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지탱해 준 나만의 방식
계절이 바뀌자, 눈 대신 따뜻한 햇살이 창문을 타고 흘러들어 왔다. 가게에는 따뜻한 바람이 불었고, 그 바람과 함께 손님도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마치 그 바람은 작은 생명력을 데려오는 듯했다.
나는 여전히 모든 것에 진심을 다했다. 직접 담근 레몬청과 자몽청, 정성 들여 끓인 바닐라 시럽에 달콤하며 촉촉한 수제 초코칩과 두 번 구워 더욱 바삭하고 아몬드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비스코티까지 모든 메뉴는 손님들의 반응을 하나하나 참고해 가며, 천천히, 정성스럽게 확장해 갔다. 나의 걸음은 느릴지 모르지만 가끔 말없이 웃어주는 손님으로부터 받은 위로받은 하루가 내겐 세상 어떤 것보다 가장 따뜻한 선물처럼 다가왔다.
하지만 그 따뜻했던 일상은 코로나의 그림자로 순식간에 어둠으로 뒤덮였다. 거리에는 사람의 발자국이 사라지고, 카페의 의자는 고요한 적막 속에 잠겼다. 커피 향 대신 마스크와 소독약 냄새가 가득한 일상이 이어졌고, 주위의 다른 사장님들은 그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폐업으로 마무리하는 걸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할 수 없었다. 첫 시작의 어려움에 비하면 지금 이 작은 역경은 그리 큰 충격을 주지 못했고, 누군가에게 잠시의 위로라도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믿었다. 이 시절의 고독한 시간으로 조금 더 단단해졌을 뿐이다.
그렇게 카페는 점점 내 분신이 되어갔다. 그 안엔 나의 땀, 눈물, 좌절, 희망이 모두 담겨 있었고 그 모든 감정은 체온을 머금은 공간으로 피어날 수 있었다. 하루하루는 여전히 고단했지만 작은 행복으로 견뎠고, 버텼고, 묵묵히 걸어갔다. 시간은 1년, 또 1년. 이제는 어엿한, 작은 카페의 사장님이 되어 있었다. 물론, 실상은 화려할 수 없었다. 청소도, 서빙도, 회계도, 메뉴 개발도 모든 일을 혼자 꾸려 나가야 했기에 아직도 ‘사장님’이라는 말은 그저 어색하게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나에게 혹자는 말했다. “그렇게 미련하게 버티지 말고, 현실을 보라”라고. 하지만 스스로를 믿었고 답을 알고 있었다. 이 자리에 서 있기까지의 많은 시간들 중 힘든 일도 행복한 일도 있었으며 그런 시간들과 노력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전문가의 계획도, 마케팅 전략도 없는 시작. 나만의 방식대로 부딪히며 배워 온 것들이 누구의 방식보다도 스스로에게 전할 수 있는 진심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들이 완벽하지 않아도 좋았다.
그저 내 삶의 주인으로서 이 공간을 만들게 되었고, 기꺼이 그 공간을 함께 채워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나의 삶에 있어 작지만 단단한 뿌리를 이 공간으로부터 깊게 내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