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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희 May 05. 2021

환경 따지면 아무것도 못해요

진짜 아무것도 못하는데 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때는 서울환경영화제 매니저 시절, 동료 매니저가 물었다.


근데 현진, 왜 다들 환경, 환경-하면서 영화제를 준비하는 거야? 환경 따지면 영화제는 아예 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저렇게 따지면서 뭘 하려고 하는 거야?



아직도 그 질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환경을 따지면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하면 안 되는 것일까?

정말 다 때려치우고, 옷도 사지 말고 가방도 사지 말고 축제도 하지 말고 책도 사지 말고- 뭐 그래야 되는 걸까?

단순한 생각이다. 다이어트를 해야 하니 무조건 굶어야 된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환경을 내세우면서 계속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하는 이유는, 환경적이면서도 재미있을 수 있고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보통 즐겁고 재밌으면 가볍다. 진중하지 못하거나 1회성이고 쓰레기가 많이 나오지. 사람들은 그 시간을 소비하고 그냥 가버린다. 뒤에 남는 것들은 엄청난 쓰레기들이다.


2016년 여의도 불꽃축제가 남긴 흔적들


그렇다. 사실 쓰레기가 안 나올 수는 없다. 그걸 인정하고 가야 한다. 사람이 움직이고 뭔가를 하면 어떻게든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고(하다못해 숨만 쉬어도 문제인데) 쓰레기가 나온다. 목마르다고 종이컵에 물 한잔만 마셔도 쓰레기가 나온다. 잠깐, 종이컵에 물을 마셔? 그걸 바꿔보면 되잖아! 조금만 바꿔보면 쓰레기가 덜 나오지 않을까? 쓰레기를 덜 만들면서도 축제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에게 쓰레기와 환경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무겁지 않고 재밌게 알려줄 수는 없을까? 했던 게 당시 서울환경영화제의 취지였다. 인쇄물을 최소화하고, 굿즈는 만들되 업사이클링으로 만든다. 당시 우리가 만들었던 굿즈는 그 전년도에 사용했던 현수막으로 만든 텀블러 백과 카드지갑이었다.


보통 게스트에게 플라스틱 물병이나 캔커피 등을 나눠주는 GT(게스트 토크)에는 물병과 머그잔을 준비하고 온갖 기획 프로그램은 가능한 제로웨이스트로 준비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티 클래스를 준비하는데, 뭔가 부족한 듯해 보였는지 팀장님은 우리에게 밖에 나가 솔방울을 주워오라고 했다ㅋㅋㅋㅋ묵묵히 우리는 솔방울을 주워왔고. 참여자들은 우리가 20분 전에 주워 온 솔방울 앞에서 말차를 마시며 방금 본 영화와 차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시간은 참 지난했고 어떤 시간은 참 뿌듯했다. 이렇게까지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니. 이런 디테일까지 만들어낼 수 있다니. 사람들이 재밌어하고 인상 깊어할수록 내 어깨는 더 올라갔다. 내가 만들어냈어! 우리가, 해냈어!




시간이 흘러 나는 동료들과 더욱 인상 깊은 축제를 만들어낸다. 바로 에코 페스트 인 서울.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이때로 돌아가고 싶다.

정말 쓰레기를 최소화한 축제를 만들어보자! 쓰레기 없이 놀아보자! 는 취지로 만들어진 축제였다. 공연도 하고, 음식도 먹고, 쇼핑도 할 수 있고, 강연도 듣고, 캠페인 부스도 있는데 어떻게 쓰레기가 없냐고?


미리 소비자로 하여금 쓰지 않는 에코백을 에코 페스트 인 서울 사무실로 받는다. 이는 추후 사용된다.

미리 소비자로 하여금 다회용기와 텀블러를 지참해 달라 공지한다.

미처 가지고 오지 못한 소비자를 위해 모든 푸드트럭에 다회용기와 텀블러를 도입한다. (이 과정에서 다회용기 업체와 텀블러 업체를 찾아야 했다.)

모든 캠페인과 프로그램 부스는 업사이클링, 제로 웨이스트 등으로 구성한다. 충분히 재밌어야 한다.

모든 쇼핑 부스는 환경과 관련이 있거나 의미 있는 부스여야 한다.

모든 쇼핑 부스는 비닐봉지, 종이봉투를 사용할 수 없다. 소비자는 미리 사무국이 준비한 에코백을 사용한다.

안내 팸플릿은 필요한 것이니 스티커로 제작해, 버리지 않고 사용될 수 있도록 한다.


이 축제를 진행하고 우리는 고작 69kg의 쓰레기만을 만들고 막을 내렸다. 사용되었던 다회용기의 개수는 2,549개, 잔뜩 모여서 사용되고 남은 에코백은 모두 필요한 곳으로 재기부했다. 분명히 부족한 점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타 축제에 비교하면 충분히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축제였을 것이다. 나는 이때를 잊을 수 없다.





돌아와서, 당시의 그 동료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쓰레기가 안 나올 수는 없고, 그걸 줄여보자는 게 우리의 취지인 것 같다고. 안 놀 수는 없지 않으냐고. 잘 놀고 싶은데 어떻게 환경적으로 잘 노느냐, 그 지표를 만들어주는 일이 우리가 하는 일 아니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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