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de and Prejudice>

Jane Austen 저

by 블랑슈


사실 P&P는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많이 벌어지는 소설은 아니다. 가장 심각한 사건이 야반도주... 이긴 한데 결국은 좋게 좋게 끝나고, 결국은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기 때문에 분위기가 어둡거나 슬픈 사건들이 많이 벌어질 수가 없다. (드라마틱한 사건을 찾고 싶다면 Jane Eyre로...) 한마디로 "아기자기한" 소설이다. 어쩌면 주로 탄탄한 플롯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렇게 끌릴 만한 책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의 묘미는 플롯에 있기보다는 개성 있는 캐릭터, 그리고 대화에 있다. 18~19세기 특유의 긴 수사법으로 대화하는 인물들, 그 문장과 단어 사이에 드러나는 아이러니와 위트, 그리고 세심하게 묘사되는 캐릭터 특성. 영국인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좋아하는 소설로 꼽힌 이유가 분명히 있다. (1위는 LOTR..!! 역시나!) 읽으면서 그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이 상상이 되니까 동감하면서 읽게 되기도 하고, 이 작품의 메인 연애 라인 (Lizzy & Darcy)을 응원하면서 (마치 요즘 사람들이 연애 프로그램을 보면서 누구누구를 응원하는 것처럼...?) 땀을 쥐고 읽게 되기도 한다. (물론 다른 라인을 응원할 수도 있다! 이 소설 안에서 결혼만 네 건이니...)


참 다양한 캐릭터가 있지만, 언제나 주인공은 Lizzy, 그리고 Darcy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대해야 할 것은 이 두 주인공과의 만남이다. 누군가는 "영문학에서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을 만큼 흥미롭고 호감 가는 인물들이다. P&P에 대해 쓸 말은 참 많지만 이 두 명에 초점을 맞추어 쓰고자 한다.


Fitzwilliam Darcy, "Pride"


1년에 1만 파운드의 수입 (약 12억 가량)을 가진 부자 청년. 귀족 집안과도 연결이 되어 있으니 재산, 명예, 외모까지 두루 갖춘 부끄러울 데 없는 사람이라 하겠다. 그런데 한 가지 결점이 있다면 "오만함"이다. 시골 마을에 친구와 함께 내려왔지만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려는 시도는 전혀 하지 않아서 깔본다고 오해받을 정도다. 또 처음에 무도회에서 Lizzy를 보고서는 "같이 춤출 만큼 예쁘지 못하군"이라고 대놓고 말할 정도로... 다른 사람의 기분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이는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인데, 모든 일이 다 끝난 후에 "나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읽는 것을 잘 못한다"라고 고백한다.


이 공대생스러운 Darcy를 보면서 애틋함이 들었던 것은 나도 그렇기 때문일까... (물론 돈도 없고 귀족도 아니고 미남도 아니지만 ㅎㅎ) 책에서 가장 좌절스러운 순간은 Lizzy에게 처음으로 프러포즈를 할 때다. 길게 말을 하지만 요약해서 정리하자면, "내가 너와 결혼하면 안 되는 이유들이 너무나 많아. 너는 돈도 없고 가족들도 대부분 몰상식하고 귀족도 아니거든. 하지만 너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강렬한 사랑이 느껴져서 청혼해."이다. 그것도 당연히 받아줄 것이라 예상하면서... 이 장면을 보면서 너무 웃겼다. 으이구 T인 건 알겠는데 그걸 굳이 프러포즈할 때 드러낼 필요는 없잖아


만약에 Darcy에게 이러한 면만 있었다면 매력적인 캐릭터라기보다는 오히려 거부감이 드는 캐릭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책을 읽다 보면 나오는 진정한 모습은... 더욱 "공대생"스럽다. 먼저 친구를 위한 마음이 가득하다. Bingley와 정말 친한 친구인데, 그를 위해서 많은 일을 매니지 해주고 진심으로 그를 위해 행동한다.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한번 Lizzy를 사랑하기로 결정하자 꾸준히 (자기 나름대로) 관심을 표현하고 차인 후에도 우직하고 조심스럽게 계속 마음을 열어둔다. 평소에 그의 틱틱대고 오만해 보이는 말투는 이런 순수성을 감추는 겉포장이었던 것이다. (like me)


Elizabeth Bennet, "Prejudice"


"'And your defect is a propensity to hate everybody.'

'And yours,' he replied with a smile, 'is wilfully to misunderstand them."


내가 보기에 MBTI를 따진다면 Darcy는 INTJ, Lizzy는 ENTP일 것이다. (어디서는 Lizzy가 ENFJ라고 나오던데... 그건 좀 아닌 거 같다) Darcy가 처음에 끌린 이유도 ENTP의 특징, 즉 "liveliness of mind" (지적 활발함)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한쪽이 좋으면 다른 쪽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인지, Lizzy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잘 눈치채지 못하고 신경 쓰지도 않는 면이 있다. 언니 병문안을 가기 위해서 치마를 입고서 5km 정도의 진흙탕을 걸어가지 않나 (그 당시는 특히나 숙녀로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다), 무도회에서 음료수만 계속 마시고 있지를 않나 (굳이 춤출 상대를 찾으려고 하지도 않았다), 집에 방문해서는 책만 읽고 있지를 않나... 만약에 Darcy가 공대남이라면 Lizzy는 더욱더 공대녀다. (음? 이게 맞나)


대표적인 상황이 이런 것이다. 조금 길지만 Lizzy 시각에서 쓰인 문장이라 인용한다.


"More than once did Elizabeth in her ramble within the Park, unexpectedly meet Mr Darcy. She felt all the perverseness of the mischance that should bring him where no one else was brought; and to prevent its ever happening again, took care to inform him at first, that is was a favourite haunt of hers. How it could occur a second time therefore was very odd! Yet it did, and even a third."


공원 산책을 하는데 "우연히" Darcy를 마주쳤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을뿐더러 그도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여기는 제가 자주 오는 장소예요, 하고 말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우연히 두세 번이나 마주치다니! 그리고 집으로 같이 걸어오다니! 그러면서도 참 우연의 장난이군 이라고 생각하는 Lizzy... 눈치 꽝이다. 자기주장이 정말 강한 사람이기 때문에 한번 입력(ex. Darcy는 나를 예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이 들어오면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 이 부분도 너무 나 같아서 웃겼다. 나도 아마 그러한 상황이었으면 눈치를 전혀 못 채지 않았을까. Darcy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가장 늦게 깨달은 사람이 Lizzy다.


하지만 전형적인 T답게 한번 짜인 프로그램을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바뀌면 또 완전히 바뀐다. Darcy의 편지와 주변 사람들의 말을 통해 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오해 (그가 성격 파탄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가 풀리고 정리가 되자 거꾸로 그를 열정적으로 좋아하게 된다. (마음을 픽스하는 과정도 재밌는 것이, Darcy의 고모가 찾아와서 넌 신분이 낮으니 절대 걔랑 결혼하지 마!라고 하자 역으로 결혼해 버렸다) 눈치 없는 것 다음으로 참 Lizzy의 매력 포인트다.


Fitzwilliam Darcy & Elizabeth Bennet, "Pride & Prejudice"


참 순수하고 눈치 없는 이과 둘의 사랑 이야기다. 한 명은 고백할 때 너와 결혼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늘어놓고, 또 한 명은 다른 사람들 모두가 그가 너를 좋아한다고 말했는데도 못 알아듣다가 정말 나중에 가서야 진실한 사랑인 것을 이해한다. 하지만 결국 좌충우돌 끝에 책에 나오는 어느 커플보다도 멋진 사랑을 하게 되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그 결말이 나기까지의 모든 과정과 뚝딱거리는 대화와 웃긴 시추에이션을 다 읽어보려면 P&P를 직접 읽어보는 수밖에 없다. 두 번도 읽어볼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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