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헌공원에 시작한 외씨버선 길은 주왕산 구간을 가지 않고 시작했다.
소현 공원은 조선시대 어진 왕비로 알려진 세종임금 비의 이름을 따서 근래에 청송군민이 조성한 문화공간이다. 그 소헌 왕비의 본관이 청송 심 씨이다.
군 소재지 읍이지만 아침이라서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고 조용한 곳이다.
청송읍 앞으로 흐르는 용전천을 따라 난 도로를 걷다가 보면 건너 바위산에 어름 빙벽을 만들어 놓았다. 자연 빙벽이 아니라 추운 겨울 날씨를 이용해서 바위산 꼭대기에서 물을 흘러내려 얼게 한 인공빙벽이다. 겨울에 적벽을 잘 이용한 것이다.
다리를 건너서 이어지는 수달 생태 탐방로는 오른쪽에는 벚나무가 심어져 있고 왼쪽에는 산수유와 개나리가 교차로 심어져 있다. 봄에 산수유가 피고 다음은 개나리, 또 벚꽃이 피면 아름다운 산책로가 될 것 같다. 용전천을 따라서 길게 이어져 봄철에 이 꽃들이 한껏번에 핀다면 멋진 산책로이다.
그 끝에는 벽절정이 자리하고 있어 멋진 풍광을 뽐내고 있는 곳으로 올라가면 그렇게 높지 않은 산이고 공기가 좋아서 기분이 상쾌하다. 그 고개를 넘어서면 덕천마을이 나온다. 이 덕천마을은 99칸의 송소고택이 있는 마을로서 잘 정비되어 있다.
덕천마을을 지나 다시 용전천을 따라 걷는 길도 걷기 좋은 길이다. 이 길을 걸으면서 너무 편안하고 오늘 좋은 곳에 걷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오늘은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이지만 바람이 불지 않으니까 햇살이 포근하다. 멀리 보이는 들녘은 봄이 오는 것이 보이는 듯하다.
봄이 오는 길을 걸으면서 봄 마중 나온 기분으로 걷고 있다. 모두가 희망으로 보이고 농부들이 일하는 모습도 희망에 부풀어 있어 보인다.
증평 솔밭을 지나도 끝없이 강변을 따라 걷는다. 끝없이 갈 것 같던 강변길이 강을 건너야 하는 곳이 나온다. 강을 건너는 곳에 징검다리로 만들어 놓았는데, 자연석은 아니지만 투박하게 다듬어진 징검다리이다.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단편소설 “소나기”가 생각난다. 그런 다리처럼 자연석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래도 징검다리를 건널 때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다.
징검다리를 건너 작은 마을을 지나면서 작은 재로 길이 올라간다. 이 작은 한티 재도 그렇게 힘들지 않고 넘어가는 꼭대기에 소망의 돌탑이 서 있다. 그렇게 잘 만든 탑은 아니지만, 그 내용이 재미있다. 큰 소원은 안 들어주고 조그마한 소원을 빌어야 하고 아이들의 단순한 소원을 잘 들어준다고 적혀 있다.
청송은 사과밭이 많은 곳인데, 그 많은 사과밭을 지나서 가면 갑자기 갈대밭이 나온다.
이 산골에 갈대밭은 전혀 예상하지도 상상이 가지 않지만, 넓고 긴 갈대밭이 나타난다. 외씨 버선길의 명물이라 할 수도 있은 정도로 잘 가꾸어져 있다.
이 갈대숲이 끝나는 지점이 신기리 느티나무가 나온다. 신기리 느티나무 천연기념물 제192호로 나이는 380년 정도 추정하며 안동장 씨 시조가 심었다고 전해진다. 아직도 동제를 지내는지 금줄이 쳐져 있다.
외씨버선 길 2코스의 마지막이 신기리 느티나무이다.
이 외씨버선 길은 얼마 전에 마친 해파랑길과는 또 다른 맛이 있는 길이다. 차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고 자연과 같이 걷는 길이다. 산길이 나오지만 높지 않은 산길이고 너무 걷기가 좋은 길이다.
해파랑길이 바다와 파도가 있다면 이 길은 조용함과 한가함이 있는 곳이다. 간간이 보이는 농부들은 한가로웠고 봄이 오는 들길은 희망을 피어오르는 길이다.
선거를 앞두고 선전하는 소리와 산불 예방 방송 소리만 없었으면 하는 생각은 들기도 했고, 맑은 공기 속에서 사과밭에 준 퇴비 냄새도 그렇게 좋은 냄새는 아니었다.
해파랑길에서는 고단함과 아픔을 갖고 걸었던 길이어서 나를 돌아보고 생각하는 길이었지만, 외씨버선 길은 걷고 싶어서 걷는 길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서둘지 않고 걸으면서 먼 산을 바라보면서 걷고 있다. 차가 다니는 도로와 같이 가는 길이 거의 없고 한가로운 시골길이다.
신기리 느티나무를 지나서 선택 구간이 있는데 잘 보지 않으면 한참을 갔다가 돌아와야 한다. 청송 한지 체험장 쪽으로 가면 돌아와야 하는데, 신기 1리에서 신기 2리로 가는 길을 잘 찾아가야 하는 곳이다.
신기 2리를 감곡리라고 하기도 하면서 이 감곡교를 건너야 외씨버선 길 3코스로 확실히 시작되는 것이다. 감곡교를 지나면 소나무 보호수가 나오고 다시 마을 길로 들어간다.
마을 길에서 들길로 가다가 산길로 올라간다. 평범한 산길이지만 한참을 올라가면 저수지가 나오는데 그 저수지가 너무 아름답다. 양쪽 계곡으로 물이 고여 있으면 주변의 경치와 버드나무들이 조화를 이루어 한 폭의 수채화이다. 이 저수지가 더 좋은 곳에 위치했다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 같다.
감곡 저수지에서 계속 산길로 가지만, 나지막한 야산 길은 어린 시절에 올라가 놀던 뒷동산을 연상되었다. 멀리는 높은 산이 보이고 나지막한 나무들과 정겨운 산길은 이곳에서도 봄이 오는 것을 느낀다. 말로 표현하지 못한 정도로 좋은 기분과 편안함을 느끼는 산길이다.
이 산길을 넘으니까 수정사가 간판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수정사의 일주문과 옛 노래의 작사자 자취가 있는 곳이다. 고려의 수도 개성 만월대를 보고 지은 “황성 옛터”의 작사자가 이곳에 묻혀 있다고 한다. 그 작사자의 아버지가 수정사의 스님이어서 이곳에 묻혔는데, 죽어서 돌아온 아들을 손으로 흙을 날라서 무덤을 만들었다는 슬픈 사연이 있는 곳이다.
수정사에서 비봉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산 위로 표지판이 가리킨다. 실제는 정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계곡을 따라서 진보 쪽으로 가는 것이다.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은 산을 산허리로 길을 만들었다.
진보가 내려다보이는 매산 정상을 올라서 한참 내려가면 동천지가 나온다. 봄의 저수지는 너무 푸른빛을 하고 있다. 낚시를 금한다는 표지판이 있지만 낚시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동천지를 지나서 진보로 갈 것 같은 예상을 했지만, 다시 비봉산 쪽을 올라간다. 이번에는 계속 올라가는 것이 정상으로 갈 기세이다. 그러나 힘들 정도 올라가서 다시 산허리를 돌아서 내려간다. 이 길은 등산로 겸 임산 도로가 잘 나 있다.
외씨버선 길의 김주영 객주 길은 거의 등산에 가까운 코스이다.
각산 저수지를 지나면 월전이 나온다. 월전 삼거리를 지나서 다시 산으로 올라가서 밑을 보면서 걷다가 보면 고현지가 나온다. 이 고현리가 주변에서 가장 큰 저수지이다.
외씨버선 길은 부지런히 살기 위해서 걸었다.
길을 다시 걷게 된 것은 그냥 조용히 보내는 것보다 몸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집을 나섰고, 그래야 보람도 있고 행복도 온다는 깨달음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해 걸었다. 이번엔 급한 마음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걸었다. 물론 무리하면 안 되고 힘들면 쉴 수 있는 마음으로 걷는다.
세상을 사는 것이 쉽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친절하고 자세를 낮추어서 사는 방법이 참 좋은 것이라고 해파랑 길을 걸으면서 얻은 지혜이지만, 그래도 자신을 낮추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낮추는 것에 무게를 두면 나의 정체성이나 자존감이 상할 수도 있고, 진정한 나를 표현하기에도 적절치 못할 것 같다. 진정한 나의 삶은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는 삶인 것이다. 진정한 나의 삶과 친절한 삶이 조화로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