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15일차

by 안종익


알베르게 중에서 보기 드물게 친절한 곳에서 하루를 묵고 출발은 한다.

숙소 바로 앞에는 성당이어서 성모 마리아 상이 볼만했다. 어제저녁에 촬영한 것인데 주변 분위기를 이 마리아 상에 집중시키는 조형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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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숙소를 벗어나 걷는 순례길은 직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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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는 가로수이고 다른 쪽에는 밀밭이 이어지는 구간이다. 이 구간이 가장 단조롭고 풍경도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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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촬영해 놓으면 거의 비슷해서 구분이 안 된다고 하는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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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은 17Km 가 직선 밀밭 길이니까 그냥 생각 없이 걷다가 쉼터가 나오면 쉬고 다시 걷기만 하는 길이다.

종교인 순례자들에게는 옛 성인을 생각하는 기회가 되겠지만, 비신자에게는 같은 모양의 단순한 한없이 지루한 길이다. 걸어도 걸어도 보이는 것은 밀밭이고 하늘이다.


하늘에 검은 구름이 한곳에 몰려있다. 소나기라도 뿌릴 기세이다.

실제로 구름이 무거워 보인다. 멀리 보이던 구름이 갑자기 소나기가 오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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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비옷을 입고 걸어가는데 비옷에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정답게 들리는 것 같은데, 옛 순례객들은 갑자기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면서 걸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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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고 다시 검은 구름은 사라지고 맑은 하늘에 뭉게구름이 보인다. 다시 끝이 가물거리는 밀밭 길을 걸어간다. 이 길은 걸어도 줄어들 것 같지 않은 길이지만 그래도 기계적으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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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내리쬐는 길을 혼자서 아무 생각 없이 걸어간다. 햇볕은 강하지만 바람이 불어주어서 걷는 데는 지장 없지만 밀밭만 보이고, 너무 넓은 하늘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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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림자를 동행 삼아 끊임없이 걷고 또 걸었다. 왜 걷는지 생각도 할 필요도 없고 길이 있으니까 걸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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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검은 구름이 몰려있는 구간이 머리 위에 떠 있다. 오늘은 하늘의 구름이 뭉쳤다가 다시 흩어지고 각가지 모양의 조화를 부린다. 하늘의 구름이 미세먼지도 없이 변화하는 것을 보니까 스페인은 중국과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인 것 같다.


머리 위에 검은 구름은 그냥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잠시 비를 뿌리다가 다시 옅은 흰 구름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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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지평선만 보이더니 멀리 마을의 종탑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온 길이 밀밭만 계속되는 17Km를 걸어온 것이다. 그 사이에 마을이나 어떤 건조물도 없이 오직 끝없는 밀밭 지평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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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이 길을 걸었을 순례자들도 끝도 보이지 않는 직선 길을 걸었으면 깨달음과 돈독한 신앙심을 마음에 다졌을 것이다. 이 지루한 구간에서 오늘날 순례자들은 무엇인가 생각을 한다고 하는데 나는 별로 생각나는 것은 없고 지루하고 다리 아픈 구간이라는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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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마을을 만났는데 머물지도 않고 계속 걸었다.

마을을 지나서 걸어보니까 지금까지 와는 다르게 다시 도로 옆을 지나는 순례길이다. 그 순례길을 걷는 것보다 도로 옆으로 걷기로 했다. 이 길은 차가 그렇게 많이 다니지 않고 간간이 지나가는 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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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옛 순례자들이 다니던 길이 도로가 되었을 것이고, 그 길이 이제 차가 다니니까 순례길로는 적당하지 않으니까. 도로 옆에 새로운 순례길을 만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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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도로 옆 순례길이 소음도 많고 별로 안 좋은 길이지만, 끝없는 밀밭 길이나 걷기 좋은 산길보다 실제로는 옛 순례자들이 다니던 길에 가까운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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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순례 길보다는 도로 갓길을 걸어갔다.

순례길을 자갈길이지만 도로 길은 평편해서 걷기가 더 좋았고, 순례길과 나란히 가기 때문에 길을 잃을 염려도 없기 때문이다.

도로 길을 따라 걷다가 보니까 다음 마을이 나왔고, 다시 그 도로 길을 계속 가니까 오늘 유숙하려고 한마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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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아직도 정오를 넘지 않아서 오늘은 더 걷기로 마음을 먹고 유숙하려고 한마을 벤치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은 배낭에서 준비한 빵과 참치 통조림을 빵 사이에 넣어서 먹으니까 든든한 한 끼가 된다. 사실 벌써 집을 떠 난지 두 달 가까이 되지만, 아직도 김치나 된장 생각이 나지 않고 어느 나라 음식이든지 입에 맞지 않는 것이 없다. 일단은 여행자의 조건에 하나는 맞은 것이다.


다시 걷기 시작해서 다음 마을까지 별로 힘들지 않게 도착했지만, 이 마을에서는 별로 묵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아 다음 마을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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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가면서 본 밀밭은 벌써 황금빛을 띠고 있다. 처음 밀밭을 볼 때는 푸른 밀밭이었는데 걷기 시작한 지 보름이 지나고 보니까 밀들도 익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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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면서 한없이 여유롭고 싶어서 들판도 보지만, 하늘의 구름을 보면서 마음이 후련함을 느낀다. 구름 모양이 제각각이지만 계속 변하는 것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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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보이는 것은 넓은 들판과 하늘만 보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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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모양만 보아도 지루하지 않을 정로 맑은 하늘과 구름들이 떠 있다. 이렇게 흰 구름만 떠 있지만, 어느 순간에 검은 구름이 몰려올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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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이 376Km 남았다는 표시가 보이는데 벌써 반 이상 온 것이다. 아마도 이제는 끝까지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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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밀밭 길을 걸어가다가 밀밭 사이로 보이는 마을이 있다. 오늘은 그 밀밭 사이 마을에서 묵어갈 생각을 하고 마을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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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걸을 수는 있지만, 너무 급하게 걷는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그 말에 느낌을 받았다. 이 순례길을 빨리 걸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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