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첫걸음을 떼는 용기
푹푹 찌는 여름날이다.
며칠은 너무 덥고, 며칠은 비가 폭풍우처럼 오는 이상한 올해 여름. 나는 지금 퇴사 후 제주도 여행을 거쳐, 집에서 붙박이 인형처럼 집밥 요리들을 섭렵하며 프로젝트 네 개를 만드는 여정 안에 있다.
내가 이번에 다시 한번 유학을 가기로 결정하면서 내 작업의 시간표를 작성할 때 결심한 것이 있는데, 첫 번째는 같은 실수는 (되도록 내가 아는 선에서는) 피해보고자 한 것이고, 두 번째로는 나 자신을 알고 다양한 방법들을 적용해 나가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자 했던 점이다. 왜냐하면 작업도 일도 어쩌면 일종의 관성과 같아서 나에게 맞는 루틴만 정해지면 잘 닦여진 도로처럼 부드럽게 운전을 하며 지나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디자인은, 어쩌면 특히 패션은 너무나 많은 변수들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변칙적인 상황이 없을 거라고는 절대 기대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생각지 못한 일이 안 터질 거라고 믿기보다는, 생각지도 못한 일은 늘 터지니 그 변수도 고려한 스케줄을 만들고자 했다는 게 정확한 내 의도다.
사실 작업을 해나가면서 이것저것 알려드리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고는 있는데, 비교가 될 만한 건 과거의 내 경험에 현재 상황을 더한 것들이라 기억이 희미하거나 이제 곧 겪어야 하는 절차들이라서 우선 내 몸으로 충분히 시행착오를 거친 후 '깨달음'이라는 방향으로 글을 풀어내고자 한다.
어떻게 첫 술에 배불 수 있겠는가. 그저 지금의 나로서는 다시 돌아가도 이렇게 밖에 못할 것 같다, 이게 최선이었다, 하면은 그걸로 충분한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의 시행착오들을 글로서 담고자 하고, 그리하여 혹시 이제 막 유학을 준비하는 분이 있다면 그분께는 나의 사례를 들려드려 본인만의 길을 찾아가는데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한다.
그리하며 (빠밤)
오늘 하고자 하는 말은 유학에 대한 꿈이 이제 막 생겨서 내년, 혹은 내후년에 영국 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을 위한 '가장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좋을까?'에 대한 대답이다.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경험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이 세상에 절대적으로 맞는 것도, 절대적으로 틀린 것도 없다고 믿는다. 그저 내가 행복하고 후회가 없다면 그것이 당신만의 답이다.
우선 먼저, 올해 내가 상담을 마친 직후 노션에 잊어버릴까 봐 적어 놓은 노트를 공유한다.
만약 독자 여러분 중 유학을 결심하셨다면 열사람이면 열 모두 가장 먼저 네이버 서치를 해보았을 거라 믿는다. 나 역시 그랬었고 넘처나는 인터넷에 바다에 한 참을 허우적거렸다. 정보는 넘쳐 나는데 모두 광고 같고, 아무리 봐도, 이것저것 읽어봐도 도무지 뭐가 진짜 필요하다는 건지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학원을 가야 할 것 같은데 자기가 최고라고 하는 학원은 너무 많고, 수강료도 나와있지 않는 네이버 블로그.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마음이 든다면, 우선
학원 열 군데만 상담을 다녀와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실 돌이켜보면 유학의 왕도는 없는 것 같다. 궁극적인 목표는 내가 그 학교를 입학하고 졸업하면 끝나는 게임이다. 돈이 한 두 푼 드는 것도 아닌 데다가 약간의 운도 필요하다. 오죽하면 ‘출국 전날까지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고, 학교에 입학하는 것도 졸업하는 것도 운이 받쳐줘야 한다’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고는 하니까.
너무 많은 정보에 막막하고 혼란스럽다면 우선은 정확한 정보를 들으러 학원을 열 군데만 다녀와서 상담을 받아보고, 그 내용을 표로 정리해 두는 것을 추천한다.
미국식의 교육 방법에 훨씬 익숙한 한국인들은 영국식의 디자인의 교육방법은 조금 낯설다고 느끼기 쉽다. 보통 학사 패션 유학 준비는 6개월 이상, 석사는 1년 이상 정도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하고는 한다.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 뭐가 맞다고는 할 수 없지만 통상적으로는 그렇다고 학원에서 말할 것이다 (나에게 그랬듯이). 그러니 이제 처음 포폴리오가 필요한 것을 알고 학원을 찾아보고 있다면, 우선은 나의 재정 계획, 선생님의 스타일등 맞는 학원이 어디인지 여기저기 돌아다녀보고 가장 비슷한 학원을 선택해서 최소 2~3개월은 다녀본 다음, (감을 익힐 수 있다면) 혼자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는 생각이 든다. 학원의 단점은 모든 프로젝트들이 같은 수강생들과 비슷해진다는 것이니까.
사실 유학의 의미는 궁극적으로 가고 싶은 나라의 학교에 입학하고자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학교에 지원한다고 하는 것의 절차가 영국이라고 하여 한국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 내가 이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여러 가지 서류들이 있고 그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포트폴리오'일 뿐인 것이다. 학원은 포트폴리오, 즉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까지만 도와주는 곳이 있고, 유학원도 직접 연결하여 주는 곳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포폴 학원과 전혀 연관이 없는 대중적인 유학원을 선택하여 직접 지원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학원 선생님과 연관이 있는 분들은 이익이 얽혀있기 때문에 객관성이 좀 떨어진다는 생각이. (개인적인 경험이다)
2018년 24살의 내가 한창 학원을 찾으러 돌아다녔을 때는 학원비도 60만 원에서 150만 원 정도까지 불렀었다. 나는 결국 65만 원 정도의 작은 학원으로 가게 되었는데 (현재는 망했지만), 선생님의 미묘한 갑질과 (정보를 가진 자와 유학을 가고 싶어 절박한 자 사이에 우위라고 해야 할까) 확실한 정보들이 없게 느껴져 이런저런 마음고생을 많이 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우선 상담을 통해 최대한 정보를 얻고, 우리는 그들의 말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신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개인이다. 학원 역시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의 원생을 모집하여 배부르고 편안한, 더 나은 삶을 사는 일이며 내가 학교에 붙는 일 역시도 일종의 광고로서 원생을 모집하는데 일조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상담은 그들이 나를 사로잡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고 이렇게 상담을 받는 이유는 정당한 돈을 내고 그들에게 정보를 사기 위함이다. 상하는 없으며 병존만 있다.
24살의 나는 제법 어렸고, 가정과 연애 전선에 크고 작은 이슈가 있었던, 모든 것이 불안하나 유학이 너무너무 가고 싶은 대학생이었다. 그래서 많이도 휘둘렸다. 지나고 보니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는 것도 모른 채. 독자분들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자, 걱정이 앞선다면 우선 밖으로 나가 찾아보자!
오랫동안 상상했던 꿈의 첫 시작이 아닌가. 인터넷에 한 줄 나와 있는 정보가 아니라, 내가 발로 뛰며 부딪혀서 얻은 정보들이 비교적 더 정확하고 정재 되어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모르는 길을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시작이 반.
두려울수록, 그건 생각보다 별게 아니다.
일단 나아가자.
첫 발이 남은 모든 것을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