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24일차

by 안종익


아침 어둠이 가시지 않은 길을 앞서가는 노인의 헤드 랜턴을 따라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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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돌집이 보이면서 서서히 날이 밝아오고 있다. 보통날이면 이맘때 벌써 날이 밝았을 것 같은데, 오늘은 구름이 가려서 아직도 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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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순례객들은 열심히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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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산들의 밭들은 초지를 조성한 것 같고, 목장에서 소들이 풀을 뜯고 있는 것도 보이다. 이곳 순례길은 거의 풀밭이어서 다른 작물은 보이지 않고 풀과 간간이 소들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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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지나서 오래된 나무가 있는 밭에도 소들이 먹이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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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아 시내를 벗어나면서부터 소똥 냄새가 나더니 들판을 지날 때도 냄새가 나지만, 마을을 지날 때는 심하게 난다. 순례길에 소똥이 늘 있는 것이고,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불지 않아서 냄새가 더 나는 것 같다. 오늘도 물똥이 많아서 미끄러지면 큰일이다.

오늘 순례길은 은근히 오르막이 나오더니 다시 내려갔다가 다시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는 길이다. 길이 걷기에 피곤한 길이며 이런 식으로 끝없이 반복되는 짜증 나는 길이다.

지금 순례길의 분위기가 날씨는 흐리고 소똥 냄새는 계속 나면서 은근한 오르막이 순례객을 지치게 하는 길이 세상 사는 것이 은근한 오르막처럼 말로 표현은 안되지만 힘들고, 소똥 냄새처럼 인상을 찡그리게 하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순례자에게 말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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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석이 나오는데 산티아고가 106.858Km 남았다는 표시가 보인다. 얼마 가지 않으면 100Km 표지석이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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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오르막길과 목장의 소똥 냄새가 나지만 순례객들은 말없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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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산지에 목장이 아니면 다른 것을 할 수 없는 위치이기도 하면서 다른 작물을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으니까 이곳 사람들도 먹고살기 위해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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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객들은 스페인의 두메산골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런 순례길이 계속되니까 지루했던 밀밭 순례길이 그리워진다.


기분도 날씨처럼 흐리고 성당이 있는 마을 바에서 맥주 한잔하려고 갔지만,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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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걷다가 보니까 100Km 표지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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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순례객들은 거의 걸음을 멈추고 서로 사진을 찍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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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700Km를 걸어온 것이다.


오늘 순례길이 끝나면 산티아고 성당까지는 이제 4일이 남았다. 거의 끝부분에 왔는데 아직 무슨 느낌이 오는 것은 없다. 다리는 그렇게 아프지 않지만, 오른쪽 새끼발가락이 물집이 생겨서 없어지고도 계속 아픈 것 외에 오른쪽 어깨가 배낭 무게로 계속 아프다. 어깨는 그래도 견딜만해서 배낭을 메고 걷는 데는 지장이 없다. 사실 배낭만 없다면 걷기가 수월하고 갑절이나 더 걸을 수가 있다.

그래서 배낭을 구간별로 택배 하는 사람도 많지만, 실제로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어야 이 순례길은 모양새도 나고, 힘든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 나는 배낭을 메고 가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별로 상쾌하지 않은 길을 가면서 클로버가 눈에 들어온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내가 어디 가나 자주 하는 네잎클로버를 찾아본다. 이 먼 산티아고 순례길에 와서도 네잎클로버를 찾으려는 생각이 나는 것은 평소 습관일 수도 있다.

클러버의 꽃말은 이렇다.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고, 세잎 클러버의 꽃말은 행복이다.

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은 행운을 찾아서 걷기보다는 행복을 찾아서 걷는다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런데 산티아고 길에서 기어이 네잎클로버를 두 개는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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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멈쳐서 찾은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찾은 것이 아니라, 흔한 행복을 찾은 것으로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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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내리막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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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이지만 목장의 초지와 소똥 냄새는 끝나지 않고 계속 같이 간다.

중간 마을에도 돌지붕과 돌벽과 돌담이 있는 것이 아마도 순례길에 이러한 옛집을 보존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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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긴 소나무 숲과 삼각형의 한그루 나무가 순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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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돌담길도 잘 보존되어 있고 그 위에 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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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돌담길 끝에 있는 작은 집은 돌벽과 돌지붕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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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내려가면서 목장 초지는 계속되고 목장의 소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한가로운 목장 풍경이 낭만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냄새가 그런 마음을 들지 않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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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판 초지 밭 돌담길이 멋있는 길을 걸어가면서 멀리 보이는 곳이 오늘 일박할 포르토마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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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토마린를 건너 보이는 곳에 조형물 중간에 자유의 종이 달려 있다. 그 종을 그냥 지나가지 않고 한번 치고 오니까, 뒤에 오는 사람들도 모두 종을 치니까 종소리가 쉴 새 없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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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는 다리는 너무 높아서 걸어가면서 현기증을 느낄 정도이고, 마을 입구에 예수님 상은 고통스럽게 십자가에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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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도착해 보니 평화로운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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