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준희 Sep 01. 2020

#Whomademyclothes

누가, 어떻게 나의 옷을 만드나요?




몇 년 전 할머니가 치마를 만들어주신 적이 있다. 가벼운 꽃무늬 천으로 만들어주신 치마였는데 간단하게 뚝딱 만든 것치곤 너무 예쁘고 튼튼해서 몇 년이 지나도록 잘 입고 있다. 어느 날 문득, 그 치마를 바라보는데 우리가 입는 옷은 누가 만드는지가 궁금해졌다.


나만 이런 궁금증이 생긴 건 아닌 것 같다. #Whomademyclothes라는 해쉬태그를 인스타그램에 검색하면 2020년 9월 기준으로 68만 건 이상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사람들은 이제 내가 사는 이 옷을 어떤 디자이너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궁금해한다. 이런 캠페인은 몇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왔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궁금해한 적이 있는지. 과연, 누가, 어떻게 나의 옷을 만드는지 말이다.






면(cotton): 목화에서 얻어낸 솜에서 추출한 실


면은 대표적인 천연 섬유이다. 면화 생산량을 보면 2011~2012년에 중국이 730만 톤, 인도 590만 톤, 미국 340만 톤, 파키스탄 230만 톤, 브라질 200만 톤, 우즈베키스탄이 90만 톤을 생산한다. 이 6개 나라가 대부분을 생산한다. 미국을 제외하고 나머지 면화 생산국에서 면화 제작자들은 가난한 소농이나 소작인들이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의 경우 면화 재배가 국가 핵심 산업 중 하나인데, 재배된 목화는 모두 국가에서 독점으로 매입한다고 한다. 자신의 밭이라고 목화 대신 다른 작물을 심을 수도 없다고. 심지어 수확철인 9월부터 3개월 동안은 아이들도 강제로 동원되어 노동을 하게 된다고 한다. 11살에서 17살 정도의 아이들이 적게는 50만 명에서 200만 명에 이르기까지. 아니 쓰다 보니 화가 난다. 11살이면 고작 초등학교 4학년 아닌가? 초등학교 4학년이면, 갓 고학년이 되어 저학년 아이들 앞에서 떵떵거리고 지내야 하는 그저 아이들에 불과한데. 이런 강제 아동노동은 전 세계적인 공분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누구는 선물로 옷을 잔뜩 받을 한참 클 나이인데, 누구는 나라에서 일을 하란다. ⒸREAH


면화를 면섬유 제품으로 만드는 데는 보통 20여 단계의 가공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은 전 세계의 면화를 40% 수입한다. 티셔츠 10장 중 6장 이상이 중국에서 만들어지는데, 그 덕분에 티셔츠 가격이 아주 저렴해졌다. 농촌에서 몰려드는 농민공들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처우에도 끊임없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들기 때문이다. 이런 섬유 노동자들의 삶은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면섬유를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옷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면, 천연섬유라고 하지만 그게 곧 친환경이라는 말은 아니다.

일단, 목화 재배에 엄청난 양의 물이 소요된다. 1kg의 면화를 생산할 때 2만 리터의 물이 사용된다고 한다. 서울 시민 1명이 278리터의 물을 사용한다고 하니, 이를 감안해 보아도 엄청난 양이다. 게다가 원단 생산 가공 과정에서 대량의 화학물질이 발생한다. 표백 과정에서는 다이옥신이라는 발암물질이 발생할 수 있고, 수지 가공과정에서는 발암의심 물질인 포름 알데히드가 사용된다. 세탁 후 옷이 수축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미리 수축시키는 방축 과정에서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액체 암모니아가 사용된다.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염색 과정까지... 이렇게 만들어진 옷은 유해물질이 섬유에 남아 우리가 옷을 입는 동안에 서서히 방출되어 인체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면 말고 다른 섬유들은 어떨까?

재생 섬유: 매년 1억 5천만 그루의 나무가 소비된다.

리넨으로 잘 알려진 마: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섬유. 식물 줄기를 가늘게 쪼개서 만든 실인데 이 또한 친화경 섬유이고 자연 분해되지만 재활용률은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실크라고 불리는 견: 무에 고치에서 얻은 천연 단백질 섬유. 자연 유래 성분이나 실크를 얻는 과정에서 살아있는 누에를 데치거나 감전시켜 죽인 후에 누에고치에서 실크를 얻는 경우가 많다.

양의 털인 모: 양을 대량 사육하는 과정에서 양을 학대하는 경우가 있다.

캐시미어: 캐시미어 염소로부터 채취한 털을 가공. 몽골 내에 약 2700만 마리 캐시미어 염소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중국 다음으로 큰 규모이다. 최근 몽골 초원 사막화의 주범이라고.

폴리에스터: 매년 약 111억 리터의 석유가 사용된다. 면과 같은 천연 섬유보다 훨씬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2015년 섬유용 폴리에스테르 생산은 약 7억 6천만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는데, 이것은 185개 석탄발전소가 한 해 동안 배출하는 양이다.



아니 그럼, 뭘 입으란 말인가?



우리는 살면서 끝없이 소비를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환경이 파괴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친환경적인 소비란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최대한으로 친환경 적인 것을 찾아보자.



우선 유기농 면, 농약 및 인공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면이다. 이게 또 조건이 있는데-

재배지에서 3년간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한 실적이 없음.

재배 시 유기질 비료 사용

방적, 제직, 염색 가공 공정에서 환경 및 인체에 유해한 물질의 미사용.

재배환경, 생산공정, 가공 환경 등에서 지속가능성(노동자에 대한 혜택도 고려)이 추구.

이런 까다로운 조건을 거쳐야 비로소 유기농 면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유기농 양모도 있는데 이는 양털 수확을 위한 양의 유기농 사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양이 3세대에 걸쳐 유기농 사육법으로 키워져야 함.

목축 환경과 목축 조건이 유기농 조건에 부합.

먹이의 재배환경이 농약이나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초지에서 방목

양의 사육 시 항생제, 호르몬제, 안정제 등의 약품 미사용.

모방 적사 제조 방적 공정, 정련, 염색공정 등에서 유해물질 기준 만족.


농약, 살충제 등의 인체 및 환경에 유해한 화학약품 없이 제조된 실크도 유기농으로 취급된다.


그뿐만 아니라 합성 친환경 섬유도 있는데 플라스틱 등을 활용한 PLA 섬유, 조류 등을 이용한 해양자원 바이오매스 섬유, 박테리아 생산 섬유까지(?) 있다.



최근에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친환경 섬유는 아무래도 유기농 면화나 리사이클 친환경 섬유일 것 같은데. 어떤 제품이 있는지는 추후에 차차 알아보려고 한다.





누가, 어떻게 나의 옷을 만드는지는 정말 여러 방향이 있을 것이다. 내가 손쉽게 구매하는 이 옷의 가치가, 단지 몇만 원 언저리의 또는 그 이상의 값어치를 하는지, 그 옷을 입었을 때와 얼마나 입을 수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손에 오기까지의 과정도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도 친환경으로 한걸음 다가가는 길이 될 것이다.





출처
천연섬유는 정말 합성섬유보다 환경과 건강에 좋을까

섬유의 보석 캐시미어... 알고 보니 보석보다 귀한 몽골 초원 사막화의 '주범'




 MAGAZINE ZERO:

과잉생산과 과잉소비를 통해 발생하는 쓰레기가 ZERO가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매거진 제로는 GS칼텍스와 기후변화센터의 클리마투스 공모전 수상한 EOTD팀의 프로젝트입니다.

매주 일요일에 연재됩니다.

이전 03화 빠르게 플렉스해서 살림살이 나아지셨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