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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방아저씨 Jan 01. 2016

읽다 실패한, 올해는 꼭 읽어야 할 책 5

2016년 새해, 나만의 독서 계획을 세웠다 

새해 계획은 세우셨나요? 독서 계획도 세우셨나요? 누가 그러더군요. 거창한 계획 세우지 말라고. 실천에 옮기지 못할 거창한 계획 세우지 말고, 그때그때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것이 최고의 신년 계획이라고. 괜히 스트레스만 받는다네요. 


내로라하는 골초였던 소설가 김훈의 금연기가 생각납니다. 담배 끊기의 괴로움을 토로하자 선사에서 만난 스님이 그랬다지요. "그냥 끊으면 되지!"


무릎을 쳤습니다.  그냥 하면 되는 건데, 그렇게 '그냥' 하지 못해 얼마나 많은 일을 미루고, 놓쳤던가요. 그냥 사랑한다고 말하면 되는 것을, 끝내 그 말을 하지 못하고 후회했던 밤이 또 얼마였던가요. 김훈의 금연기를 보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 너무 거창하게 다짐하고, 계획 세우는 거 그만하자. 그냥 하면 되지(이래 놓고는 담배를 아직 끊지 못하고 있습니다ㅜ).'


즐거운 숙제하기. 읽다 만, 그래서 올해는 읽어야 할 책들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새해가 되었다고 특별한 독서 계획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누구는 1년에 몇 권 읽고 인생이 바뀌었다고, 그 인생 스토리를 책으로 내서 정말 인생이 바뀌기도 했지만(더구나 내가 개인적으로 흠모하던 국내 최고의 당구 스타와 결혼까지),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압니다. 그게 얼마나 허무맹랑하고 의미 없는 짓인지. 


그 사람 말대로라면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갑부들, 혹은 성공한 사람들은 책을 읽어서(그것도 고전을 읽어서) 모두 그렇게 성공했다는 것인데 읽는 내내 쓴웃음만 지었습니다. 책은 성공하자고 읽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인가를 바라고 읽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좋아서 읽습니다. 책을 덮으면, 아무리 감동적인 책이더라도 내용을 서서히 잊게 됩니다. 그래도 또 새로운 책을 사서 읽습니다. 왜냐고요? 그냥 책 읽는 시간이 좋아서 읽는 겁니다. 


저의 새해 독서 계획은 딱 하나입니다. 꼭 읽고 싶었지만, 번번이 실패한 책 완독하기. 올해도 실패할지 모릅니다. 뭐 그러면 또 어떻습니까? 내년에 또 도전하면 되죠. 저는 압니다. 내가 이 책을 다 읽었다고 해서 내 인생이 바뀌지도 않을 것이고, 갑자기 돈이 뚝 떨어지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이 책을 꼭 읽으려고 하는 것은 '그냥' 이 책을 읽고 싶기 때문이랍니다.


<안나 카레니나>만 다 못 읽었다.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한 모양새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불행의 이유가 다르다."


언젠가부터 <안나 카레니나>를 꼭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이 문장 때문입니다. 뭔가 심오한 뜻을 품고 있는 문장도 아닌데 그냥 끌렸습니다. 어떤 작가는 그랬다지요? "우리는 톨스토이의 책 만으로 우리의 서재를 꽉 채울 수 있다." 저의 책장을 살펴봤습니다. 놀랍게도 톨스토이의 책이 2~3권뿐이더군요. 조금 창피했습니다. 솔직히 책꽂이에 톨스토이 책 하나 더 늘어나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계획은 거창했습니다. 여름이면 이상하게 평소에 안 읽히던 고전이 잘 읽혔습니다. 그래서 지난여름 이 책을 '나만의 여름나기 고전 읽기 프로젝트' 세 번째 책으로 정하고 주문을 했었습니다. 8월에 모두 읽을 생각이었는데. 결과는 더 말하지 않아도 알 거예요. 1권 100페이지도 넘기지 못하고 그만 중단하고 말았습니다. 올해는 꼭 완독 하려고요. 그래서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한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이유가 다르다'는 뜻도 재해석해보고 싶습니다. 


상중하 세 권인지 모르고 상하 두 권만 주문한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지난해 말 주문한 책입니다. 그동안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았던 책이니 부담도 덜합니다. 성공 확률을 20%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책을 주문하고 몇 페이지 들춰봤는데 한 페이지에 보통 한 단락, 심지어는 2~3페이지가 한 단락이었습니다. 번역자와 출판사를 속으로 욕했습니다. '읽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이 책을 완독 할 확률이 20%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것은 주문할 때부터 불성실했기 때문입니다. 책이 도착한 날 인스타그램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고전 읽기로 연말연시를 보내겠다는 갸륵한 마음을 먹고, 야심 차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을 주문했는데 상중하 3권인 줄 모르고 상하만 주문. 주문받고 서점도 당황했을 듯. 책이 몇 권인지도 모르면서 이 책을 읽어보겠노라고 도전한 것 자체가 무모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기적 유전자>는 이렇게 사무실에서 일하기 전, 조금씩 읽을 생각이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코스모스> 이후 교양과학 고전 읽기를 나름 실천하고 있습니다. <총, 균, 쇠>와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도 그렇게 읽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기적 유전자>를 <코스모스> 정도의 위대한 책으로 꼽더군요. 확인해 보려고요. 이 책은 다른 책이 그랬듯 매일 조금씩 읽을 생각입니다. 3~4개 정도 되는 서문만 읽는데 이틀이 걸렸습니다. 한 달 정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매일 50페이지 내외만 읽으려고요. 그 이상은 제 머리로 '수용 불가'입니다.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는 2016년에 읽는 첫 책이다.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사실 줄리언 반스의 책을 읽은 것은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가 유일합니다. 지난해 이 책을 읽고 너무 강렬한 인상을 받아 이 작가의 책을 자주 찾아 읽게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더 이상 손이 가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 책을 올해는 꼭 읽어야 할(읽어보고 싶은) 책으로 정했습니다. 지금 읽고 있습니다. 2016년 첫 책인 셈입니다. 줄리언 반스, 일면식도 없지만 영광인 줄 알아야 합니다(ㅎㅎㅎ). 


작년에 이렇게 주문했었는데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와 <파수꾼>만 읽지 못 했다.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책 소개는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작년에 읽다가 말았습니다. 이상하게 몰입하기 어렵더군요. 어릴 때의 성장과정에서 멈췄기 때문이지도 모르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사건이 시작되면 또 다르겠지요. 이 소설로 퓰리처상까지 받은 하퍼 리는 여성 작가입니다. 법학을 전공하고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했다는 그의 경력의 특이합니다. <앵무새 죽이기>를 읽으면 당연히 <파수꾼>도 읽어야겠지요?


이 책들 가운데 과연 몇 권이나 성공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만 읽는 것도 아니고, 또 관심 가는 신간이 나오면 주문하게 될 테니까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완독에 실패하면 뭐 어떻겠습니까. 꼭 해치워야 하는 숙제도 아니고, 다 못했다고 꾸지람할 사람도 없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열심히 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올해 꼭 읽겠다고 마음먹은 책이 있나요? 그런 책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조금은 더 행복한 분이라고 확신합니다.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냐고요? 뭐 어떻습니까. 그냥 아무 책이나 읽어도 되니 더 행복할 수도 있겠네요(^^).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읽고 싶은 책 많이 많이 읽는 한 해 보내세요!


by 책방아저씨 https://facebook.com/booksbo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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