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게 된 이유
아기가 태어난 지 돌 즈음이 되어서야 제가 엄마라는 말을 듣는 것이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임신 중에 태교를 위해 뱃속의 아기에게 말을 걸 때도, 출산 후에도 저를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 너무나 어색했어요. 그래서 아기에게 엄마로서 말을 잘 해주지 못했던 것 같아요. ‘나는 엄마라는 자격이 있을까?’, ‘엄마가 될 준비가 충분히 되었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 머뭇거렸어요. 제가 생각하는 엄마는 모든 걸 품어줄 수 있는 너무나 위대한 존재이고, 스스로를 희생하고 가족을 위해 살아야 하는 그런 모습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저희 엄마가 그러셨고, 그걸 보고 자랐으니까요.
저는 사진 찍는 일을 하고 있는데, 출산 후 지난 1년간은 일을 쉬며 제 아이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제가 아이를 위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는 그 누구보다 예쁜 사진을 남겨주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의 그 어떤 사진작가보다 내 아이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가장 사랑스럽게 담을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24시간 초 밀착 관찰을 하면서요. 그리고 2020년 8월 아기의 돌을 맞아 성장앨범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 생각이 맞음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휴대폰, 카메라, 그 누군가가 보내준 수많은 사진들 속에서 골라낸 사진들은 예쁜 배경 앞에서나 멋진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이 아니라, 직접 촬영한 소중한 찰나의 순간들이었어요. 아기의 공간에서 아기가 자주 입는 옷을 입고 좋아하는 장난감을 들고 있는 순간, 아기가 하품하는 순간, 걸음마를 뗀 순간, 남편과 아기가 교감하는 순간, 처음 무언가를 해냈을 때라든지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담긴 사진 등이요.
얼마 전 부모님의 집에서 생애 처음으로 제가 태어난 순간의 영상을 보게 되었어요. 그동안 어린 시절 아빠의 사랑에 대해 의심을 했는데, 탄생부터 저를 촬영한 아빠의 카메라 뒤의 모습을 상상하게 되고, 저를 안고 노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우리 아빠도 다른 아빠들과 다르지 않았구나’, ‘어릴 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구나. 그래서 지금의 내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의 어린 시절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게 되고, 엄마와 아빠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어렴풋이 짐작하던 것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어요. 특히 어릴 적 아빠의 부재와 사랑에 대해 오해를 풀 수 있었답니다. 그 어린 아기가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 또 자신의 아이를 위해 소중한 어린 시절을 기록하고 있답니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눈으로 확인하고 자존감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겠지요.
요즘은 누구나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항상 소지하고 있는 휴대폰을 통해 우리 가족의 중요한 순간들을 포착할 수 있습니다. 엄마 아빠는 아기와 함께 생활하며, 아기의 컨디션을 맞춰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아기가 기분 좋고 편안한 상황에서 촬영이 가능해요. 그래서 유명한 사진작가나 스튜디오보다 좋은 표정을 건질 수 있는 확률이 훨씬 크죠. 큰맘 먹고 촬영한 스튜디오 사진을 보고 실망하는 경우도 집에서처럼 아기의 편안한 모습이 나오지 않아 실망하는 경우가 많으셨을 거예요.
제가 혹시 사진 찍는 엄마라서, 좋은 장비가 있어서 직접 아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실 수도 있어요. 매거진에 실린 사진들의 절반 정도는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이랍니다. 그것도 최신폰이 아닌 오래된 구형폰으로요. 화질은 좋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 순간을 담고 있어 저장하고 싶은 소중한 이미지들이에요.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찍은 사진이 아닌,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사진,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고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사진을 누구나 찍을 수 있다는 걸 얘기하고 싶어요. 화려하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부모님의 시선이 담긴 아이의 사진은 그 자체로도 너무 소중한 선물입니다.
이 글을 다 보시고 독자분들이 ‘나도 직접 아기 사진을 찍고 싶다' ‘직접 성장앨범을 만들어 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 성공이네요. 지금부터 제가 직접 촬영한 아기 사진과 촬영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여러분들에게 ‘이렇게도 아기 사진을 찍을 수 있구나' 영감을 드리고 직접 촬영하고 편집하는 기쁨을 나누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