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에만 있는 독특한 순례길 표시
어제는 알베르게를 찾는다고 레온 시내에서 많이 걸었다.
바로 옆에 있는 알베르게를 돌고 돌아서 찾아온 것이다. 많이 걸으면 피곤해서 쉽게 잠이 들고 아침에도 그렇게 일찍 일어나지 못했다.
아침에 눈을 뜨니까 평소에 나갈 준비를 하는 시간이다.
일어나기 전에 언 듯 생각나는 것이 순례길이 끝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을 하는 것이다. 그 순간에 그런 걱정을 왜 하는지 하는 생각과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것이 강하게 마음에서 일어난다. 이전에는 그러지 않았는데, 걱정을 앞서 하는 것을 오늘 아침에는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그동안 걸으면서 현재에 충실하자는 것이 조금 훈련된 것 같기도 하다.
“현재를 즐겨라”것은 어렵고 “현재를 살아야 한다"라는 것으로 정리하고 싶다.
현재 슬픈 일은 슬퍼해야 하고, 힘든 일은 온 힘을 다해서 그 일에 애를 써야 한다. 물론 기쁜 일이나 즐길 일이 있으면 즐기면 되지만, 오직 현재 일어나는 일에 열심히 하는 것이다.
현재를 즐기는 차원은 보통 사람의 차원이 아니고 인생을 달관한 성인들의 차원이다.
미래나 과거를 생각하지 않고 현재를 열심히 살면 되는 것이다. 현재 사는 것을 좀 더 마음 편하게 사는 방법은 감사하면서 사는 것이다.
아침에 레온 시내를 나오는데 아직 가로등이 있는 시내를 걸었다.
시내는 생각보다는 훨씬 커서 한참을 걸어도 시내를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 걷는다. 시내를 완전히 벗어나는데 한 시간 반이나 걸었다. 물론 큰 도시 순례길 표시는 잘 찾지도 못하고 신경을 쓰지 않으면 잃어버리기 쉽다.
이번에도 이른 아침에 청소하는 아저씨들에게 “카미노”를 몇 번이나 물어보고 걸었다.
시내를 벗어나는 곳에 소박하게 순례자의 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시내를 벗어나서부터는 도로와 같이 가는 순례길이 기본이면서 도로 위로 가는 길도 상당히 많다.
차가 다니는 도로와 완전하게 분리된 순례길은 없었다.
순례길 옆에 성당의 종탑 위에 새가 완전히 점령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그 밑에는 순례자의 모형도같이 서 있다.
지루한 도로 옆 순례길을 걸어가면서 제법 큰 마을을 몇 번 지냈지만, 사람은 거의 다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오직 도로에 차만 속도를 높여서 달리도 있다.
순례길에서 조용한 밀밭을 한없이 걸어도 힘은 들어도 의미를 만들 수는 있지만, 도로 옆에 순례길을 걸으면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왜 이런 길을 걷는지 의구심이 든다.
도로 옆으로 난 순례길을 걸으면 차의 소음이 심해서 생각하는 순례길이 아니라 소음공해 길이 되어서 걷기가 너무 힘들다.
여기는 직선 길이라서 차들이 속도를 엄청 내면서 다리고 있고, 오늘 걷는 순례길의 도로는 차들이 쉴 새 없이 다니는 것이 아니라 달리고 있다.
이런 길을 걸으려고 이곳까지 왔다면 후회할 일이다. 앞으로 걸을만한 길이 나오길 기대하지만, 이런 길이 며칠간 계속되고 있다.
동해안 해파랑길도 도로와 같이 가는 길이 많지만, 이 정도로 시끄럽지는 않다.
사실 나는 이곳에 오기 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생각은 없었다. 이 길을 목적으로 오지는 않았으니까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해파랑길도 걷고 왔기 때문에 이 길을 걷고 싶은 욕심은 없었지만, 이왕 항공료는 들었고, 스페인에 여행 왔으니까 걸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시작했으니까 끝까지 걸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걷는 순례길은 모두가 생각하는 스페인 시골길의 한적하고 조용한 순례길이 아니라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분잡한 도시의 시끄러운 도로 옆길이다.
오늘은 목적한 곳보다 8Km를 더 가서 유숙한 예정이다.
오늘 걷는 도로 길에는 특별한 가로수도 없고, 아카시아 나무도 있고 다른 나무도 있는 자연적으로 난 가로수이다. 이곳을 관리하는 단체에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오늘은 운이 좋았는지, 도착한 마을은 지금 축제가 한창이다.
축제 이름은 모르지만 이 지역 사람들이 모두 나와서 즐기는 것 같다.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갖가지 축제 복장을 하고서 즐기고 있다.
알베르게를 찾는 것도 잊고서 잠시 구경을 했다.
축제란 좋은 것 같다. 오늘 길이 짜증이 났지만, 축제 구경을 하다가 보니까 기분이 완전히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다. 같이 들어가 춤이라도 추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이고 사실 내가 여기서 춤을 춘다고 해서 누가 흉볼 사람도 없고 여기 사람들은 이방인이 같이 춤을 추니까 더 신이 날 것이다.
여행을 하면서 가끔 점잖은 사람이 춤추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여행은 즐기는 것이다.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가 그래도 축제 복장을 한 이곳 연인들과 사진을 두 번이나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