소 장난스럽게 시작했던 영화는 음악을 통해서 하나 되어가는 아이들과 시몽, 그리고 시몽과 딸의 화해를 보여주며 인간에 대한 희망을 얘기한다. 


◇ 마더=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미국)

많은 해석이 따르고 있지만, 나는 남성과 여성의 본질을 다루고 있는 영화라고 해석했다. 교외의 고풍스러운 저택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중년의 시인과 그의 젊은 아내. 어느 날 이 저택에 낯선 부부가 찾아오고, 시인 부부는 떠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이 낯선 이들과 함께 지내게 된다. 아내는 낯선 이들의 방문이 불편하기만 하고, 마침 낯선 부부의 짐에서 남편의 사진을 발견하는데 오히 려 이들을 환대하는 남편의 모습이 의심스럽기만 하다. <블랙 스완>으로 잘 알려진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이 말하려는 메시지보다 관객의 해석이 더 분분할 것 같다. 온다고 했던 제니퍼 로렌스가 오지 않아 실망했다. 감독만 무대에 올랐다. 


◇ 세르지오 앤 세르게이=에르네스토 다라나스 감독(쿠바)

이렇게 빈곤하고, 이렇게 화려하지 않고, 따뜻한 우주 영화는 처음이다. 구소련 체제가 무너지고 냉전 시대가 종언을 고한 1990년대 초반이 영화의 배경이다. 러시아 우주정거장 미르에 탑승한 세르게이는 고국으로 송환되지 못한 채 하루에 열여섯 바퀴씩 지구를 맴도는 처지에 놓인다. 쿠바 아바나에 사는 마르크스주의 철학 교수로 아마추어 무선교신이 취미인 세르지오에게도 이러한 변화는 불투명한 미래만을 의미할 뿐이다. 어느 날, 두 사람은 우연히 무선을 통해 대화를 시작하고 세르게이는 세르지오에게 지구로 귀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한다.  에르네스토 감독은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영화 <품행>으로 한국 관객과 만났다. 


◇ 아웃레이지 파이널=기타노 다케시 감독(일본)

'폭력의 미학’으로 설명되는 기타노 다케시의 야쿠자 영화. 장르영화가 주는 쾌감을 선사해 관객의 지지를 받았던 <아웃레이지> 시리즈의 완결 편. 전작 <아웃레이지 비욘드>에서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오토모는 제주도에서 신분을 감추고 장 선생 밑에서 일한다. 제주도 술집에서 작은 충돌로 장 선생 일가와 일본 하나비시 조직 사이에 긴장이 고조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일본에 돌아온 오토모의 등장으로 서서히 전쟁의 서막이 오른다. 극단적 폭력을 짧은 호흡과 간결한 동작으로 묘사한다.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기타노 다케시라는 배우인데, 응시만으로 관객의 심장을 서늘하게 만드는 오토모의 존재감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하다. 시리즈 전편을 봤더라면 더 재미있게 봤을 것이다.  


◇ 불멸의 검=미이케 다케시 감독(일본)

고전의 반열에 오른 사무라 히로아키의 무협만화 '무한의 주인'을 실사화한 영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100번째 영화라는 점에서 기대와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주인공 만지는 동생을 살해한 사무라이를 몰살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고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맨다. 그러던 중 우연히 혈선충을 이식받고 불멸의 육체를 얻는다. 50년 후 은둔하고 있는 그에게 부모의 복수를 도와달라며 소녀 린이 찾아온다. 감독은 엽기적이고 자극적인 장면, 화려한 의상과 세련된 프로덕션 디자인 그리고 기상천외한 첨단무기를 등장시키며 자신의 장기를 유감없이 선보인다. 




◯ 내가 본 2017 BIFF의 풍경들


첫날과 둘째날은 맑았고, 마지막날 부산에는 비가 내렸다. 
영화 <마더> 야외상영. 배우 강수연이 대런 감독의 GV를 진행했다. 
영화의 전당. 영화 <마더>의 야외상영을 앞두고. 
키 크게 나와 기분 좋음. 
멀리서 찍어 화질이 흐린데도 잘생긴 넘들은 잘생기게 나온다.  부산을 찾은 <남한산성> 출연자들. 
<남한산성> 출연자들 야외무대 인사. 
TV나 영호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젊고 잘생겨 보였다. 
영화 <오케스트라 클래스> CV.  라시드 하미 감독은 시종 유쾌하고 유머를 잃지 않았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영화감상은 나의 일. 
미리 숙소를 예약한 관계로 전망좋은 곳에 묵었다. 나름 오션 뷰. 
해운대 BIFF 빌리지. 
출발할 때의 대전역. 
부산에서의 마지막 식사. 가성비가 좋았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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