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산티아고 순례길 13일차

by 안종익


아침놀이 붉게 물든 하늘을 뒤로하고 길을 나섰다.

KakaoTalk_20220601_001657063.jpg?type=w1

넓은 평지의 바람을 피해 계곡에 마을이 만들어진 혼타나스 마을에서 계곡 위에서 다시 올라와 평지로 갈 줄 알았는데, 계속 계곡으로 난 길을 따라서 간다.

계곡이지만 넓은 밀밭들이 있고 도로도 잘 만들어져 있다.

이태리 포플러가 가로수이고 우리 시골 마을 같은 풍광을 가진 도로와 밭들이 아침 햇살을 받아서 정겨운 모습이다.

KakaoTalk_20220601_001657063_01.jpg?type=w1

이런 풍경을 보면서 아무도 없는 길을 조용히 걸어가는 내 모습이 내가 상상해도 여유롭고 넉넉한 모습일 것이다.

처음에 나타난 것이 마을이 아니고 오래된 성당이 나왔다.

KakaoTalk_20220601_001657063_02.jpg?type=w1

그 옛날에는 화려했을 것 같으나 지금은 허물어지고 그 모양만 남아 있다. 그래도 이런 곳에 이런 규모의 성당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 벽면에 조각들이 많이 있지만 거의 마모되거나 훼손되어 있다.

한참을 오려다 보다가 다시 길을 걷지만, 그 주변에 민가는 하나도 없는 벌판이다.


밀밭에 양귀비가 피어 있는 곳이 있고, 없는 곳이 있다. 양귀비를 일부러 가꾸는 것이 아니라 잡초처럼 밀밭에 나는 것이다.

밀밭을 잘 가꾼 곳은 양귀비꽃이 없지만, 양귀비꽃이 나도록 그냥 방치한 밭은 온통 붉은 꽃밭이다.

순례객을 위해서 관상용으로 밭에 양귀를 재배하는 것으로 생각도 해 보았지만,

양귀비가 하나도 없는 밀밭,

KakaoTalk_20220601_003906683.jpg?type=w1


조금만 있는 밀밭,

KakaoTalk_20220601_001657063_04.jpg?type=w1


상당히 많이 있는 밀밭이 구분되니까

KakaoTalk_20220601_001657063_03.jpg?type=w1

아마도 양귀비를 재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밀밭을 잘 가꾸지 못한 곳에 양귀비꽃이 잡초처럼 자라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어떤 밭은 온통 양귀비를 재배한 것처럼 온 밭이 붉은 밭이 있다. 그 밭은 순례객을 위해서 그렇게 조성했는지 알 수 없다.


멀리 마을이 보인다.

오뚝 솟은 산 아래 조성된 마을이다.

KakaoTalk_20220601_001743765.jpg?type=w1

그 산 아래 둘러 가면서 제법 큰 마을인 것 같다.

가까이 가면서 먼저 보이는 것이 성당의 종탑이다. 종탑이 보이면서 그 산 위에 바위로 보였으나 가까이 가니까 돌로 만든 성이다.

KakaoTalk_20220601_001743765_01.jpg?type=w1

그 산 위에까지 돌을 운반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마을은 규모가 크고 순례길은 대리석으로 잘 만들어 놓았다.

마을을 지나니까 앞에 큰 언덕이 서 있다. 순례길은 보통 언덕이나 산이 나오면 오르막을 오르지 않고 옆으로 평탄한 길을 갔었지만, 이번에는 돌아가는 길이 멀어서 언덕을 올라갈 것 같다. 역시 예상대로 언덕을 올라간다.

KakaoTalk_20220601_001743765_02.jpg?type=w1

힘든 언덕을 순례자들은 묵묵히 오르고 있고, 자전거로 순례하는 사람들은 이 언덕을 죽을힘을 다해서 오르고 있다.

KakaoTalk_20220601_001743765_03.jpg?type=w1

언덕에 올라보니 지나온 마을이나 넓은 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가슴이 확 트이는 기분이 들고 정상에는 순례길을 상징하는 석탑이 서 있다.

KakaoTalk_20220601_001743765_04.jpg?type=w1

특히 방금 지나온 마을이 산 아래 잘 자리하고 있다.


언덕 위에서도 한동안 평지가 이어지다가 한참을 가다가 내리막이 나온다.

KakaoTalk_20220601_001743765_05.jpg?type=w1

그 반대편 아래에도 넓은 평야 같은 대지가 펼쳐져 있다.

KakaoTalk_20220601_001743765_06.jpg?type=w1

이제 내리막을 내려가서 다시 끝없이 이어지는 밀밭을 걸어간다.

KakaoTalk_20220601_001743765_08.jpg?type=w1

밀밭은 이제 익어서 황금빛을 내는 곳도 많이 보인다.

KakaoTalk_20220601_001743765_07.jpg?type=w1

그런 밀밭을 기약도 없이 계속 걸어간다.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밀밭이다. 그래도 바람을 불어주어서 시원하기는 하지만 너무 지루한 길이다.

쉴 곳도 없는 밀밭을 걸어가다가 멀리 나무숲이 있어서 그곳만 바라보고 걸어갔다.

KakaoTalk_20220601_001906912_01.jpg?type=w1

그곳에서 쉬어 갈 생각으로 걸음을 빨리해서 가보니 쉴 수는 있지만, 노점상이 자리하고 있다.

힘이 드니까 게이치 않고 쉬면서 신발을 샌들로 바뀌어 신었다. 이번 순례길에서 샌들의 덕을 많이 보고 있다. 일단 가벼우니까 좋고 발이 편해서 더 좋은 것이다.


오늘은 별다른 생각 없이 오직 걷기만 하기로 했다. 가끔 들판의 풍광을 감상하지만 매일 보는 그 풍경이다. 때로는 걷는 발을 보기도 하고 멍한 상태로 발만 옮겨 놓는다.

KakaoTalk_20220601_002136219_01.jpg?type=w1

앞에 가는 서양 여자분의 엉덩이가 너무 큰 사람이 있다. 그런 육중한 몸도 계속 걸어가는 것을 보니까 관절이 아마도 튼튼한 것 같다.


노점상을 지나서도 십 리 이상을 밀밭 사이로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갔다.

그다음에 큰 다리가 나오고,

KakaoTalk_20220601_001906912_04.jpg?type=w1

다리 위에서 흐르는 강을 보니까 연어떼가 한 가로니 놀고 있고 물도 깊고, 량도 많았다.

KakaoTalk_20220601_001906912_05.jpg?type=w1

다리를 지나서 우측으로 돌아서 가니까 나무 숲길이 아치를 만들어서 걷기가 시원한 길이 나왔다. 이런 길 같으면 아무리 걸어도 지치지 않을 것 같다.

KakaoTalk_20220601_001906912_06.jpg?type=w1

멀리서는 밭에 물을 뿌리고 있고, 여기 밭에는 물뿌리는 시설을 거의 설치되어 있다. 이제 농사는 어디를 가도 기계와 시설이 없으면 되지 않는 것 같다.

KakaoTalk_20220601_001906912_07.jpg?type=w1

이 넓은 대지에 수 만평의 밭에 곡식들이 자라고 있지만, 농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간간이 농기계들은 다니는 것을 본 적은 있다.


또 큰 마을이 나왔다.

그 마을 입구에 벽에 무슨 글씨를 쓰고 벽화가 그려져 있다. 이제까지 본 낙서나 벽화와는 달리 깔끔하다. 그 벽화를 뒤로하고 사람들이 사진을 찍는 것을 보니까 순례객에 대한 좋은 말을 써 놓은 것 같다.

KakaoTalk_20220601_002111431_01.jpg?type=w1

다시 마을을 가로질러서 순례길을 계속 걸어간다.

오늘 목적지까지 10Km 남았다는 표시를 보았다. 그리고 산티아고 순례길이 424Km 남았다는 표시도 보았다. 800Km의 순례길에 상당히 온 것이다.

KakaoTalk_20220601_002111431_03.jpg?type=w1


목적지까지 이제 지루해지는 시간이다. 아무리 가도 줄어지지 않는 길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다. 끝이 보이는 곳까지 생각 없이 순례객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걷다가 지친 사람은 그 자리에서 서서 쉬다가 다시 걷는다.

KakaoTalk_20220601_002111431_04.jpg?type=w1

지금 같이 걷는 사람들은 오늘 어디서 출발했는지는 본인만 알겠지만, 이때쯤이면 다음에 나오는 마을에서 하룻밤같이 쉬었다가 갈 가능성이 많다. 그러니 지금 같이 가는 사람들이 오늘 밤 같이 보낼 사람들이다.

KakaoTalk_20220601_002111431_05.jpg?type=w1

길고 멀게만 보였던 오르막에 도착하면 오늘 묵어갈 마을이 보일 줄 알았는데, 보이는 것 밀밭 들판이다. 그렇다 10Km가 그렇게 가까운 거리는 아니다.

다시 끝없는 밀밭 길을 걸어가니까 멀리 성당의 모습이 밀밭 끝에 보이는 것 같다. 아마도 그 마을이 오늘 묵어갈 곳일 것 같은데, 그래도 가봐야 아는 것이다.

KakaoTalk_20220601_002111431_08.jpg?type=w1

마을에 도착했다. 지쳐서 더 걷기가 싫은 상태이다. 다행히 이 마을이 오늘 묵어갈 마을인 “보아딜라”이다. 알베르게는 마을의 성당 부근에 있으니까 그곳을 걸어갔다.

KakaoTalk_20220601_002111431_09.jpg?type=w1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산티아고 순례길 12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