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너 어떻게 왔니?
친구를 만난다. 밥을 먹긴 해야 되는데, 시간이 좀 남는다.
쇼핑이나 할래?
옷이나 볼까, 하고 들어간 편집샵에는 수많은 화려한 옷들이 나름의 자태를 뽐내며 제 탄생의 이유를 말하고 있다. 이 옷을 입어봐요! 너에게 딱일걸!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SPA 브랜드 매장에서 한참을 둘러보다가 마침 세일도 하겠다(세일은 항상 하는 것 같다.) 옷 몇 가지를 집어 본다. 지난번에 오가닉 코튼이 좋다고 했으니까. 나름 친환경스러운 것으로 골라본다. 음 디자인도 마음에 들어. 이걸 산 내 인생이 조금 더 풍요로워지길 바라며 캐셔에 가서 지갑을 연다. 다 해서 얼마죠?
돈을 냈다. 그리고 손에 쥐어진 종이가방.
근데 이 옷, 저기 저렇게 진열되기 전에는 어떤 모습으로 내 앞에까지 왔을까? 생산만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오는 과정은 괜찮은 거야?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럴 리 없다.
지난 화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모든 소비의 과정에는 어찌 됐든 소비를 하기에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산화탄소가 대표적인 예인데, 이산화탄소는 생산과정, 유통과정, 유지 과정, 폐기 과정 그리고 재활용과정 등등 전반에서 발생한다. (이쯤 되면 모든 행위에 다 관여하는 것 같은 이산화탄소!)
옷의 원료로 인한 문제도 심각하지만 우리 손에 들어오는 과정 즉, 유통과정의 문제도 만만치 않다. 그중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해상운송 비행기 운송 등의 유통과정에서 화석연료로 인해 탄소가 배출되고, 고객들의 손에 쥐어지기 전까지 매장에서 구매할 경우 매장 유지비용, 그리고 택배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
'앨런 맥아더 재단'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연간 국제 탄소 배출량의 10%를 차지한다. 게다가 2030년까지 패션 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50% 이상 급증할 전망이다.
*엘런 맥아더 재단: 친환경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해 활동하는 영국의 자선단체.
제품 및 서비스의 원료 채취 생산 수송 및 유통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발생량을 이산화탄소 발생량으로 환산한 것을 두고 탄소발자국이라고 한다. 주로 환경영향을 평가할 때(한 제품이 탄생하고 소멸할 때까지의 과정에 일어나는 환경문제들) 주요 지표로 활용하는데, 우린 분명 들은 적도 있고 본 적도 있다.
미국의 온라인 중고 판매 플랫폼 '쓰레드 업(Thread Up)' 은 패션 탄소 발자국 계산기를 공개했다. 내 옷장이 얼마나 많은 탄소발자국을 찍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데 내 옷장 정리도 해볼 겸 한 번쯤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방법은 간단하다. 새 옷을 얼마나 자주 구매하는지, 온라인에서 구매하는지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지와 같은 12가지 질문에 답변하면 된다.
프랑스 환경매체 노트르플라넷에 따르면 패션 산업 탄소배출량은 모든 국제 항공편과 해상 운송을 합한 것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나는 코로나 때문에 비행기는 꿈도 못 꾸는데, 옷은 잘도 타고 다닌다. 조금이라도 줄여야 나름 환경에 기여하는 삶이라고 할 텐데... 어떻게 하면 탄소발자국을 줄이면서 소비할 수 있을까? (아니, 아예 소비를 안 할 순 없으니까.)
온라인 쇼핑이 매장 쇼핑보다 60% 적게 탄소를 배출한다고 한다.
새 제품보다 중고제품이 60~70% 탄소발자국을 감축한다.
의류 한벌을 빌려 입으면 평균적으로 30%가 감소한다.
친환경 직물을 활용해 옷을 만들면 탄소배출의 약 30%를 감축할 수 있다.
아직 더 입을 수 있지만 버려지는 옷의 수명을 1년 연장하면 탄소발자국을 25% 줄일 수 있다.
왜인지 돈은 내가 냈는데, 내 지갑의 타격보다 지구의 타격이 더 큰 느낌이다. (물론 내 지갑도 조금은 아팠다.) 선택은 잠깐일지언정, 그 과정은 굉장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냥 예쁜 옷을 사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꾸준히 마음에 새겨둬야 할 것이다. 옷이 내 손에 온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이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섞인 것일지 모르니.
MAGAZINE ZERO:
과잉생산과 과잉소비를 통해 발생하는 쓰레기가 ZERO가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매거진 제로는 GS칼텍스와 기후변화센터의 클리마투스 공모전 수상한 EOTD팀의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일요일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