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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현지 Aug 07. 2022

움직임의 욕망

당신이 오늘 달린 트랙 중 가장 긴 구간은 침대에서 현관문까지의 거리다.

9시간에 걸친 온라인 강의를 듣고 한참을 침대에 누워있다가 문득 정신이 들었다.

그래, 나가야지.


요즘들어 러닝에 빠진 나였기에 이렇게 누워만 있는 것보다

나가서 달리는 것이 결국에는 나에게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았기에

어렵지 않게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정말 피곤하고 귀찮았지만

코끝에 다가온 여름냄새 섞인 물 냄새에

역시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8월 초 어느 일요일, 오후 8시

나보다 먼저 청계천에 와 있는 사람들



달리기와 빠르게 걷기를 반복하며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음을 느꼈다.


저들은 왜 황금같은 주말 저녁에 몸을 움직이러 온 걸까, 내일 출근일텐데.

저들도 다이어트 중인걸까?

데이트 중인걸까?

어쩌다가 오게 된 걸까?

매일 오는걸까?

왜 헬스장에 안 가고?


무엇이 저들을 ‘움직이게’ 만든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걷기, 달리기, 자전거타기



철봉에 매달리기



농구



운동기구 이용



일요일 저녁,

각자의 방식으로 움직이는 사람들


사진에는 없지만

무려 워킹런지로 트랙을 걷는 사람도 있었다.


누구나 움직임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

움직임이 가져다주는 짜릿함을 누구나 안다.

그 중에서 각자 좋아하는 방식을 골라 움직인다.


시작을 귀찮아할뿐이다.

막상 시작하면 기분이 좋다.

끝내면 개운하다.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은 시점부터 몸을 일으키기까지의 과정이 가장 어렵다.

그게 가장 힘들다.


“당신이 오늘 달린 트랙 중 가장 긴 구간은 침대에서 현관문까지의 거리다.”


카피라이터 시절 가장 좋아했던 나이키의 카피

운동이 직업이 된 지금 되새겨보니 더 와닿는다.


운동을 정말 하기 싫은 날도

막상 억지로 시작하고 나면 별거 아니고,

끝내면 …짜릿하다.


움직임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알기에

다들 이렇게 주말에도 시간을 내어서 움직이는 거겠지.

저 중에는 다이어트중인 사람들도,

산책을 빌미로 데이트중인 사람들도,

속상한 일이 있어 땀 섞인 눈물을 뱉어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결국 해답은 ‘움직임’이었기에 이곳에 온 것이겠지.


평일 내내 ‘회원님, 운동 하셔야돼요.’ 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으로서

누구나 속으로는 움직임을 욕망하고 있다는 사실이 왜인지 모르게 흐뭇하다.


시작만 하면 된다.

일단 침대에서 일어나 운동화만 신으면 성공이다.

행복해지는 법은 어렵지 않다.

아침에 30분 더 누워있는 것보다 밖에 나가 30분을 달리는 것이 덜 피곤하다.


움직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사실을 아직도 부정한다면

당신은 왜 이성에게 다가갈때

같이 걸을래요? 라는 말을 건네는가



무튼 오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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