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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희 Jan 01. 2020

불안하지만 여행 중입니다.

청춘에게 여행은 무엇일까.


독일에는 한 해의 마지막 날 폭죽을 터뜨린다. 나라의 규제가 있다고 들었지만 간혹 창문 밖으로 폭죽 소리가 들린다. 

12월 중순부터 2주는 독일에 있었고 1주는 오스트리아에 있었다. 두 나라 모두 한국보다 훨씬 조용한 나라이기 때문에 속 시끄럽던 내 마음도, 조용해졌다. 


가지고 온 책은 읽고 싶지 않아 졌고, 글을 쓰기 위해 가져왔던 얇은 일기장은 반절을 겨우 넘겼나. 겨우 넘겼다.


친척의 집이 독일에 있어서 겨우 올 수 있던 여행이다. 비행기 표를 사고, 일주일 다녀오는 오스트리아의 숙박을 찾고, 어른들에게 더 많은 것을 받은 여행이지만 그래도 혼자 겨우 이만큼 할 수 있다는 것이 다행이었고, 또 슬펐다. 


대학을 다니며 한 번도 가지 못했던 해외여행은 내게 사치 같은 것이었다. 용돈을 죄인처럼 받고 한 달의 주말을 혹은 평일을 반납하여 생활비를 벌고, 집세를 내진 않지만 교통비며 통신비며, 한 달에 나가는 돈이 나를 자꾸 괴롭혔다. 겨우 간다고 쳐도 제주도. 해외여행에 욕심낼 수 없었다. 그렇게 가난한 집안은 아니더라도, 바보같이 내게 여행은 꿈같은 일이었다. 


맞다. 지금 여행 중인 나는 꿈속이다. 



불안하다. 여행이 끝나고 돌아가게 될 현실이 두렵다. 내가 얼마큼의 돈을 썼는지 가늠하는 것이 무섭다. 다시 맞이할 현실이 두렵다. 여행이 원래 이런 것이었나. 제주도를 다녀왔을 때도 이랬었나. 아, 너무 낭만 없는 청춘인가. 나만 이런 여행을 하는가. 



꿈에서 깨기까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는데, 큰일이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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