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26일차

by 안종익


어제 묵은 파라스 데 레이 마을은 순례객들을 위한 마을처럼 보인다.

알베르게도 많고 순례객들도 많이 보이고 단체로 온 순례객들이 전세 내어 온 버스도 많이 주차해 있다. 순례객이 많아서 알베르게가 부족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아직 예전의 성수기 때를 회복하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유숙한 알베르게는 5층 건물인데, 2층 첫째 방을 배정받았다.

방에는 침대가 8개 있는 방이었는데, 나 외에 젊은 백인 여성 한 분이 건너편 침대에 들어오더니 마지막까지 더 순례객은 오지 않았다.

두사람이 초저녁부터 같이 방에서 지냈지만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니까 벌써 그 백인 여자는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먼저 출발하는 백인 여자에게 “잘 가요”라고 한국말로 인사를 하고 보냈다.


오늘 길은 평범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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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걷다가 초지가 나오고 다시 숲길을 걷는 좋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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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나오고 마을에는 아직도 알지 못한 작은 건축물이 중간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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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은 오랜만에 성당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마을 공동묘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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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는 마을마다 마을 입구나 마을 안에 공동묘지가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초지가 많이 보이고 목장이 많은 곳으로 도로에 말라붙은 소똥들이 자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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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순례길을 걸어가면서 오늘을 걸으면 이제 이틀이 남았다고 생각하니 이렇게 끝내기는 아쉬움을 느낀다. 이직도 걸어오면서 어떤 감정이나 마음에 닿는 것은 없다.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고 채워지지 않은 공허함을 느낀다.

그래도 지나간 것은 생각하지 말고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조금이나마 자리한 것 같다. 걸으면서 그렇게 고생했거나 힘들었던 것은 없어지만 몸도 조심히 써야 할 것 같다.


처음 순례길에서는 마을마다 성당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고, 마을에 성당이 거의 있은 것 같은데, 여기에는 성당이 없는 곳이 많고 가장 높은 곳에 성당이 위치하지도 않는 경우가 있다. 중간에 순례자의 석상 느낌보다는 야고보의 석상인 것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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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마을에 오랜만에 성당이 나왔는데 여기도 문을 닫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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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에서 느낀 것은 이곳도 이제는 젊은 사람은 잘 보이지 않고 노인들이 많고, 사람이 살지 않은 폐가가 많다. 어떤 마을은 절반은 될 것 같다.


그래도 정원이 잘 꾸며진 집들이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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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가로수가 있는 순례길을 지나서 멀리 큰 마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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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은 메리데라는 마을인데 큰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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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들어가는 석 다리를 건너서 마을 번화가로 순례길이 통한다.

그 번화가 횡단보도 앞에서 며칠간같이 걸어온 두 노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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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노인은 어깨가 굽었으면서 걷기는 매우 빠른 걸음이다. 등에 맨 가방은 간단한 물건을 넣을 수 있는 작은 것으로 물병을 달고 다니는 것이 특이하다. 걷기에 적당한 작은 가방이다. 그리고 지팡이를 짚을 나이임에도 지팡이 없이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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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두 노인을 따라가 볼 생각이다.

어제와 그저께 이틀 연속 따라가다가 노인들이 너무 걸어서 놓친 것이다. 두 노인은 아마 나와 같은 동네에서 자고 나보다 늦게 출발하고 도착을 빨리하는 노인들인 것 같다.

시내를 따라가는데 두 노인이 맥줏집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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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한 번만 쉬고 걷는 것 같은데 지금 가는 곳이 한번 쉬는 곳이다. 나도 맥줏집에 들어가서 옆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두 노인은 한 분은 콜라를 시키고, 한 분은 빵을 시킨다. 나는 맥주를 시켰다. 한참 뒤에 일어나는 두 노인을 따라 걷는다. 큰 마을을 벗어나 한적한 곳을 노인들은 나란히 걷는다. 나도 열심히 따라 걷지만, 상당히 빠른 보폭이다.


마을에서 어미소를 만나서 두 노인들은 한참을 바라보다가 걷는 여유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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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언덕으로 올라간다. 노인들이지만 오르막길도 그렇게 속도가 줄지 않는다. 따라 올라가는 내가 숨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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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가는 한 여자분을 추월해서 두 노인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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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이 48.354Km 남았다는 표지석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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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두 노인은 남자 한 분과 여자 한 분을 추월해서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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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로 들어서면서도 속도는 줄지 않는다. 멀리 남자 한 분이 가고 있다. 이 남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추월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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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를 벗어나 숲길을 가면서 또 여자 한 분을 지나서 두 노인은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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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남자 한 분을 지나서 걷지만 속도는 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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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를 따라가면서 힘이 들지만 계속 따라 걷는다. 그런데 두 노인은 이제까지 뒤를 돌아 보지 않고 걷고 있다. 뒤를 돌아보는 것을 잊은 사람들처럼 뒤는 보지 않는다.


두 노인은 옛 순례길을 걸었던 성지 순례자가 환생해서 걷는 것 같다. 저렇게 나이 든 노인들이 지팡이도 없이 오르막도 힘 있게 걸을 수 있는 것은 옛날 순례자의 환생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젊은 세 사람이 힘차게 걸어오더니 이 두 노인을 추월해서 앞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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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의 힘은 두 노인도 당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앞서 나가고 다시 두 노인은 두 사람을 지나쳐서 앞으로 쉼 없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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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을 지나서 오르막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노인들은 지치지 않고 계속 걸어가지만 나와는 거리가 벌어지고 있다. 오르막은 어느 정도 자신이 있지만 두 노인들과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다시 내리막이 나왔을 때 노인들은 상당히 멀리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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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두 노인을 따라 걷지를 못하고 뒤로 처져서 가고 있다.

마을에 소들도 한가로이 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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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옥수수를 심은 밭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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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시골 풍경이 계속되는 순례길은 평화로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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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도시가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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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노인은 벌써 도시에 들어가 숙소를 찾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이렇게 순례길이 끝나고 숙소를 찾아서 어제 하고자 했던 일을 했으면 한다. 오늘 묵을 도시는 아르주아이다.


집 떠나서 계속 입어온 청바지를 세탁을 해야 하는데, 어제는 세탁실이 없어서 못했다.

오늘은 세탁실이 있는 곳에 가려고 생각은 했지만, 일단 숙소를 잡았는데 세탁실이 있느냐고 물어보지 않고 잡았다. 사워를 하고 세탁실에 가보니까 세탁기는 있었지만 고장이었다. 다음에 하려는 생각도 났으나 일단 청바지를 물에 넣어 버렸다.

그러고는 주변에 있는 비누 조각과 세탁기에 넣는 세제를 넣고 손으로 힘차게 비볐다. 여러 번 힘을 썼더니 어느 정도 땟물이 가시는 느낌이다.

그러고 볕 좋은 곳에 걸어서 말린다. 오늘 한 가지 숙제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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