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의 명절 휴가/ 어디든 도피처가 되지 않도록/ 이방인이라면 모두
드디어 올 것 같지 않았던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았다.
어느새 무급인턴으로 일한지도 2달이 다되어간다는 소리. 느낌상 훨씬 더 오래 된 것 같아서 생각이 날 때마다 새삼 "요거 밖에 안됐나?" 싶기도 하다. 어찌보면 나는 항상 바쁘게 사는것에 중독되어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바쁘지 않은 하루는 나에게 불안감을 주곤 해서 어떻게서라도 비어있는 일정을 없애고 무엇인가를 끼워넣고 채워넣기에 바빴던 지난날들이다. 생각해보면 나는 늘상 그래왔다. 고치려고 해도 잘 되지는 않지만. 바쁘게 지내면서 온갖 잡생각을 잊어버리는게 나의 "안전지대"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몇 일전에 예민한 사람은 "안전지대"가 필요하다는 쓰레드의 글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일정부분 그 문장에 공감했다. 나에게 숨 쉴만한 구석은 언제나 안정감을 주곤 했고, 바쁘게 움직이지 않는 하루에서는 그곳에 걸텨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그 때 꺠닫곤 했다, 아 내가 또 끝에 몰렸다는 것을.
요즘에는 이상하게도 내가 무엇때문에 힘이 드는지 조차 희미하다. 지난 과거의 경험을 빌어 현재 상태를 보았을때 나는 현재 사실 그다지 멘탈적으로는 건강하지는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그 증거로는 첫째로 식욕을 조절하기가 어렵다는 것과 잠을 쉽게 못드는 날이 많아졌다는 것, 그리고 내가 여유가 없어 사람과의 대화를 피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세 개가 합해지면, 그러니까 일종의 멘탈 터지기 직전이라는 뜻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 일찍 카페로 출발했다. 여기도 한국만큼 바쁜 도시라 그런지 7시면 문을 여는 카페가 대부분이다 (그치만 한국과 다른점이 오후 5시가 되면 대부분의 카페가 대체적으로 문을 닫는다) 사실 근래에는 돈을 아끼기 위해서 주변 카페 탐방에 좀 소홀했었는데, 오늘은 그동안 가보고 싶었던 카페에 가봤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이 작은 방이 왜이렇게 답답하고 속이 터질 것 같은지. 게다가 영국은 찬물하나 먹기 힘들다, 수돗물 빼고는.
그렇게 밖에 나가서 책도 읽고, 녹화해 두었던 영상들도 좀 편집하다가 느긋하게 집에 왔는데 드디어 나는 플랫메이트와 말할 수 있는 여유라는 것을 갖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우연히 만난 러시아 친구와 가벼운 대화를 즐겁게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
그리고 조금 깨달았다, 어쩌면 나는 그 친구들을 서양인이라는 카테고리안에 모두 묶어버리고는 다들 친하게 지내는 것이 분명하고, 만약 내가 영어를 그들 만큼 못하는 상황이 되면 나를 불편하게 생각할 거라 지례짐작했다는 것을. 그래서 내가 힘든 하루를 보낸 날, 머리가 돌아가지 않고 영어로 말하지 못해 내가 스스로 나약하게 느껴지는 하루에는 그들과 일부로 만나지 않았다는 걸.
사실 외관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어느날은 하나도 낯설지 않고 신선하게 느껴지다가도 어느날은 내가 왜 여기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조차 이해가 안되는, 내가 낯선 환경에서 살고 있다는 그 사실이 소화시키기 벅차다는 생각이 들만큼 힘들게 느껴지고는 했다. 그러나 오늘 러시아 친구를 주방에서 마주친 후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깨달았다. 나처럼 그들 역시도 영국이 모국이 아니라면, 혹은 영국이 모국이더라도 런던에서 혼자 살고 있다면, 우리 모두 사실은 일정 부분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다들 이야기를 하고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는 걸. 크리스마스에 홀로 지낼거라 말하던 그 친구와 나는 서로의 외로움을 공감했기 때문에.
인간은 똑같구나.
이민자의 도시인 런던은 모두가 어쩌면 좀 외롭다. 다른 것은 백만가지여도 외로움은 모두 같다는 것에서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 하루. 맞아, 우린 다 인간이지. 처음으로 그것이 와닿았다. 우린 모두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영국인이 아니라면 우린 모두 아주 완벽한 영어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것 만으로도 우리는 대화할 수 있다. 완벽한 영어는 친구가 되는데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걸 우리는 모두 알지 않는가.
[사진 1]
열심히 마트에서 장보다 발견한 비둘기 친구.
왜 여기에 계세요...?
카트를 끌고 코너링하다가 너무 놀라서 살짝 소리 질렀다. 근데 이제보니까 한국 과자가 꽤 많은 마트였구나. 매운 새우깡과 빼뺴로라니. 다들 클래식한 과자를 선호하나보다.
[사진 2]
인생에서 처음으로 윈터 원더랜드 가봤다.
약간 9X년 생이라면 공감할텐데 CD게임 세대로서 롤러코스타이쿤을 열심히 했던 나는 그 모든 광경들이 꼭 롤로코스터 타이쿤 안에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약간 우리 나라의 놀이공원이랑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는데, 여기는 뭔가 어른들의 놀이공원 갔다고 해야하나.
햄버거는 약간 불량식품 같은 맛이었지만, 츄로스는 너무 맛있었다!
혹시 가보시려고 하는 분은 츄로스 꼭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