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22일차

by 안종익


알베르게는 대개 한 공간에 침대를 2층으로 놓고 많은 인원이 유숙을 하는 곳이다.

많은 곳은 50여 명 이상 같은 방에서 자기도 하고, 적게는 4~5여 명이 같이 자는 곳이다. 천주교 관계자들이 운용하는 곳이 많지만, 개인이 하는 곳도 많다.

먼저 들어온 순서대로 침대를 배정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남녀의 기준이나 같이 온 사람의 관계에 따라 배정하기도 한다.

어제는 12명이 한방에서 잠을 자는데, 10시가 되어서 소등하고 모두 잠을 자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는 12시경에 잠이 깼다.

바로 옆에 있는 할아버지가 너무 코를 심하게 고는 것이다. 이제까지 살면서 이렇게 심하게 코를 고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우리 방에 사람들은 거의 잠을 캔 것 같았다.

얼마나 심하게 골았으면 옆방에서 벽을 치고 난리였다. 건너편에 잠을 자던 여자분은 짐을 싸서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그 뒤로 잠이 오지 않아 어제는 잠을 설친 날이었다.


걷기를 시작하면서 내가 걸으면서도 순례자의 모습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행자의 모습도 아닌 것 같다. 나는 무엇을 바라는 간절함도 없고, 현재를 그렇게 즐기지도 않는 어중간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 이 순례길은 어떤 방향이든지 의미를 정하고 걸으면 좋은데, 그냥 다리운동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힘이 빠진다.

그래도 이 순례길에서 큰 것을 얻으려는 생각보다는 걸어보면 느낌이 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만족하고 싶다.


빌라프란카 마을 다리를 건너서 산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오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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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다리 위 순례객 조각상이 가는 방향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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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도 높게 보이던 산속으로 들어가서 고개를 넘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오늘은 오르막을 넘을 각오를 하면서 출발을 했다.

계속 가도 오르막은 나오지 않고 계곡으로 난 도로를 따라 순례길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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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언젠가는 오르막이나 아니면 터널이라도 나올 것을 예상하고 걷는다.

예상이 빗나가는 것인지 오르막은 보이지 않고 계곡으로 계속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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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순례길은 높은 산 사이에 있는 계곡으로 길이 나 있다.

이 길을 따라서 계곡의 마을이 있고 그곳에 성당이 있었다. 이 계곡길은 옛 순례자들이 걷던 길일 것이다. 이 계곡을 통과해야 산티아고로 이어지는 것 같기 때문이다.


첫 번째 마을을 지날 때 계곡이 깊어서 아직 햇볕은 산 위에서 내려오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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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마을은 빈집이 많고 성당도 거미줄이 쳐져 있는 것으로 보아서 문을 닫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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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마을은 제법 큰 마을이었지만 별로 사람이 많이 살지는 않은 것 같고, 순례객을 상대로 하는 가게만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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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가는 제법 나이가 있는 남자의 걷는 모습을 뒤에서 보니까 정말 바른 자세로 걷고 있다. 발은 거의 11자를 유지하고 발 사이의 간격도 일정하다. 따라가면서 유심히 보았지만 걸음걸이가 흐트러지지 않고 정확하고 일정하다. 걷는 것이 리듬을 타는 듯이 걷기 때문에 힘도 덜 드는 것 같다. 걸음이 정확하니까 속도도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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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마을 입구에는 순례자의 조각상과 담 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 조각상이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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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서는 멀리 산 위로 지나가는 다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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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이 순례길이 얼마나 깊은 계곡 길인지 말해준다. 한참을 가다가 보니까 이번에는 산 위에 다리가 2중으로 된 것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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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로 헬기가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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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바비 인형 같은 젊은 여자 두 명이 순례길을 걷고 있다. 뒤에서 날 추월해서 가는데 다리에 군살이 하나도 없는 날씬한 몸이다. 몸이 가벼우니까 걸음걸이도 가벼운지 열심히 따라가도 계속 거리가 벌어진다. 이 젊은 여자분들도 발은 11자로 가장 이상적인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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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예전에 94Kg나 나가던 몸무게를 거의 20Kg 가까이 뺀 것이다. 그러니 걷기에 무리가 없고, 지금은 잘 유지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딸도 운동을 하다니까 바비 인형은 아니라도 뚱뚱하다는 소리는 안 들을 정도로 뺏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면 빠지는 것이 살이지만, 해도 안 빠지는 사람도 많은 것이 살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계곡도 끝나가면서 멀리 산 정상이 보이는데 오늘은 아마도 그곳은 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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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지금까지 6시간을 걸었지만, 아직도 계곡길을 걷고 있고, 이제 계곡이 끝나고 산을 넘어야 하는 곳까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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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힘이 드는 구간이었다. 이곳을 오르기 위해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입에서 힘이 든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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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이 계속되니까 나이 든 사람들이 표시가 난다. 가다가 쉬고 그렇게 빨리 걷던 노인들도 걸음이 느려진다.


그런데 남미 남자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힘든 길을 걸으면서 합창을 하고 가는 것이다. 앞으로 가면서 보니까 할아버지들이다. 힘들어서 인상 쓰는 것보다 났지만, 아마도 하도 힘이 들어서 그냥 잊으려고 부르는 것 같다. 아마도 우리나라 노래로 치면 “고향의 봄”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두 분의 표정으로 봐서는 오랜 친구 사이 같다.


이렇게 정상을 향해서 열심히 걷다가 보니까 정상 마을인 라구나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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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을에 있는 작은 바에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모두가 힘이 들어서 여기서 맥주나 음료를 마시기 위해서 한참을 쉬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이 정상으로 생각했는데, 한참을 쉬다가 다시 위로 올라가니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이 라구나 마을에서 아래 보이는 경치는 맑은 하늘과 함께 좋은 풍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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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다른 곳과는 다른 운치 있는 십자가 비석도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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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산길을 올라가면서 주변의 경치를 감상한다. 이렇게 높은 곳에 목장들이 많이 보이고 산속에 마을도 더러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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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을 끝까지 올라가기 바로 전에 오늘은 고양이가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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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가장 높은 곳에는 성당의 종탑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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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탑을 보러 가기 전에 목에 꽃을 건 특이한 여인상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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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는 집들도 제법 있고 숙박시설과 기념품 가게도 있고, 순례객뿐만 아니라 차로 온 관광객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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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도 아래 보이는 경치는 맑은 하늘과 먼 산도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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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머물 생각이었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좀 더 한적한 곳을 찾기 위해서 더 걸었다. 여기서부터는 내리막길이 산속으로 난 순례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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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 길이 끝나고 도로와 만나는 곳에서 소들과 힘들어하는 순례객 조각상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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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객 조각상이 오만 인상을 쓰고 있는 것이 지금의 내 마음과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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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서 첫 번째 마을에서 숙소가 없어서 다시 다음 마을로 걷는다. 다음 마을에서도 숙소가 없다. 제법 걸었는데 숙소를 못 찾아 걱정도 될 법한데, 별로 마음이 쓰이지 않는다.

다리만 아플 뿐이다.

오늘 숙소는 호스피탈이라는 작은 마을 알베르게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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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방에 한 사람이 있었다. 순례객들은 여러 순례객들이 모여 있는 마을에 주로 묵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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