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아침에는 쌀쌀한 기운이 있다.
순례객 대다수가 겉옷을 입고 출발을 한다. 가면서 날씨가 더워지면 반팔로 가는 것이다.
날이 밝아오는 마을들은 시골에 농사하는 마을 모습이다.
오늘은 처음부터 시골길로 순례길이 시작하더니 제법 높이가 있는 고갯길로 순례길이 이어지고 있다.
고개를 넘어서니까 또 다른 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에서도 간밤에 유숙한 순례객들이 이제 막 순례길을 출발하려고 이 마을 알베르게 에서 나온다. 모두가 만나면 첫인사는 “부엔 카미노”이다. 마을을 지나서 다시 고개로 올라간다. 별로 높지 않은 고개이지만 황톳길이라서 걷기가 좋은 길이다.
높지 않은 정상에 십자가는 자리하고 있다.
아침 일찍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이 모양도 갖가지이지만, 걷는 모습에서 차이를 보이기도 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옛 믿음의 성인들이 발자취를 돌아보면서 그 길을 따라 걷던 옛 순례객들을 생각하면서 성지순례와 본인들의 믿음을 돌아보는 순례객이 많을 것이다.
또 살아온 인생을 회고하면서 나머지 남은 인생도 정리하려고 걷는 노인분들도 있을 것이다.
어떤 아픔을 가지고 이 길을 걸으면서 마음의 치유를 얻고 전환의 기회를 만들려고 걷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순례길을 즐기기 위해서 걷는 사람들은 걷는 자체와 주변의 환경과 알베르게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모두 즐거운 순례길이 될 것이다.
오직 걷기 위해서 오는 순례객들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좋은 트레킹 코스도 별로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유명한 길이니까 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이런 사람들은 100Km부터 순례길 인증서를 준다니까 100Km 즈음에 많이 나올 것 같다.
나는 이 길을 걷기 위해서 걷기도 하지만, 잊고 싶은 것도 있고 새로운 무엇을 찾기 위해서 걸으니까 복합적인 것 같다.
아마 순례길을 걷는 이유가 여러 가지 겹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 순례길이다.
십자가 고개를 지나서 다시 황톳길을 걸어간다.
밀밭과 산 사이에 길은 다시 오르막으로 오른다.
다시 내려가면서 보이는 것이 멀리 산이 보이는 것이다. 지평선만 보다가 산을 보는 것이 오랜만이다. 다시 오르막으로 올라가면서 왼쪽에는 아직 익어가는 밀밭이고 밀밭 너머는 지평선이다.
다시 내리막이 나오면서 양쪽은 소나무 숲길이다.
이제 세 번째 오르막이 나오면서 정상인 것 같은데, 이곳에 어김없이 십자가가 있다.
십자가 있는 정상에서 내려다보니까 큰 도시가 보인다.
이곳은 아스토르가 라는 도시로 멀리 산도 보이고 넓은 벌판을 가진 살기 좋은 곳인 것 같다.
도시 입구에 순례객이 물을 마시는 조형물이 인상 깊게 만들어져 있다.
조형물을 지나서 도시의 중심이 되는 성당으로 가는 길은 상당히 먼 거리이다.
가는 길에서 가족 순례객을 만났다.
짐을 가득 실은 변형된 유모차에는 어린 딸이 타고 있고, 그 유모차는 아빠가 끌고, 엄마는 큰 배낭을 메고 두 남자아이를 데리고 걷는 가족 순례 행렬이다.
가족 순례객들의 표정에는 한없는 즐거움과 만족한 얼굴을 하고 있다. 이렇게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순례에 나선 부부의 용기가 대단하다. 이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면 소중하고 큰 추억을 갖는 것이다. 이 가족처럼 움직이고 행동해야 무엇인가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스트르가 시내에 들어가면서 성당을 오르는 길에서 다시 한번 가족 순례객을 만났다. 아빠는 힘들게 수례를 밀고 있고 엄마는 수례 속에 아기에게 신경을 쓴다. 옆에 두 아들은 지팡이를 짚고 걷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시내 정상에는 257Km가 남았다는 표시인 것 같은 표지석도 있지만, 표지석마다 숫자가 달라서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그러나 200Km 중반 정도 남은 것 같다.
아스토르가 대성당은 두 개의 종탑으로 만들어져 있고 규모가 제법 큰 성당이다. 이 정도의 크기면 큰 성당에 속하지만, 워낙 큰 성당을 봐서 그런지 놀라지는 않았다.
이 도시에 오기 전까지의 순례길은 도로 옆이 아니라 한적하고 조용한 길이었다. 어제 걸었던 도로 옆길과는 다른 걷기 좋은 길이었다.
옛 순례자들이 걷던 길은 마을과 마을 사이를 가장 가까운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 길이 수백 년이 지나서 큰 길이 되고 지금은 아마도 도로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도로 옆길이 소음은 많지만 실제로는 옛 순례자가 걷던 순례길에 가까운 길이고, 걷기 좋고 한적한 길은 시간이 지나면서 도로를 피해서 만든 변형된 순례 길일 가능성이 많다.
다시 도시를 지나서 나오는 순례길은 도로와 같이 가는 길이다. 큰 도시를 지나면서 순례길이 도로와 같이 가는 경우는 부득이한 면이 있다.
멀리 다시 가족 순례객이 보인다. 이번에는 유모차에 타고 있던 딸아이도 같이 걷고 있다.
어디까지 가는지 모르지만, 잘 가기를 바란다.
도로 길은 그렇게 멀리 가지 않아서 끝나고 산길과 들길이 이어진다. 도로 길이 끝나는 곳이 무리다스 마을이다.
무리다스 마을에서는 다시 한없는 직선 들판 순례길이 이어진다.
오늘 묵으려고 했던 간소 마을에 도착했다.
별로 묵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냥 걷고 싶어서 계속 걸었다.
여기서부터는 산길이 이어지면서 직선 길이다. 그래도 내가 걷고 싶어서 무리 없이 걸으니까 그렇게 피곤하지도 않고 주변에 경치도 눈에 들어온다.
오늘도 노란 꽃이 산속에 큰 꽃밭을 이룬 곳도 있고,
도로 양쪽에 온통 노란 꽃으로 치장한 곳도 있다.
멀리 오늘 묵을 마을이 보인다. 이 마을은 상당한 고지대에 위치한 마을이다.
오늘 걸은 거리는 35Km가 조금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