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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방아저씨 Aug 12. 2015

그 시절의 대하소설

이제는 책꽂이 장식품으로 남은 대하소설 7

한때 '책빠'들은 대하소설 몇 권 정도는 읽어야 '책 좀 읽었구나'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런 때가 있었지요. 대하소설은 기본이 10권, 많게는 20권이 넘기도 합니다. 


대하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시대를 읽는다'는 의미였고, 글을 쓴 '작가의 삶'을 읽는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청춘들이 며칠 밤을 새우며 대하소설을 읽던 시대는 이제 지났지요. 짧은 글, 재미있는 글(혹은 감동적인 글)만 살아남는 시대, 대하소설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어 보입니다.


이제는 내 책꽂이의 장식품으로 남은 그 시절의 대하소설 7편을 추려봤습니다. 물론 여기에 없지만 한국문학의 지평을 넓히고 시대를 관통한 대하소설은 더 많습니다.

1. 태백산맥(太白山脈)


명실상부 80년대 분단 문학의 대표작이다. 한때 이 책을 읽으면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80년대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간첩'이란 얘기도 들었다. 특히 지성인을 대표하는 대학생들은 특히 그랬다. 원고지 1만 6500장의 방대한 분량 속에서 60명이 넘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염상진, 염상구, 하대치, 소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지금도 머릿속에 그려진다.  


2. 장길산(張吉山) 


작가 황석영은 백기완, 방동규와 함께 '조선의 3대 구라'로 불린다. 그만큼 입담이 좋다는 얘기다. <장길산>을 보면 왜 그가 당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입담가'인 지를 알 수 있다. 황석영의 입심과 노래 솜씨, 친화력은 가히 '국보급'이다. 심지어 교도소에서 그의 별칭은 소장보다도 높은 '총장'이었다. 재소자들은 물론 교도관들까지 그의 입담에 매료됐다. 개인적으로 대하소설 가운데 유일하게 두 번 이상을 완독한 책이다. 10권짜리로 한 번, 12권짜리로 또 한 번. 기회가 되면 또 읽고 싶은 책이다. 


3. 임꺽정(林巨正)


임꺽정은 홍길동, 장길산과 함께 '3대 도적'으로 불린다. 만약 벽초 홍명희가 월북하지 않았다면 이 책에 대한 평가는 달라졌을 것이며,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1928년부터 1940년까지 조선일보와 조광에 연재됐다. 식민지 시기 대표적인 역사소설로 평가받고 있다. 벽초는 1948년 4월 남북연석회의 참가 차 평양에 갔다가 북에 남았다.  


4. 토지(土地)


1부만 서너 번을 읽었다. 완독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분명 무대가 만주로 옮겨지면서, 등장인물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몰입도가 떨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토지>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몇 차례 시도했지만 지금까지 겨우 한 번, 그것도 겨우 완독 했을 뿐이다. <토지>는 1969년부터 시작해 무려 26년 동안 연재됐다. 원고지 분량만 4만 여장. 한국문학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등장인물만 600여 명에 달한다. 박경리 작가는 2008년 82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5. 혼불


한때 <혼불>의 작가 최명희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만들자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벨문학상에 대한 평가를 차치하더라도 최명희 작가의 <혼불>은 이미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평가다. 장면 장면 세부적 묘사와 표현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사랑하는 님'이 초롱불을 뒤로 하고 산길을 넘어가는 대목이다. 사랑과 이별과 운명에 대한 예감을 이처럼 장엄하면서도 디테일하고, 아름답게 묘사한 글은 이후로도 만나지 못 했다. 


1980년 봄 4월에 첫 문장 “그다지 쾌청한 날씨는 아니었다”로 시작해 마지막 문장 “그 온몸에 눈물이 차 오른다”까지 17년이 걸렸다. 1996년 12월 전 5부 10권으로 대하소설 혼불이 출간되자 단숨에 밀리언 셀러에 올랐다. 전문가 100인이 꼽은 '20세기 말 90년대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6. 아리랑


조정래 작가는 <태백산맥>을 마치고 다시 1년쯤의 취재와 자료 정리 기간을 거쳐 1990년 12월 <아리랑> 집필에 착수한다. 그리고 1995년 7월에 2만 장 분량의 원고를 탈고한다. 그리고 현대사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대하소설 <한강>까지 마침표를 찍었다. 조정래 작가는 스스로 '20년 글 감옥'이라고 표현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3부작은 전 32권으로 원고지만 5만 3000여 장에 달한다. 원고지 높이는 5m50㎝. 그의 책은 1000만 부 가까이 팔렸다. 


7. 녹두장군


왜 이 책을 두 질이나 갖고 있는지 지금도 알 수 없다. 한 질은 샀고, 아마 한 질은 '누군가'로부터 받았던 것 같다. 다른 대하소설에 비하면 인기가 적었다. 책도 절판과 복간을 반복했다. 이 책이 그런 취급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작가 송기숙은 민족의 수난사를 배경으로, 민족주의 리얼리즘 문학의 본령을 지켜온 문인으로 평가받는다. 유신과 광주학살에 맞서 싸우다 두 번의 구속과 해직의 고통을 겪기도 했다.

by 책방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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