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27일차

by 안종익


걷고, 먹고, 자고, 그리고 일어나서 다시 걷는 순례길은 내일이 마지막이다.

산티아고의 도착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라고 의미 있는 말로 표현도 할 수 있지만, 걸어온 날들이 동네 한 바퀴 걸은 것은 아니다.

오늘의 일정은 지금까지 가장 짧은 거리이고 힘들지 않은 구간이라고 한다. 내일 걸어서 갈 산티아고까지 오늘 다 걸어도 지금까지 가장 오래 걸은 날보다 짧은 거리이다.

무리해서 가야 할 이유도 없고 급하게 해야 할 일도 없는 순례길이다.


늘 상 보는 아침 태양이지만, 오늘은 동쪽에 안개가 많아서 둥근 모양이 선명하게 보이면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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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소가 많이 사는 목장 지역이라서 목장의 아침이 싱그럽다. 소들은 햇 뜨는 아침 녘에 풀을 열심히 뜯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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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은 나무 숲 사이로 잘 만들어져 있고, 동네를 지날 때 산티아고가 33Km 남았다는 나무판 이정표를 친절하게 붙여 놓은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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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산티아고 순례길이 얼마 남지 않아서인지 순례길은 잘 만들어져 있고 시원한 숲길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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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특이한 바가 있었는데 병으로 주변과 입구를 완전히 치장을 한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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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지나기 전에 한국인을 만났는데 그분은 이곳을 수년 전에 왔을 때도 이 바는 이렇게 병으로 치장하고 있었다고 했다.

오늘 만난 한국인은 어제도 지나쳤던 분이었는데, 서로 말을 건너지는 않았었다.

오늘은 지나오면서 "한국인이냐"라고 물어보니까 그렇다고 대답해서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잠시 같이 걸었다.


얼마 전에 들은 이야기가 어떤 사람이 미국에 10여 년 전에 여행을 간 일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한국인을 만났는데 반가워서 서로 인사하고 정보도 교환한 것이 아니라, 서로 아는 체도 하지 않고 지나친다는 것이다. 그때의 생각은 나만 여기에 여행 온 줄 알았는데, 다른 한국인도 온 것을 보고 반가운 것이 아니라 질투심을 느꼈다는 말을 들었다.

오늘 만난 분과도 어제 아는 체 않고 지나친 것은 서로 그런 마음이 조금은 있었을 것 같다.


이곳 스페인 지방은 목축을 많이 하는 곳이라서 소똥 냄새가 많이 나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도 지금은 덜 나는 시기이고 어떤 때는 소똥 밭을 걷는다는 말이 지나치지 않은 순례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어제도 오늘도 소똥 냄새는 많이 난다.

이곳에 초지와 옥수수밭이 많은 것은 거의 소 사료로 사용하기 위해서 재배하는 것이고 이곳 사람들이나 스페인 순례객들은 소똥 냄새가 나는 것을 당연시하는 듯하다.


그동안 궁금했던 작은 건축물이 무엇인지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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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스페인 사람에게 번역기를 이용해서 알아보니까 곡물 저장 창고라는 것이다. 바닥에서 어느 정도 높은 곳에 있어서 쥐가 올라가기 어렵고, 통풍이 잘 되게 만들었고, 지붕이 있는 것이 곡물을 저장하기 좋을 것 같다.

다시 순례길을 걸어가는데 이번에는 큰 대왕 참나무 가로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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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숲길을 걸어가면서 얼마 남지 않은 순례길에서 내가 무엇을 느끼고 얻어 가는지 생각해 본다.

한참을 생각해도 특별한 것도 없었고, 생각나는 것도 없다. 그냥 이제까지 걸어온 것이고, 또 그렇게 힘들었거나 고생한 기억도 없다.

물론 하루를 걸으면 마지막에는 다리가 아프고 발걸음이 천근같이 여겨졌던 때는 몇 번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날도 특별히 기억되는 날은 없다.

마음속에는 어떤 것이 쌓여졌을지는 모르지만, 굳이 마음에 느낌으로 남는 것이 없고, 그런 것을 느껴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지금 걷는 걸음을 무겁게 한다.

지금까지 무엇을 느끼려고 또는 얻으려고 걸어온 것이 아니라, 그냥 길이 있어서 걸은 것으로 마음을 정리하니까 편하다.

그래도 걸은 것은 사실이고, 무슨 생각이던지 하면서 걸어온 것이다. 그것으로 족하다.


나무 터널 숲길을 지나서 옥수수밭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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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묵밭에 노란 꽃이 가득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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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멀리 오늘 유숙한 페드로우조 마을이 보인다. 마을에 들어서면서 곧바로 중심지로 가지 않고 다시 울창한 나무 숲길로 순례길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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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무 길이 너무 울창해서 마을은 보이지 않고 순례길만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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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을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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