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은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구분하는데, 내가 있는 숙소는 이스탄불 구시가지에 해당하는 술탄 아흐메트 광장 부근이다.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상당히 일찍 나왔는데 관광객들이 붐비고 술탄 아흐메트 광장은 사람들이 많았다.
날씨는 아직 춥다는 느낌이 들었고 거리에 사람들은 머리가 흰 동양인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있다.
술탄 아흐메트 광장
술탄 아흐메트 광장에는 곳곳에 경찰들이 서 있고 테러 대비를 하는 느낌을 받았다.
환전한 터키 돈이 바닥이 나서 ATM기에서 신용카드로 현금을 뽑으려고 해도 읽을 수가 없어서 매번 실패했다. 그래서 모여 있는 경찰에게 부탁을 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모른다고 했다. 현금을 요구하는 곳이 많은 것 같은데 현금을 뽑는 것이 문제이다.
일단 어제 타고 온 지상철을 이용해서 갈라타 다리로 갔다. 전에 TV에서 본 대로 다리 위에 낚시하는 사람은 많았다. 실제로 이 다리는 이렇게 낚시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관광객이 오고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낚시하는 사람들은 거의 나이가 많은 터키인인 것 같다. 한참을 보니까 고기가 제법 잘 잡히고 있었다. 다리를 두 번 정도 왔다 갔다 했는데 무엇을 찾기 위해서다.
고등어를 넣은 케밥을 먹고 싶었던 것인데, 그런 가게가 보이지 않았다. 갈라타 다리 양쪽 어느 쪽에도 보이지 않았지만, 이 케밥을 꼭 먹고 싶었다.
그러다가 이스탄불의 바다를 투어 하는 유람선을 탔다. 가격은 저렴하고 상당한 시간을 타면서 바다에서 아스 탄불의 주요 건물이나 전경을 볼 수 있었다.
유람선에서 멀리 보이는 산속에 잘 지은 집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을 보면서 잘 사는 사람은 어디 가도 있는 것 같다. 더 좋은 집은 바닷가에 있는 대저택으로 바로 앞에 요트가 정박되어 있는 모습이 영화에서 봤던 상류층이 사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이스탄불을 옛날 사원도 많고 성이나 건축물 구조가 그렇게 높지도 않으면서 잘 꾸며져 있다. 멀리 보이는 신시가지는 높은 빌딩이 올라 간 것이 보이기도 했다.
투어를 마치고 배에서 내리니까 고등어 냄새가 났다. 유람선 선착장 부근에서 고등어 케밥을 팔고 있었는데 유람선을 타기 전에 없었던 것은 점심때가 되지 않아 아직 영업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고등어 케밥은 주로 노인들이나 관광객이 찾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먹어 보니까 비린내는 심하지 않았지만, 빵이 딱딱하고 그렇게 맛이 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 케밥을 먹고 가지 않으면 후회될 것 같았는데 먹어서 다행이었다.
다음에는 갈라타 탑으로 올라갔다. 길은 안내판을 읽을 줄 모르니까 어떻게 할 수는 없고 높이 보이는 탑 쪽으로 걸어가니까 사람들이 많이 가는 쪽이 있었다. 아마도 갈라타 탑으로 가는 것이라 추측하고 따라 올라갔다. 올라가니까 줄이 탑을 한 바퀴 돌고도 또 길게 느려서 있다.
나도 줄을 섰다. 여행은 이렇게 기다리는 것이라 생각하고 느긋한 마음을 갖는다. 그런데 한참을 서 있어 보니까 사람들의 손에는 티켓이 들려 있었다. 입장권을 파는 곳이 다른 곳에 있었다. 다시 입장권을 구입해서 처음부터 줄을 다시 섰다. 여기서도 기다리면서 낯선 사람들이 표정이나 모양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갈라타 탑에 올라가 보니까 갈라타 다리가 바로 밑으로 보이고, 이스탄불이 모두 보였는데 큰 도시였다. 이스탄불은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바다 사이에 둔 1600만 명의 인구를 가진 끝이 보이지 않는 도시였다.
아침에 너무 일찍 나와서 문을 열지 않았던 하기아 소피아 성당에 들어갔다. 이곳은 입장료를 받지 않았고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하기아 소피아는 비잔틴 제국에서 성당으로 지어졌다가 오스만 제국에 정복되면서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된 성당이다.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하면서 성당을 상징하는 모자이크에 회칠을 해서 개조했지만, 그 회가 떨어져 나가면서 성당 흔적도 보이는 성당과 이슬람 사원이 섞인 묘한 성당이다.
그 규모가 너무 웅장하고 커서 천정이 너무 높이 올려 다 보였다.
이곳은 이슬람을 믿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았고, 가장 중앙에 있는 앞 장소는 남자들만 들어가 있었다.
신기해서 계속 지켜보았지만, 남자만 들어오고 히잡을 쓴 여자들은 들어오지를 못하고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유심히 살펴보니까 성당 안 좌측에 약간 컴컴한 곳에 여자들만 모여서 기도하는 것이 보였다.
이슬람 교리는 남녀 구분이 확실한 것 같았다.
건너편에 있는 블루 모스크는 아침에 굳게 닫혀 있던 문이 열려 있었다. 공사가 한창이었다.
블루 모스크는 하기야 소피아 성당을 마주 보면서 있는 사원으로 사원 내부가 파란색과 녹색 타일로 장식되어 있어서 블루 모스크라고 불리고 있다.
이슬람 사원으로는 대표적인 사원으로 술탄 아흐메트 1세 때 지어진 건물로서 지금도 이슬람 사원으로 예배하는 곳이다. 이곳에 출입하려면 여자는 히잡을 쓰고 반바지는 입고는 못 들어가는 곳이다.
공사 중인 블루 모스크
돌마바흐체 궁전을 가고 싶은데 영어를 못하니까 물어볼 수도 없고, 어디 있는지 대략적인 위치조차도 알 수 없어서 인터넷에 검색하고 인터넷 지도를 보고 위치를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만일에 와이파이가 되지 않은 곳에 있다면 아무 곳도 가지 못할 것 같다.
인터넷 검색 결과는 탁심 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탁심 광장까지는 지상철을 이용해서 다닐 수가 있으니까 광장까지 가서 찾아가려고 했다. 광장에 도착해서 휴대폰 앱 중에 구글 지도를 처음으로 딸이 가르쳐 준 대로 돌마바흐체 궁전을 넣어서 해보니까 1.7Km 나왔고, 걸어갈 수 있게 안내해 주었다.
도착해 보니까 입장하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역시 기다리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야 구경할 수 있는 것이다.
입장료는 현금으로만 받았다. 한 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현금이 없으면 곤란하니까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오스만 제국의 황제들이 사용했던 궁전으로 원래 목조 건물이었으나 1800년도에 다시 석조로 재건된 바닷가에 위치한 아름다운 왕궁이다.
지금은 공사 중이어서 외부의 정원이나 바다를 같이 보는 뷰는 볼 수가 없어서 아쉽다.
궁전은 술판의 왕궁답게 너무 웅장하고 내부가 미로같이 방과 응접실로 되어 있고, 바닥은 양탄자가 깔려 있었다. 특히 목욕탕에 품질 좋은 대리석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것이 놀라웠다.
궁전 입구에 있는 시계탑도 유명하다고 한다.
탁심 광장으로 돌아와서는 넓은 광장에 따뜻한 햇볕을 즐기는 젊은이들 옆에 앉아서 오랫동안 같이 앉아 쉬면서 지나가는 사람 구경을 했다.
젊은 사람이 많이 다니고 특히 여자들은 모두가 이목구비가 뚜렷한 것이 미인들이고, 탁심 광장에 개들이 무척 많았다. 개들이 광장에서 다니지 않으면 누워서 지내는데, 젊은 여자들이 귀여워하고 먹을 것도 주는 것 같았다. 개들이 무서울 정도로 큰 개들이어서 동양인들은 경계를 하면서 지나가지만, 여기 사람들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다닌다.
탁심 광장에서 유일하게 동상이 서 있다. 오늘의 터키를 만든 탁심을 기리기 위해서 만들었는데 한 사람만 조각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탁심을 중심으로 수많은 사람의 군상을 조각한 동상이다. 터키는 이슬람 문화이므로 우상을 숭배하지 않기 때문에 동상이 없다고 한다. 유일하게 탁심의 동상이 있지만, 혼자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같이 조각되어 있다.
탁심 조각상에서 시작되는 탁심 거리는 저녁이 되자 사람들이 무척 많아졌다. 서울의 명동거리가 연상될 정도이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동양인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 탁심 거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아이스크림을 파는 가게인데, 주는척하다가 안 주고 약을 올리는 것이 재미있어서 한참을 구경했다. 그리고 입구에 있는 케밥 가게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 먹고 있었다.
이스탄불에는 처음에는 몰랐는데 술을 파는 곳이 별로 없는 듯했다.
슈퍼나 작은 가게에도 술은 취급하지 않고 술을 볼 수 있는 곳은 식당에서 맥주가 더러 보이고 있었다. 그런 맥주를 취급하는 음식점도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종교적인 이유로 이 나라는 술을 거의 먹지 않으니까 술에 취한 노숙자나 취객은 전혀 볼 수가 없었다. 술을 먹고 싶지만 먹기 힘든 나라이다. 치안은 어떤지 모르지만, 취객은 전혀 없어서 공연히 소리 지르는 사람은 없었다.
톱카프 궁전은 하기야 소피아 성당 뒤편에 있었다.
보려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오래 기다리는 수고는 감수해야 했다. 입구부터가 화려하고 여기도 바다가 보이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갈라타 다리가 한눈에 들어오고 바다 위에 다니는 유람선이 잘 보이는 곳이다.
톱카프 궁전은 술탄 아흐멧이 거주하던 곳으로 아름다운 정원과 그 유물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오래 왕궁답게 아름드리나무가 많으면서 고목이 되어 죽어가는 나무도 그 크기가 엄청난 것이 있었다.
아직 죽지는 않은 고목
단체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많은데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전혀 구분이 되지 않고 서양인과 중동인은 얼굴에서 구분이 되고 물론 동양인은 확연히 구분된다. 코로나 시국이지만 동양인이나 노인들 외에는 마스크를 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터키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는 그랜드 마자르 시장에 갔다. 이곳도 인터넷에 검색을 하니까 그렇게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방향만 잡고 계속 가니까 사람들이 많아지는 곳이 있었다. 그쪽으로 가보니까 시장이 나왔고 시장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그 점포도 다양하고 양탄자와 금은방이 많이 보이고 도자기와 옷을 파는 점포가 무척 많았다. 시장 입구에서는 여전히 호객행위는 많이 하고 있었다.
이스탄불은 아직 세련되지 않은 관광지이지만, 사람들이 넘쳐 나는 것 같다. 시장에서는 바쁘게 사는 것 같은데, 갈라타 다리 위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처럼 한가하게 노는 것 같이 여유가 있는 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