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결혼을 한다는 오래된 친구에게, 차마 '축하한다'는 말은 입에서 나오질 않아 '잘 살아'라는 말로 대신했다.
'다같이 마을 만들어 살자'던 나와, '각자 남편, 아이들과 한동네에 모여 살자'던 친구들의 미묘하게 달랐던 포인트. 확실히 '결혼 안 한다던 애들이 제일 먼저 (시집) 가더라'는 틀린 말인 걸로.
예상은 했지만 직접 모바일 청첩장 속 사진으로 접하는 건 또 다른 씁쓸함을 선사한다. 매 번 그렇다.
비혼주의인 나한테 무턱대고 결혼 소식과 함께 청첩장을 보내는 게 한편 무례하다고 생각은 들면서도 오랜 친구로서 중대사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일면 이해도 된다. 결혼, 남편, 남자 친구, 육아…. 나는 서로 불편할까 일절 이야기하지 않는 주제들을 아무렇지 않게 턱턱 꺼내는 대화를 마주하다 보면 아직 비혼, 멀었구나 싶을 때도 있다. (탈코 강요, 비혼 강요는 존재할 수가 없다는 것을 마음속에 다시 한번 새긴다)
그래서 청첩장을 받으면 어떻게 하냐고?
처음에는 '탈코한 내 모습', '혼자서도 잘 사는 내 모습'을 여럿 친구들에게 전시하고 싶은 마음에 결혼식에 참석을 했다. 친구로서의 마지막(?) 정으로 가전제품도 해줬다. 그리고 내가 그 결혼식장에서 제일 눈물 콧물 다 빼며 울었다. 그렇게 친하던 친구도 아니었는데 말이지.
결혼과 결혼하지 않음을 기점으로 영원할 것 같았던 친구 무리는 두 갈래로 극명하게 나뉜다. 취미만 같아도 쉽게 뭉치는데, 결혼은 생활양식 전체가 바뀌는 인생의 중대사이니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의 대화 주제가 맞을 리가. 서로의 라이프스타일과 생활 반경이 전혀 달라지고, 그들과의 만남 속에서 몇 시간 동안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날들이 늘어갔다.
자, 나는 이젠 축의금은 고사하고 결혼식에 참석도 하지 않는다. 그게 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들려오는 소식은 점점 늘어나고, 모두 참석했다간 내 통장과 정신은 점점 비어갈 것이다. 제 비혼식(할 생각도 없지만)에 내방하셔서 그 돈 돌려주실 거 아니잖아요?
나는 홀로 다른 선택지를 선택한 사람이다. 당신들에게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감춰야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존재가 돼버렸다.
어릴 적부터 꽤나 친구가 많은데 어떻게 그중 단 한 명도 예외가 없는 건지 신기하고 씁쓸하다.
그래도 현 10대 청소년들과 대학생들의 인식은 많이 바뀌고 있다는 걸 종종 들어 기쁘다. (나도 7년 정도만 늦게 태어났어도..! 여대에 진학해서..! 후략)
곧 사회인으로 첫 발을 딛은 지 10년 째다. 나이가 들 수록 친구 찾기는 더 어려워지는데, 이렇게 도래해버린 언택트 시대에 외롭고 막막할 때도 많다.
그렇기에 지금 내 옆에 있는 비혼 여성 한 명 한 명의 존재가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