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25일차

by 안종익


목초지가 대부분이지만 간간이 옥수수밭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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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곳에 있는 목장에서 벗어나서 보통 작물을 심는 시골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 소똥 냄새는 간간이 나지만 어제보다는 확실히 심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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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마을에서 텃밭에 감자를 심은 곳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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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보니까 고향 생각이 나고, 저 햇감자를 져서 먹으면 참 맛있을 것 같다.

고향에도 지금 감자는 저 정도는 자랐을 것 같고, 지금쯤은 햇 감자를 더러 수확을 하는 곳도 있을 것 같다. 감자 먹는 생각을 하면서 걸으니까 갑자기 배가 고프다. 이상하게 그동안 김치나 된장찌개가 생각이 나지 않고, 여기 음식도 잘 먹고 지냈는데, 햇감자 생각을 하니까 밥이 생각나고 노릇하게 구운 삼겹살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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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마을을 지날 때 지금까지 늘 보아온 색다른 구조물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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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크지 않은 작은 집에 지붕이 있고 지붕 양쪽 끝에 석조 장식을 한 작은 집이 어떤 곳은 집집마다 있고, 어떤 곳은 마을에 간혹 있었던 기억이 난다. 종교적인 건축물로 보이는데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다. 또 알 수 없는 것은 마을을 지날 때 집 문 앞에 물통을 내놓은 곳이 많다. 그 물통의 물이 순례객들이 목이 마르면 마시라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두 번째 마을을 지나니까 안개가 앞을 가려서 10m가 보이지 않는다. 멀리 있는 풍경은 물론이고 바로 옆의 농작물도 무엇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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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가다가 보니까 안갯속에 순례자 한 사람이 가고 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안갯속을 걸어가는 순례객의 모습이 옛 순례객이 걷던 길을 따라서 믿음을 확인하는 숭고한 모습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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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뒤를 따라서 걸어갔다. 한참을 가더니 그 순례객은 안개 낀 풍광이 좋은 것인지 카메라고 동서남북을 찍는다. 그것을 보고 순례객의 모습이 아니라 관광객으로 변해 버린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길을 걸으면서 이제까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면서 만나 한국 사람이 생각난다. 지금은 코시국이라서 중국 사람은 거의 볼 수 없고 일본 사람도 간혹 보인다. 동양인을 만나면 90% 이상이 한국 사람이다.

지금까지 순례길을 걸어오면서 세 번을 추월해서 왔기 때문에 그때마다 한국 사람들은 많았다. 일본 사람은 한 사람 있었고, 대만 사람과 싱가폴 사람이 한 사람씩 있었다.

처음에 말이 많던 사람도 한국 사람이고, 나이 많은 부부나 젊은 부부도 여러 팀 보았다. 특히 젊은 여자아이들이 많았다. 어제는 젊은 여자아이가 머리가 길고 몸이 마른 친구가 내 앞을 걸었다. 말이 없어서 대만이나 다른 동양인 여자로 알고 뒤를 따라 걸었다. 우연히 같은 숙소에 머물게 되어도 그냥 관심 없이 지나쳤다. 그런데 그 젊은이가 남자 샤워장에 나타난 것이다. 여자인 줄 알았더니 남자였고 그것도 한국 사람이었다. 나중에 줄곧 지켜보니까 아무와도 말을 않고 혼자서 휴대폰 보고 외톨이로 조용히 순례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 사람 중에 종교적인 이유로 순례길을 걷는 사람은 나이 든 부부 한 쌍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관광하러 왔거나 유명한 길이니까 걸어 보는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젊은이들은 무슨 의미를 갖고 혼자서 걷는 것처럼 보인다. 고민이 많아서 아니면 장래의 진로를 고민하면서 걷는 젊음이들일 것이다.


이 산티아고 순례길은 물론 종교적인 의미를 두고 걸으면 좋은 길이다.

그 외 이 순례길은 느낌이 왔을 때 걷는 길인 것 같다. 치유나 변화를 바라는 느낌이 있을 때 걸어야 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저 구경을 목적으로 걷는다면 더 좋은 풍광이 있는 곳이 많고, 그냥 워킹 코스로도 좋지만 한국에서 굳이 이곳까지 워킹하러 올 이유는 없다. 히말라야 설산이나 특이한 곳은 갈만하지만, 걷기에 우리나라와 비슷한 이곳은 비싼 비행기를 타고 와서 걸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제 이곳 사람이 한국 사람과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까 “왜 한국인이 이렇게 많이 오는지 이해가 안 된다, 한국인은 여행을 좋아한다고 해도 이곳을 걷는 이유를 모르겠다"라는 것이다.

이 길은 치유와 변화를 위해서 걷고 싶을 때, 돈이 넉넉하면 여기는 유래가 있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곳이니까 걸으면서 돈이 든 만큼 얻으려고 걷는 길이다. 또 남다른 멋을 느끼고 싶어도 올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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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마을을 지나도 안개는 계속되고 앞이 보이지 않아서 앞이 분간 못하다가 표지석에 산티아고 78.1Km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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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삼일이면 산티아고 길은 다 걷는 것이다.

계속 가다가 보니까 소나무와 스트로브 잣나무가 있는 곳이 나온다. 이곳의 소나무 솔방울이 엄청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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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에 김 무슨 장군이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다고 선전을 한다고 들었는데, 이 솔방울로 수류탄을 만들었다고 공갈을 하면 믿을 만도 할 정도로 크다.


끝없는 안갯속을 혼자서 걸어간다. 앞은 보이지 않고 낯선 곳에서 걸어가는 심정은 경험하지 않고는 모를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걷는지는 걷는 나만이 알고, 이 분위기가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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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마을도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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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흐릿하지만 길가에 서 있는 십자가 안갯속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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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높은지 들판이 넓은지도 보이지 않고 오직 안개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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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순례길은 안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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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마을도 안갯속에 목장에서 풀을 뜯는 소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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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길가에 선 나무들은 곳곳 하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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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많아서 도로에 차들도 거의 다니지 않는다.


안개가 바람이 불면서 걷히고 있는데, 목장에서 말 한 마리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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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온 마을에서는 어김없이 바에서는 손님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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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안개 낀 순례길도 순례객들은 열심히 걷고 있다. 자전거 순례객이 오르막에서 올라가다가 힘들어서 내려 끌고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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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곳에서는 야영한 순례객이 이제 자리에 일어나서 걸을 준비를 하는 것 같은 광경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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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걷히자 오늘 걷을 거리도 거의 도착을 한 것 같다. 마지막에 도로와 공원 경계를 얕은 돌판으로 세워 놓고 있다. 이곳의 돌은 얕은 돌판이 많아서 삼겹살을 구울 때 돌판으로 하면 그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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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오늘은 안갯속을 걷다가 보니까 오늘 묵을 숙소 마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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