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테라(스페인 땅끝마을)를 버스를 이용해서 가는 경우가 있지만 걸어서 가기로 했다.
걸어서 가는 방법을 자세히 적어 놓은 인터넷은 없었다. 산티아고에서 땅끝마을까지 안내 표시가 잘 돼있고, 걷는 것만 자신 있으면 된다고 하지만, 모르는 상태에서는 불안하기 마련이다.
사전에 답사를 해보니, 산티아고 순례 인증서를 발급하는 곳에서 바닥에 노란 화살표를 찾아서 따라가면, 긴 골목을 지나서 큰 도로를 만난다.
그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라고 노란 화살표는 가리킨다. 횡단보도를 건너서 가면 피스테라로 가는 표시인 발자국이 나온다.
그것을 따라가면 된다.
그리고 한참을 가면 산티아고 순례길 표시와 같은 표지석을 만난다.
이제부터는 그 표지석을 따라가면 된다.
이 길은 내려놓기 위해서 마음먹고 걷는 길이다.
과거의 아쉬움이나 미래의 불안도 모두 내려놓고, 현재에 집중하기 위해서 이 길을 걸으면서 정리하고 다짐하는 시간을 갖고 싶은 것이다.
너무 많은 바람이 불만이 되고 현재에 만족지 못한 큰 원인이 되는 것을 알면서도 늘 채우려고 했지 비우려고 하지 않고 살아온 세월이다.
이제는 비우고 내려놓는 마음을 가질 때가 된 것이다.
산티아고 시내를 벗어나서 조용한 외곽으로 파스테라로 가는 길은 안내되고 있다.
안내 표지석을 따라서 잘 가다가 어느 순간에 앞에 가는 사람을 따라가게 되었다. 앞에 가는 사람이 돌이 깔린 오르막길을 힘들게 오르고 있어서 의심 없이 그 길을 오른다.
오늘 걷는 길은 내려놓기 위해서 가는 길이니까, 처음부터 힘든 오르막은 오늘 걷는 의미와 통하는 면이 있어서 그냥 따라 올라갔다.
다시 돌담 옆길을 따라서 오르막길은 계속된다. 이 길도 계속 따라 올라간다.
숨이 차고 힘든 길이지만 인생길은 원래 힘든 길이라는 생각하고 묵묵히 따라 올라간다.
다시 숲길 오르막도 앞사람을 따라서 계속 걷는다. 상당히 먼 길을 왔다
앞에 가던 사람과 그 앞에 가던 사람들이 모두 다시 내려오고 있다. 길을 잘못 온 것이라고 하면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사실 내 앞에 사람도 그 앞사람을 따라 올라간 것이고, 나 역시 그렇게 앞사람을 따라서 올라간 것이다.
이렇게 처음부터 다른 길로 갔다가 돌아와서 다시 시작했다. 피스테라로 가는 길은 표지석이 빠짐없이 잘 세워져 있다. 한 눈만 팔지 않으면 길을 잃어버리지는 않는 길이다.
멀리 해가 뜬 산티아고에는 성당의 종탑 네 개가 보이고 오늘은 더울 것 같은 날씨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마치고 피스테라(스페인 땅끝마을)까지 걷는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이 길을 걸어가서 땅끝에서 버리는 의식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그리고 새로운 출발이나 새마음으로 돌아온다는 의미를 갖는 길이다.
순례길의 연장선에 땅끝의 의미를 살려서 만들어낸 길인 것 같은데, 나는 그것에 마음이 동해서 이렇게 걷고 있다.
시골 마을의 옥수수밭을 지나는 직선 길을 걷고 있다.
그 길 끝에는 수국이 활짝 핀 집을 지나서 긴 직선 도로 길이다.
그 도로 길이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고 그 길 끝에 산으로 막혀 있다. 오늘은 그 산을 어떤 식으로든 넘어야 할 것 같고, 처음 보는 순간에 그런 느낌이 오는 산이었다.
도로가 끝나고 다시 색깔별로 수국을 잘 가꾸어 놓은 집을 지난다.
여기서부터 산을 넘기 위한 오르막길이 시작되었다.
한참을 올라가도 끝이 없는 오르막이다.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고,
끝까지 올라가면 또 다른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끝나지 않았을까 기대를 하고 올라가면 다시 오르막이다.
그래도 희망을 갖고 이번에 오르막이 끝났을 것이라고 올라가면 다시 오르막이 나타난다.
이제는 포기를 하고 걸어도 다시 오르막이 나온다.
마지막에는 도로와 만난다.
도로와 만나면 오르막이 끝날 것으로 생각하고 마지막 힘을 내어서 올라가면 도로와 같이 걷는 오르막이 기다린다.
그 도로 길도 오르막이 두 번이나 돌아서 올라간다. 그래도 오르막의 끝은 분명히 나왔다.
내려가는 길은 힘이 다 빠져서 터덜터덜 걷는다. 같이 걸어온 사람들 모두가 같은 상태이다. 산을 넘어서 내려온 마을은 다리가 아름답고 동네가 아담하다.
다리를 건너다보니까 흐르는 강물도 상당하고 맑은 물이다.
하도 지쳐서 마을 바에서 한잔하려는 생각이 절로 난다. 그런데 이런 곳에는 그 흔하던 바가 없는 전형적인 농사하는 마을이다.
이제까지 순례길을 걸으면서 가장 힘들게 걸어온 길이다.
오르막 고개가 너무 진을 다 뽑은 것이다. 시골마을 두 개를 지나면서 가게는 물론이고 바도 없는 마을들이다.
이제 첫 번째 숙소가 나오면 오늘은 그냥 쉴 생각이다.
나를 내려놓으려고 걷는 첫날 길이 너무 힘들게 걸었다.
오르막은 역경이기도 하지만 희망의 다른 표현 일 수도 있다.
오르막이 있는 삶은 희망이 있고 활력이 때이지만, 오르막이 없는 삶은 변화나 발전이 적은 노년의 시기이다. 나이가 들어서 인생의 오르막은 이제 끝난 시기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나름의 인생 오르막을 오르기 위해서 노력은 접을 필요가 없다.
내 인생의 오르막은 이제부터 시작은 아니지만,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살고 싶다.
피스테라 첫날의 오르막은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이렇게 힘든 인생을 이제 내려놓고 조용한 내리막을 가던지, 아니면 숨이 차고 힘드지만 오르막을 다시 오르는 삶을 살던지 선택을 하라는 메시지를 주는 듯하다.
숨이 차서 힘들어하면서도 마지막까지 가는 인생을 살라는 것 같다. 쉽고 힘들지 않은 길을 가려는 마음을 먹지 말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