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테라고 가는 길 1

by 안종익


피스테라(스페인 땅끝마을)를 버스를 이용해서 가는 경우가 있지만 걸어서 가기로 했다.

걸어서 가는 방법을 자세히 적어 놓은 인터넷은 없었다. 산티아고에서 땅끝마을까지 안내 표시가 잘 돼있고, 걷는 것만 자신 있으면 된다고 하지만, 모르는 상태에서는 불안하기 마련이다.

사전에 답사를 해보니, 산티아고 순례 인증서를 발급하는 곳에서 바닥에 노란 화살표를 찾아서 따라가면, 긴 골목을 지나서 큰 도로를 만난다.

그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라고 노란 화살표는 가리킨다. 횡단보도를 건너서 가면 피스테라로 가는 표시인 발자국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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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따라가면 된다.

그리고 한참을 가면 산티아고 순례길 표시와 같은 표지석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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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그 표지석을 따라가면 된다.


이 길은 내려놓기 위해서 마음먹고 걷는 길이다.

과거의 아쉬움이나 미래의 불안도 모두 내려놓고,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서 이 길을 걸으면서 정리하고 다짐하는 시간을 갖고 싶은 것이다.

너무 많은 바람이 불만이 되고 현재에 만족지 못한 큰 원인이 되는 것을 알면서도 늘 채우려고 했지 비우려고 하지 않고 살아온 세월이다.

이제는 비우고 내려놓는 마음을 가질 때가 된 것이다.


산티아고 시내를 벗어나서 조용한 외곽으로 파스테라로 가는 길은 안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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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표지석을 따라서 잘 가다가 어느 순간에 앞에 가는 사람을 따라가게 되었다. 앞에 가는 사람이 돌이 깔린 오르막길을 힘들게 오르고 있어서 의심 없이 그 길을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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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걷는 길은 내려놓기 위해서 가는 길이니까, 처음부터 힘든 오르막은 오늘 걷는 의미와 통하는 면이 있어서 그냥 따라 올라갔다.

다시 돌담 옆길을 따라서 오르막길은 계속된다. 이 길도 계속 따라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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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차고 힘든 길이지만 인생길은 원래 힘든 길이라는 생각하고 묵묵히 따라 올라간다.

다시 숲길 오르막도 앞사람을 따라서 계속 걷는다. 상당히 먼 길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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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가던 사람과 그 앞에 가던 사람들이 모두 다시 내려오고 있다. 길을 잘못 온 것이라고 하면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사실 내 앞에 사람도 그 앞사람을 따라 올라간 것이고, 나 역시 그렇게 앞사람을 따라서 올라간 것이다.

이렇게 처음부터 다른 길로 갔다가 돌아와서 다시 시작했다. 피스테라로 가는 길은 표지석이 빠짐없이 잘 세워져 있다. 한 눈만 팔지 않으면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는 길이다.


멀리 해가 뜬 산티아고에는 성당의 종탑 네 개가 보이고 오늘은 더울 것 같은 날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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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치고 피스테라(스페인 땅끝마을)까지 걷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이 길을 걸어가서 땅끝에서 버리는 의식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그리고 새로운 출발이나 새마음으로 돌아온다는 의미를 갖는 길이다.


순례길의 연장선에 땅끝의 의미를 살려서 만들어낸 길인 것 같은데, 나는 그것에 마음이 동해서 이렇게 걷고 있다.

시골 마을의 옥수수밭을 지나는 직선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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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 끝에는 수국이 활짝 핀 집을 지나서 긴 직선 도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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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로 길이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고 그 길 끝에 산으로 막혀 있다. 오늘은 그 산을 어떤 식으로든 넘어야 할 것 같고, 처음 보는 순간에 그런 느낌이 오는 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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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가 끝나고 다시 색깔별로 수국을 잘 가꾸어 놓은 집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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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산을 넘기 위한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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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올라가도 끝이 없는 오르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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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오르막이 시작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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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올라가면 또 다른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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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끝나지 않았을까 기대를 하고 올라가면 다시 오르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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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을 갖고 이번에 오르막이 끝났을 것이라고 올라가면 다시 오르막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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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포기를 하고 걸어도 다시 오르막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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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는 도로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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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와 만나면 오르막이 끝날 것으로 생각하고 마지막 힘을 내어서 올라가면 도로와 같이 걷는 오르막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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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로 길도 오르막이 두 번이나 돌아서 올라간다. 그래도 오르막의 끝은 분명히 나왔다.


내려가는 길은 힘이 다 빠져서 터덜터덜 걷는다. 같이 걸어온 사람들 모두가 같은 상태이다. 산을 넘어서 내려온 마을은 다리가 아름답고 동네가 아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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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다보니까 흐르는 강물도 상당하고 맑은 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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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지쳐서 마을 바에서 한잔하려는 생각이 절로 난다. 그런데 이런 곳에는 그 흔하던 바가 없는 전형적인 농사하는 마을이다.


이제까지 순례길을 걸으면서 가장 힘들게 걸어온 길이다.

오르막 고개가 너무 진을 다 뽑은 것이다. 시골마을 두 개를 지나면서 가게는 물론이고 바도 없는 마을들이다.

이제 첫 번째 숙소가 나오면 오늘은 그냥 쉴 생각이다.

나를 내려놓으려고 걷는 첫날 길이 너무 힘들게 걸었다.


오르막은 역경이기도 하지만 희망의 다른 표현 일 수도 있다.

오르막이 있는 삶은 희망이 있고 활력이 때이지만, 오르막이 없는 삶은 변화나 발전이 적은 노년의 시기이다. 나이가 들어서 인생의 오르막은 이제 끝난 시기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나름의 인생 오르막을 오르기 위해서 노력은 접을 필요가 없다.

내 인생의 오르막은 이제부터 시작은 아니지만,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살고 싶다.

피스테라 첫날의 오르막은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이렇게 힘든 인생을 이제 내려놓고 조용한 내리막을 가던지, 아니면 숨이 차고 힘드지만 오르막을 다시 오르는 삶을 살던지 선택을 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

숨이 차서 힘들어하면서도 마지막까지 가는 인생을 살라는 것 같다. 쉽고 힘들지 않은 길을 가려는 마음을 먹지 말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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