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밤바다는 젊음과 낭만이 있었고 추억을 만드는 곳이다. 밤바다 야경은 환상적이다. 바다 위에는 불 켜진 선박이 떠 있고, 바다가 출렁이면서 여수대교의 조명 색깔이 바뀌는 것이 대교 위로 떠다니는 케이블카의 빛과 어울려서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부둣가에는 낭만포차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으면서 그 중앙 기념 촬영하는 장소에 같이 온 일행과 추억을 남기려고 사진을 찍고 있다.
낭만포차는 부두에서 하멜 등대로 가는 입구까지 겹겹이 있었다. 모두가 번호가 있었다. 낭만포차라는 이름을 동일하게 쓸 수는 없으니까 번호로 표시하는 것 같다. 지금은 봄비가 내리는 중이다. 날씨도 야간 쌀쌀한 기운이 있다. 그래도 여수 밤바다를 구경 온 사람들이 많았다. 나이 든 사람보다 젊은 사람이 훨씬 많았다. 친구끼리 온 사람, 연인들끼리 온 사람, 여수의 밤바다는 활기가 넘치고 젊은이들은 해변을 거닐면서 즐겁게 떠들고 있었다. 어둠이 짙어지자 관광객이 더 늘어났다. 밤바다와 야경을 구경하면서 낭만포차가 즐비한 곳을 지나서 하멜 등대까지 갔다가 돌아와서는 낭만포차에서 한잔할 장소를 물색하는 것 같았다. 호객행위를 하지 않아도 낭만포차는 손님으로 넘쳤다.
이곳의 낭만포차는 가격에 거품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 여수에서 포장마차로 유명한 곳은 교동시장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10분을 더 가야 한다고 했다. 그곳에 가면 포장마차 가성비가 좋다고 했다. 그래도 가성비 보다 여수의 밤바다 분위기 나는 이곳이 좋아 보였다. 포장마차에서 밤바다를 보면서 한잔하는 것은 술을 못 먹는 사람도 한잔하고 싶은 것이 여수 밤바다의 분위기이다. 돌문어 삼합을 주문했는데 돌문어가 조약돌보다 약간 더 큰 문어였다. 돌문어 크기보다는 분위기가 바위 돌만큼 좋았다. 밤바다는 마음의 여유와 포근함이 있었다. 오늘 저녁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이기도 하다.
어젯밤까지 굵은 비는 아니어도 가는 비가 밤늦도록 와서 여수 밤바다는 주당들이 좋아할 수 있는 날씨였다. 아침에도 아직 약간의 한기를 느낄 정도이지만 오동도 국립공원으로 갔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섬으로 건너가고 있었다. 멀리서 볼 때는 그렇게 크지 않게 보였는데 가까이 갈수록 섬이 커지고 있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은 온통 동백꽃이 차지하고 있었다. 온 섬이 동백꽃 일색이다. 여기도 떨어진 동백꽃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놓은 곳이 많았다.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고, 사랑을 하고 싶고, 사랑은 이루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다. 연인도 많았고 나이 든 노인들은 옛날에 왔던 곳을 다시 회상하러 온 것 같다. 어떤 환갑이 훨씬 넘은 할머니 세 분은 하나같이 동백꽃을 머리에 꼽고서 사진을 찍는 분들도 있었다.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한 소녀의 웃음이었고 마음은 아직 소녀들일 것이다. 오동도 앞바다에는 대형 선박이 많이 정박해 있어서 “여수도 항구다”는 것이 실감 났다. 오동도에서 바라본 육지는 엑스포를 하고 난 후라서 대형 건물과 항구가 잘 정비되어 있었다.
오동도는 동백꽃이 온 섬을 덮고 있으면서 가는 길마다 동백꽃이 터널을 만들어서 아름다움을 더했다.
오동도를 마치고 인터넷에서 찾아보니까 여수에는 덕양이라는 곳에 오일장 선다는 것이다. 오전에 가면 장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로 갔다. 찾아서 가본 덕양 장터는 장터라는 표시는 있는데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장이 서는 흔적이나 섰던 흔적도 없다. 장날에 사람들이 찾지 않으니까 오일장이 없어진 것이다. 여수에 돌섬이라는 곳에 가기 위해서 부지런히 갔다. 돌섬은 돌이 많은 작은 섬인 줄 알았다. 섬은 엄청나게 넓고 길었다. 이곳에 가면서 보니까 푸른나물을 많이 보였는데, "갓"이라는 나물인 것 같다. 돌섬의 갓 나물이 유명한 곳이다. 돌섬 끝에는 향일암이 있었다. 향일암은 해를 향하는 암자로 남해 제일 관음성지이다. 남해의 보리암과 강화 보문사,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4대 관음 기도처로서 기도하면 소원을 이루어지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입장료는 일 인당 2 천오백 원을 받았다. 바다 끝에 위치한 향일암은 바다를 보면서 바위를 배경으로 위치해 있었다. 올라가면서 눈에 띄는 바위틈이 있었다. 해탈문이다. 이 문을 통과하면 해탈한다는 뜻일 것이다. 이렇게 기이하게 생긴 바위와 바위틈이 무척 많았다.
올라가는 길은 가파른 계단 길과 완만한 경사길이 있었다. 일단은 계단길을 통해서 힘들게 올라가는 쪽을 선택했다. 인생도 처음에는 힘들게 살아야 하고 그리고 나중은 편하게 사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끝까지 계단이 힘들 수도 있지만 리듬에 맞추어서 일정한 보폭으로 올라가면 그렇게 힘들지도 않다.
그 중간에 입 막고, 귀 막고, 눈 막은 행복한 표정의 부처님 석상이 있었다. 그 밑에 쓰인 법구경의 말씀은 새겨서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들이다.
이렇게 올라가 보니까 탁 트인 바다가 보이고 태양도 더 가까운 느낌이 드는 것이 가슴까지 후련했다.
이제 내려오는 길은 경사 길을 택했다. 그렇게 완만하게 내려가는 것은 누구나 인생길을 완만하게 내려가기를 바라는 바와 같은 것이다.
향일암의 중간에 있는 가게에서는 갓김치와 총각김치 파김치를 팔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즉석에 버무려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시식할 수 있도록 조금씩 접시에 담아 놓았다. 오가는 사람들에게 맛보라고 해서 맛만 보고 가는 사람이 많았다. 안 사도 좋으니 맛만 보고 가라는 말을 하면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실제로 사는 사람은 별로 없고 맛만 보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가게 주인의 얼굴은 밝았다.
향일암은 입장료만 받고 주차장의 주차료는 2시간까지 무료였다. 보통은 2시간 이내에 가니까 입장료만 받는 것이다. 타지의 관광지에 가면 입장료도 받고 주차료도 받는 곳이 있다. 하나만 받아야 한다. 그런 곳은 구경도 하기 전에 불쾌한 마음이 먼저 들고, 앞으로도 좋은 볼거리보다 안 좋은 생각이 먼저 나오게 할 것이다. 너무 돈만 생각하는 것은 천하게 보인다. 향일암에는 넉넉한 인심과 표정이 밝은 분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