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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랑 Dec 23. 2024

웹소설, 그거 어린애들이나 보는 거 아냐?

아냐!!! 웹소설 오타쿠는 열변을 토한다.

 활자중독자의 삶은 괴로운가 싶다가도 즐겁다. 넘쳐나는 활자 속에서 어디부터 눈을 둘지 몰라 방황하면서도, 범람하는 활자를 읽으며 즐거워한다. 도서관과 학교 도서실에 콕 박혀 지냈고, 수업시간에 몰래 다른 책을 읽다가 선생님에게 들켜 혼이 나고는 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이제는 뭘 읽어도 읽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중학생쯤, 난생처음으로 '인터넷 소설'을 읽었다. 소위 말하는 '인소'와의 첫 만남이었다. 조그만 MP3 화면에서 무수히 나열되는 문장들에 몰입하여 유쾌하게 웃기도 하고 눈물로 베개를 적시며 울기도 했다. 사실 아직까지도 그런다. 어느 순간 인터넷 소설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웹소설'이라는 단어가 그 자리를 대체했을 때에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웹 콘텐츠는 나와 떨어지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


 대학에서 문화콘텐츠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문화와 미디어에 대해서 연구했다. 심지어 웹소설을 너무 좋아한 나머지, 졸업 논문까지도 웹소설과 관련되어 있었다. 누군가는 어린애들이나 좋아할 내용이라고 일축하더라도, 그것이 '콘텐츠'인 한 우리 시대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웹소설도 마찬가지다.


재밌는 웹소설 추천 좀 해줄 사람 없니..


 나는 늘 SNS에서 그렇게 울부짖었다. 가끔 웹소설이 아닌 다른 단어로 바뀌었다. 웹소설 추천해 줄 사람. 아니면 재밌는 웹툰. 아니면 순정만화. 소년만화도 괜찮은데...

 그러나 추천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당연하다. 내 주변에서 내가 제일 많이 읽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남들에게 추천해줘야 할 판이었다...


 아이돌 좋아하는 사람들의 우스갯소리 중에는, '저 기획사 창문 하나는 내가 바꿔줬다.'라는 말이 있다. 나도 똑같다. 리디북스와 카카오페이지 같은 웹소설 유통 플랫폼에 쓴 돈만 모아도, 그 회사들 창문 하나씩은 내가 바꿔줬을 것이다. 어쩌면 한 개가 아니라 서너 개 정도일지도. 사실 그저께도 단행본 세트 사는데 8만 원을 썼다. 후회는 없었다.


 웹소설이나 웹툰 같은 웹 콘텐츠를 스낵 컬처(Snack Culture)라고 통칭한다. 뜻은 참 직관적이게도, 과자 집어먹는 동안 즐기기 쉬운 콘텐츠라는 뜻이다. 한 화를 소비하는데 드는 시간이 별로 크지 않고, 비용적인 면에서도 한 화에 100원에서 700원 사이의 금액이라는 점에서 비싸지 않기 때문이다. 내용도 일반적인 문학, 소설과는 다른 점들이 많다. 상업성이 짙고, 자극적인 요소가 많다. 소설을 위한 작문법과 웹소설을 위한 작문법은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이것이 웹소설은 '단순하고 가볍게 소비되는 이야기' 이상의 가치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웹소설은 현대의 문화·시대적인 흐름과 독자들의 욕망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콘텐츠가 된다.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누구나 창작자가 되고, 독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진화하는 독특한 문화적 현상을 갖기도 한다.


 웹소설 리뷰를 쓰기로 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몇 년이 뭔가, 몇 개월이면 휙휙 바뀌는 웹소설의 장르적 유행의 흐름 속에서 지난 몇 년에 걸쳐 내가 읽었던 웹소설을 분석하고 소개하고 싶었다. 그것은 이미 유행을 주도할 만큼 천만 명이 넘는 독자를 사로잡은 작품인가 하면, 이제 막 시작된 작품일 수도 있다. 어떤 작품이더라도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작품은 없을 테고, 또 모든 것이 완벽하게 별로인 작품도 없을 테다. 좋았던 점과 내게는 닿지 않았던 점에 대한 서술도 필요하다.


 웹소설을 분석한다는 것은 단순히 이야기 구조를 해부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한 장르의 인기, 주인공의 서사 방식, 그리고 독자층의 반응 등은 우리 시대의 욕망과 변화를 반영할 수 있다. 나 또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작품을 소개하며, 이 작품이 어떻게 시대와 맞물리고 있는지를 함께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우리는 웹소설이 가진 문화적 가치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그것이 지닌 가능성과 영향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웹소설? 그거 어린애들이나 보는 거 아냐? 너는 뭐 다 커서 이런 걸 보고 있냐. 너무 유치하지 않아? 차라리 가서 노벨문학상 받은 작가님 책이라도 읽지 그래.

 ... 확률적으로, 주야장천 활자만 읽는 사람이 웹소설 말고 다른 책은 안 봤겠나. 버럭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너도 재밌으니 한 번 봐달라는 말이나 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것은 웹소설 오타쿠가 남기는 작품에 대한 기록이다. 단순히 독서감상문이 될 수도 있고, 나처럼 '어디 재밌는 콘텐츠 없나' 영원히 헤매는 다른 사람을 위한 기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뒤로 이어질 글들이 웹소설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그것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혹시 재밌는 웹소설 좀 추천해 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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