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씨버선 길가의 이름을 조지훈 시인의 승무에서 나오는 “외씨버선”에서 따온 이름이다.
처음에 시작한 선바위 관광지는 선바위의 자태와 건너편의 남이포의 절벽이 일품이다. 양쪽에 바위가 문처럼 서 있는 절벽 안에는 어떤 무릉도원이 자리할 것 같기도 하고, 무협지에 등장하는 거대한 문파가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든다.
선바위 앞 내를 가로질러 만들어 놓은 석문교는 선바위 옆 동네인 연당리에 “서석지”라는 민간 정원을 만든 분이 정영방이고 그의 호가 석문이다.
석문교를 지나서부터 곧바로 오르막 계단이다. 암벽을 높이가 상당한데 얼마나 올라갈지는 모르지만 처음부터 만만찮은 출발이다.
그런데 올라보니까 잠깐 오르막이고 이내 산길을 잘 조성해 놓았다. 그 작은 산속 길에는 작지만 출렁다리가 두 개나 있고 걷기에 쾌적하게 만들어 놓았다. 그 길을 따라가니까 산촌 박물관이 나왔다. 이곳 영양에 산촌 박물관을 조성한 것은 온통 산인 고장에 어울리는 박물관이다.
산촌박물관을 지나서 다시 주역리를 관통해서 반변천 쪽으로 내려간다. 반변천을 따라서 있는 수로에 덮개를 만들어서 길을 만들어 놓았다. 그 수로 길을 따라가다가 보면 감천교를 지나 산전을 가로질러 넘어가면 천연기념물이 있는 감천 측백나무 수림이 절벽이 나온다. 그 절벽을 바라보면서 들어가는 마을이 감천리이다.
감천리는 위치를 잘 잡은 동네이다. 앞에는 강이 흐르고 뒤는 산이라서 우리 민족이 좋아하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동네이다. 이 동네 가운데에 삼천지라는 연못이 있고 이 주변에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잘 조성되어 있다.
이 동네가 오일도 시인의 마을이다. 서정 시인으로 알려진 오일도 시인의 생가나 시인공원과 문학 테마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지금 걷고 있는 외씨버선 길 5코스가 “시인 오일도의 길”이다. 오일도 시인은 그렇게 많이 알려진 분은 아니고 작품도 많지 않은 요절한 시인이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문학이나 예술을 한 사람들은 높이 평가받아서 그 유적이나 자취가 잘 조성되어 있는 경향이 많다.
외씨버선 길을 걸어 보니까 오일도 시인도 평가를 충분히 받은 문인 중에 한 명인 것 같다.
감천에서 내려와 반변천을 따라 걷다가 보면 반변천이 돌아가는 물길을 따라 암벽 밑에 예전엔 신작로를 만들어서 차들이 다니던 길이 있었다. 지금은 우회 도로를 만들어서 그 암벽 밑 도로는 수 십 년 전에 폐쇄되었다. 수십 년이 지나도 그 도로는 그대로 있거나 흔적이라도 있을 것 같아서 찾아보았지만, 그 옛 신작로는 간 곳이 없고 암벽 밑에는 반변천만 흐르고 있다. 그곳에 옛 신작로가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 외에는 길이 있었다는 것을 상상도 못 하는 자연 절벽만 있다. 인공적으로 만든 신작로도 관리를 안 하면 흐르는 물길과 세월이 옛날에 신작로가 없었던 시절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자연의 힘이 무서운 것이다.
반변천이 굽어서 돌아가는 중간에 진막골이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큰 암 벽산 사이에 있어서 지나가면 잘 보이지 않은 마을이다. 이 마을로 들어가면 산길로 외씨버선 길이 만들어져 있다. 원래 있던 길이 아니라 외씨버선 길을 위해서 만들 길이다.
산길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면 영양읍이 한눈에 보이고, 눈이 가는 곳은 모두가 산만 보이는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마치 산이 물결치는 파도처럼 산 너머 산들만 보인다.
영양읍이 내려다보이는 산길을 임산 도로를 따라가다가 길을 잃었다. 길이 막혀서 돌아 나오다가 작은 산속 민가를 지날 때이다. 갈 때는 짖지도 않고 보이지 않던 개가 갑자기 짖으면서 달려드는 것이다. 너무 놀라서 뒤로 물러서면서 엉덩방아를 찢었다.
너무 놀라서 한참 있다가 갑자기 열이 받아서 이번에는 반대로 내가 개를 향해서 전속력으로 돌진했다. 평소 개들은 짖으면 도망가는 사람만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사납게 달려드는 사람은 아마도 처음인 모양이다. 개가 자기 개집으로 급하게 도망가면서 정신이 없어서 개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자기 집 모서리에 머리를 박고 허둥대더니 집으로 들어가 꼬리를 사정없이 내리는 것이다. 간신히 들어간 개집에서 나오지 않았다. 길을 잃고 개에게 화풀이 한 격이다.
한참을 내려오니까 그 개는 다시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산을 다 내려갈 때까지 짓는 것이다. 개 평생 처음 당해서 억울한 모양이다.
산길에서 내려와 영양 읍내로 들어가니까 오늘이 오일 장날이다. 아직도 오전인데 영양장애는 상인도 장꾼도 별로 없이 썰렁하다. 마치 파장 무렵에 느끼는 분위기이다. 계절이 봄이라 꽃모종이 많이 나왔다.
시장을 뒤로하고 한참을 걸어서 다시 삼지 공원으로 넘어갔다. 삼지 못은 원래 외씨 버선길에는 지나지 않지만 도로 공사 관계로 삼지 못 쪽으로 길이 변경되어 있었다.
삼지공원에는 아기 탄생 기념 나무숲이 있다. 영양군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나무를 기념식수하고 그 나무에 아기 이름과 부모들의 당부 글을 써서 붙어 놓은 숲이다. 나무에 붙어 있는 부모의 말씀은 건강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기 바라는 한결같은 부모의 마음이다.
이 숲을 지나면 삼지 수변공원이 나온다. 이곳에 소나무가 명품이다.
다시 산길로 들어가 노루목재를 넘고 산속을 한참 지나면 상원 마을이 나온다. 상원 마을을 지나도 모두가 전형적인 산골의 풍경이다. 차 소리를 듣지 않고 걸을 수 있는 특징이 있는 길이다. 다시 산속으로 들어가서 걷다가 보면 곡강교가 나온다
곡강교를 지나서 도로 옆에 외씨버선 길을 만들어 놓았지만 걷기가 불편하고 길이 경사가 심해서 발목을 조심해야 하는 길도 있었다. 일월면 소재지를 지나서 조금 올라가면 영양 향교가 나오고, 이제부터는 조지훈 생가까지 개울 옆으로 난 길을 걸어가는 길이다. 시골의 조용한 논둑길이고 밭둑길이다. 한가로운 오후 길에는 보이는 사람도 없고 아직 이른 봄이라 들에서 일하는 농부들도 보이지 않는다.
외씨버선 길 6코스는 “조지훈의 문학 길”이다. 영양읍 시장에서 조지훈 마을에 이르는 구간이다. 주실 마을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정비도 잘 되어 있었다.
조지훈 기념관도 너무 잘 조성되어 있었고, 오일도 시인 유적도 잘 정비되어 있었다. 문학을 한 사람을 높게 평가하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지만, 영양을 문향이라고 해서 제대로 대접을 받고 있다. 석포에 있는 살아있는 문인인 이문열 작가의 생가를 가보면 여기보다 훨씬 더 잘 만들어 놓았다. 영양 외씨버선 길을 걸어보면 문학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영양에는 문학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도 있다. 영양 외씨버선 길은 큰 특징은 조용하게 걷는 길이다. 이 길은 산길이 많아서 온종일 산속을 걸어왔지만, 그렇게 높거나 험하지는 않았다.
영양 외씨버선 길을 걸어 보니까, 느끼는 것이 있다. 걷는 길은 역사가 있고 풍광이 좋은 것도 의미 있지만, 걷는 것 자체가 의미이다. 외씨버선 길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 의미이고, 걸을 수 있는 길이 만들어져 있어 걷는 것이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