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8년간의 시간, 시작된 고민

익숙함 앞에 마주한 갈림길

by jayjay

카페를 연 지 어느덧 8년. 허리에 보조기를 찬 채 처음으로 창문을 닦던 날이 바로 어제 같은데, 계절은 어느새 여덟 번이나 바뀌었다. 처음엔 그저 작고 외로운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동네 사람들의 하루가 머물다 가는, 익숙하고 따뜻한 일상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쿠키와 커피, 그리고 소소한 인사말이 오가는 조용한 무대. 나는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시간, 8년은 단지 가게의 운영 시간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의 “재건”의 역사였다. 가게를 처음 열어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목표였으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메뉴를 손보고, 단골들의 입맛에 맞춰 조심스럽게 맛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는 사이, 공간에는 체온이 스며들었고, 공기에는 사람들의 웃음이 섞이기 시작했다. 나는 어느새, 이 가게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었다. 어떤 손님은 힘든 날 커피 한 잔에 기대어 눈물을 참았고, 어떤 이는 자기가 아끼는 책을 함께 나누며 내게 이야기를 남겼다. 나는 그들을 손님이라 부르기보다는, 이 공간의 또 다른 주인이라 생각했다.

가게는 작았지만, 내 시야는 점점 더 넓어지고 있었다. 책으로부터 얻은 지식, 고객들과의 대화에서 느낀 삶의 단면들, 그것들이 조용히 쌓이면서 사고의 틀이 확장되었다. 더 이상 ‘커피를 파는 사람’으로만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매개로 관계를 잇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익숙한 하루하루의 일상 속에서, 문득 새로운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삶에 불만이 있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이 조용한 안정 속에서 깊은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마음 한편에서부터 서서히 퍼지는 미세한 떨림을 무시한 채로 있었던 것 같다. 혹시 익숙함이라는 이름의 껍질에 갇혀 새로운 가능성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다시 내 안의 동기와 욕망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손님들은 종종 말했다. “장사 잘되네요. 자리 잡았네요.”, “오래 했으니 이제 편하겠어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오래 버텼다고 해서 모든 것이 편안해지는 건 아니었다. 당연히 처음보다는 나았다. 그래도 작은 가게는 언제나 균형 위에 놓여 있었고, 손님의 발길이 조금만 뜸해져도 마음 한구석이 조급해졌다.

매출보다 더 중요한 건 ‘지속성’이었다. 나는 이 공간을 얼마나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까? 그 지속성을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변화는 단순한 ‘확장’이 아니었다. 지금의 경험과 철학을 바탕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해야만 했다. 그리고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해 보고 싶었다.

전혀 다른 방식의 공간, 혹은 완전히 새로운 분야의 사업. 상상은 설렘이 되어 마음에 불을 지폈다. 마치 8년 전, 처음 창업을 꿈꾸던 시절처럼. 하지만 동시에, 두려움도 있었다. 지금 가진 것을 내려놓고 다시 도전하는 것. 또다시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누군가에겐 ‘무모한 짓’처럼 보일 수도 있는 결정. 나는 이미 한 번 큰 사고를 겪었다. 물리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불안까지 동반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신중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마음을 외면한다면, 언젠가는 더 큰 후회로 되돌아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전국 곳곳의 로컬 카페들을 탐방했고,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비교 분석했으며, 메뉴 구성부터 공간의 분위기, 손님 응대 방식까지 하나하나 눈에 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또 다른 재미있는 수업 같았다. 다시 공부했고, 새로운 자극을 느끼며 방향성을 점검해 나갔다.

그러나 막상 점포를 알아보는 단계에 이르자 현실의 높은 벽을 여실히 느꼈다.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임대료, 부족한 초기 자금, 위치에 따른 타협.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가도 멀어지는 가능성. 그럴 때마다 나는 내 가게로 다시 돌아왔다. 익숙한 커피 향 속에서, 조용히 내 안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다시 찾곤 했다. “왜 이 일을 하고 싶었던가?”, "왜 지금인가?" 확신은 있었지만, 조건은 따르지 않았다. 실망감도 있었지만, 이번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8년이라는 시간은 성급함이 아닌, 인내와 기다림으로 쌓아 올린 것이었으니까.

다시 “기다림”이라는 이름의 숙제를 받아들였다. 하나는 분명했다. 다시 도전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번 도전은 단지 가게의 확장이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 확장이기도 했다. 나의 인생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으며, 이 공간은 나를 다음으로 이끌어 줄 또 하나의 문턱이라고 생각했다.

8년간의 시간. 그것은 단지 커피와 쿠키의 기록이 아니었다. 그것은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여정이었다. 그리고 지금, 다시 한번 다음 장면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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