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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방아저씨 Jul 22. 2015

'내 맘대로' 여름휴가 추천도서 5

휴가 때 들고 가면 좋을 다섯 권의 책


벌써 여름휴가철이 다가온 모양이다. 여기저기서 여름휴가 추천도서 목록이 눈에 띈다. 흔들리지 마시라. 이런 추천도서 치고 사실 기억에 남는 책 드물다. 어떤 목록은 약간의 상술도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 요망. 여기서 소개한 추천도서 역시 당연히 무시하셔도 좋다. 


'휴가 때는 놀아야지, 무슨 책을 읽어?’라고 말하는 분도 적지 않을 것 같다. 맞는 말이다. 매우 바람직한 자세다. 해외여행이나 휴가 때 책 바리바리 싸가지만 한 권이나 제대로 읽으면 다행이다. 가방만 괜히 무겁게 들고 왔다고 후회한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가급적 여름휴가 때는 그냥 놀자. 그래도 된다. 


그런데 왜 너까지 나서서 추천도서니 뭐니 건방을 떠냐고? 솔직히 좀 화가 났다. 여기저기서 나온 여름휴가 추천도서 목록을 봤는데 내가 읽어 봤거나 감명 깊게 읽은 책이 거의 없는 거다(더 분발해야겠다고 마음먹긴 했다). ‘하긴 겨울 휴가도 아니고 여름휴가 추천 도서니까’, ‘나는 여름휴가 때 적합한 책을 별로 안 읽었던 모양’이라고 위로를 해도 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서 마음먹었다. 나도 한 번 추천도서 목록 만들어보자고.



뭘 추천해야 하나. 무슨 책이 여름에 좋을까? 어떤 책이 여름휴가 때 읽으면 딱일까? 어렵더라. 이건 필독서 고르는 것과는 다르니까, 이것 저것 고려할 게 많았다. 하여간 그래도 골랐다. 기준은 세 가지다. 다시 말하지만 추천도서는 무시하셔도 좋다. 하지만 여름휴가 때 이런 책이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이 기준은 꼭 마음속 깊이 새겨두시면 고맙겠다. 


1. 무조건 재밌어야 한다. 

책은 재미로 읽는 거다. 공부하려고 읽는다, 마음의 양식을 얻기 위해 읽는다, 말짱 헛소리다. 내 얘기가 아니다. 많은 독서 고수들이 이미 강조했다. 책은 재미로 읽어야 한다고. 책 읽기는 즐거워야 한다고. 그 말에 120% 동의한다. 게다가 여름휴가 아닌가. 단 혼동하진 말자. '재밌는 책=쉬운 책'은 아니라는 사실. 대부분 스티븐 킹을 좋아하지만 스티븐 호킹 책이 더 재밌다는 사람도 있다. 정말 있다. 


2. 뭔가 하나는 건져야 한다. 

‘재미’를 건지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뭔가 하나는 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숲 속에서 캠핑하고 바다로 해수욕하러 가서까지 책을 읽을 이유가 없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여름휴가 때  읽었던 책에서 그 한 줄 너무 좋더라’ 정도면 된다. 몇 해전 실업자 시절 프라하에 간 적이 있다(자랑질 맞다). 그때 읽은 책이 ‘책은 도끼다’였다. 프라하도 좋았지만, 프라하는 무엇보다 ‘책은 도끼다’를 읽었던 도시로 기억한다. 


3. 다른 사람한테 추천하거나 선물할 수 있는 책이면 더 좋다.

책 선물을 좋아한다(당연히 주는 것보다는 받는걸ㅎㅎ). ‘휴일에 뒹굴뒹굴하면서 읽은 책인데 좋더라, 너도 읽어봐’ 할 수도 있지만 이건 폼이 안 난다. 그렇다고 책 한 권 선물하면서 이건 ‘내 인생의 갈림길에 가장 큰 영향을 줬던 책이야’ 따위의 구라를 치기도 조금 멋쩍다. 그런데 '이번 여름휴가 때 읽었는데 정말 좋더라', 혹은 '너도 휴가 때 꼭 읽어보면 좋겠어'라고 얘기하면 꽤 괜찮을 거 같다. 누군가 그런 책을 선물한다면 나는 소중하게 간직할 거 같다(나만 그런가?). 


그럼 이 세 가지 기준에 부합하면서도 여름휴가 때 읽으면 괜찮은(을) 책 다섯 권을 (감히) 소개한다. 




1. 건투를 빈다 /김어준 

말이 필요 없다. 짧은 휴가 기간, 뭔가 인생의 확실한 답을 찾고 싶다면 이 책을 들고 가시라. 알지 않나. 딴지 총수 김어준의 말투(지금 흉내 내고 있다). 그대로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가장 많이 선물한 책이다.  선물 받고 대부분 책꽂이 귀퉁이에 던져놓았겠지만, 선물한 사람의 성의를 봐서 읽은 사람의 반응은 100% 똑같다. “정말 좋았어요. 왜 이제야 이 책을 알게 됐을까요?” 그다음부터 김어준 팬 된 사람도 여럿 봤다.



2.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줄리언 반스

휴가 때 읽기는 다소 무거울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여름휴가 때는 반드시 밝고 가벼운 책만 읽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진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단언컨대 이 책장을 덮는 순간 다시 첫 페이지를 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잠시 식었던 ‘독서 호르몬’이 다시 되살아날 거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사랑과 인생과 운명과 비극이 어떻게 화학적 작용을 일으키는지 아주 강렬하게 보여준다. 책 읽는 재미, 소설 읽는 재미는 이런 거다. 



3. 남은 날은 전부 휴가 / 이사카 고타로

고백 하나 하자. 이 책 아직 안 읽었다. 그런데 왜 추천하냐고? 제목이 저런데 어떻게 안 읽을 수 있겠는가. 직감이라는 게 있다. 이 책 분명히 재미있다는데 주머니에 있는 돈 전부(ㅠ)를 건다. 그리고 이 책 읽든 안 읽든, 만약 당신이 이 책 휴가 때 들고 가면, 분명 SNS에 책 사진 올릴 거라고 장담한다(내가 그럴 거니까). 사실 이건 추천도서라기보다는 내가 여름휴가 때 읽으려고 찍어놓은 책이다. 같이 읽으면 좋지 않을까? 



4. 박쥐 / 요 네스뵈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10권이 전부 출간되면 할 일이 있다. 이 10권을 싸 들고 어디론가 떠나는 거다. 여름이면 좋겠지만 겨울이어도 상관없다(배경이 대부분 추운 북유럽이니까). 거기에서 첫 권부터 정주행 할 생각이다. 하드보일드 누아르는 소설은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가 나오기 전과 나온 뒤로 나뉜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국내에 6권이 출간됐다. 그런데 왜 <박쥐>냐고? 시리즈 중에 가장 얇다.



5. 코스모스 / 칼 세이건

이 대목 읽는 분, 하고 싶은 말과 표정이 그려진다. ‘괜히 폼 잡기는’. 뭐 상관없다. 안 보이니까. 속는 셈 치고 들고 가 보시라. 물론 휴가 때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3분의 1을 넘기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한 이유가 바로 그거다. 휴가에서 돌아와도 계속할 일이 생기지 않나. 읽다가 졸리면 베고 자기에도 딱이다. 평소 엄두도 못 냈던 책, 휴가 때 도전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 이 책을 읽은 후 책꽂이에 애지중지 모셔놨던 고전을 한 권씩 꺼내보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정말이지 너무 아름다운 책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휴가 때 책 안 읽어도 된다. 여기서 추천한 책도 마찬가지다. 휴가는 휴가다. 쉬고 먹고 놀아야 한다. 그러다 지치면 가끔 책도 읽고 싶어 진다. 그럴 때 가방에서 책 한 권이 나오면 그게 그렇게 반갑다. 휴가 때 독서는 딱 그 정도 의미다. 

여름휴가 즐겁게들 보내시라. 


by 책방아저씨 www.facebook.com/booksbo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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