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다시 피어나는 삶

새롭게 시작되는 나의 이야기는

by jayjay

플라워샵 안에서, 나는 다시 피어났다. 카페에서의 경험, 호주에서의 고된 노동, 공시생 시절의 긴 인내. 그 모든 시간들이 언뜻 단절된 것처럼 느껴졌지만, 지금 이 공간에선 하나의 뿌리로 이어져 있었다.

실패는 더 단단한 토양이 되었고, 이별은 새로운 잎을 틔우는 계절이 되어주었다. 나는 다짐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매일 새로운 꽃다발과 꽃바구니를 만들며 연습에 몰두했다. 디자인을 바꿔보고, 포장의 색을 달리하며 손끝의 감각을 익혀갔다. 그리고 또 하나, 마음속 깊은 곳에 품어온 목표를 향해 천천히, 그러나 단단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 걸음 속의 한걸음인 자격증. 단순한 종이 한 장 이상의 의미였다. 나의 열정과 노력을 증명할 수 있는 조용한 언어.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시작했고, 필기시험은 무난히 합격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필기시험처럼 실기시험도 어렵지 않을 거라는 근거 없고 어설픈 자신감이 내 안에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다정하지 않았다. 실기 1차, 불합격. 2차 역시, 결과는 같았다. 근거 없는 자신감은 조용히 무너졌고, 지금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배우는 자리로 돌아가야만 했다. 실패는 자존심을 무디게 했지만, 마음을 더 겸손하게 만들어주었다. 3차 시험.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마음먹었다. “붙어야지”가 아니라 “배우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리고 발표날. 드디어 합격.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얻은 작은 자격증이지만 그 시간 속에서 단지 시험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내 삶의 태도 자체를 재정비하고 받아들이는 중이었다.

꽃다발을 만들고, 꽃 시장에 다녀오고, 수업을 듣고, 한 장의 포장지에도 마음을 담는 법을 배워 갔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매일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어느새 나는 조금 더 부드럽고, 조금 더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람을 대하는 마음,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모든 게 이전과는 조금 달라졌다. 이제 나는 살아가는 법을, 조금은 더 알게 된 걸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삶에는 똑같은 정답이 있을 수 없고, 수많은 풀이 과정만이 존재하니까. 하지만 적어도, 내 방식의 풀이법을 조금씩 갖추어 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나는 지금, 다시 피어나는 중이다. 그리고 이 피어남은, 계절이 바뀌듯, 내 안의 또 다른 가능성을 조용히 틔워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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