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테라로 가는 길 2

by 안종익


어제와 오늘 여러 마을 거쳐 왔지만, 마을에 성당이 잘 보이지도 않고, 있어도 한편에 소박하게 자리하면서 문이 닫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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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하면서 마을이 나오면 성당이 가장 크고 높은 곳에 위치하면서 늘 마을의 중심에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곳은 다른 나라에 온 느낌이다.

피스테라로 가는 길은 걷기도 좋고, 나무 그늘이 많아서 여름에 걸으면 최고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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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도로와 같이 가는 길도 있지만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서 조용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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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보다 늦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더 좋은 길을 만들려고 했을 것이다.

원래 숲길이어서 걷기가 좋았지만, 오늘은 흐린 날씨에 햇볕에 비추지 않아 걷기에는 더없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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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밭둑의 돌담 사이로 난 길은 흙길이면서 큰 돌도 없는 편안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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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을을 지날 때 곡물 창고와 야자수 나무가 수국과 잘 어울리는 뒤편 먼 산에 풍력발전기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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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또 몇 집 안되는 마을이 나오는데 뒤에 있는 산은 그렇게 높지 않은데 풍력발전기가 많이 서 있고, 잘 돌아가고 있다. 이곳이 바람이 센 지방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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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거의 옥수수밭이다. 옥수수 외에는 다른 작물이 심어져 있는 곳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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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밭을 따라서 길은 나 있고, 그 길을 순례객들은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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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옥수수밭 사이로 난 길이 길게 뻗어 언덕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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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끝없는 밀밭을 보던 때가 연상된다.


땅끝마을을 가는 사람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본 사람이 많다. 순례길이 끝나고 이 길을 걸어 땅끝에서 마무리하려는 사람들이다.

순례길에서 많은 생각과 참회를 하고, 땅끝에서 버리고 다시 태어나는 기분을 느끼려는 사람들이 이 길을 걸을 것이다.

이 길을 걷는 사람은 버리는 것이 물건이든 생각이든 갖고서 걸어갈 것이다.

이 길을 버스로 가도 되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무거운 짐을 지고 땅끝에 서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나는 아직도 무거운 배낭을 메고 이 길을 걷는 것은 마음에 내려놓을 것이 있는 것이다.

피스테라까지 3일이면 걸을 수 있지만, 4일을 예정한 것도 걷는 것이 중심이 아니라 생각하고 버리고 갈 것을 정리하는 데 무게를 둔 것이다.

먼저 과거에 대한 집착이 현재를 힘들게 하고 때로는 우울하게 만드는 것을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현재에 대한 집중이나 행복에 방해되는 것은 모두 이 길에서 버리고 가야 한다.

이제까지 그것이 안 되었으니까 이렇게 길까지 걸어보는 것이다.

물론 과거를 내려놓고 벗어나는 것이지, 현재나 미래도 내려놓는 것은 아니다.

모든 욕심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기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가능한 것은 내려놓으려고 이 길을 걸어가는 것이다.


과거에 좋았던 일이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과 내가 은혜를 받은 일이나 내가 도와준 일들도 모두 내려놓고, 지난날의 나의 모든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과거의 일은 모두 내려놓으려고 걷는 길이다. 이 길을 걸으면서 다른 생각보다는 그런 생각만 하고 걸으려고 작정한 길이다.

날씨가 흐리고 걷기가 좋아서 걸음이 빨라지고 있지만, 이 길만큼은 내 페이스대로 걷고 있다.


이 숲길이 끝나고 큰 도로길과 같이 걷는다.

이 길을 마을 노인정에서 단체로 걷는 듯한 노인들이 보인다. 서로 이야기하면서 걸으면 별로 지루하지도 않고 쉽게 걸어질 것 같다. 이 길은 노인들이 걷기에 좋은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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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주변에는 초지와 옥수수밭이 밀밭처럼 넓게 펼쳐져 있고, 옥수수가 어른 키만큼 자라면 장관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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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젖소들이 모여서 건초를 먹고 있는 곳을 지나면서 곧은 직선 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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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조성된 나무 사이로 난 길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직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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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 길을 지나고 다시 길은 옥수수밭 사이로 길게 오르막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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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을 넘어서도 옥수수밭이고, 길은 직선으로 계속 이어진다.


마을을 지날 때 우사 작은 문으로 소가 머리를 내밀고 초지로 갈 시간을 기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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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로 사람이 보이지 않는 긴 길을 혼자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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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나무 그늘이 없는 옥수수밭 가운데로 끝이 없이 나 있는 길을 고독하게 그림자와 같이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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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앞서가는 사람이 가는 곳을 보니까 앞에 산이 길게 막혀 있다. 오늘은 저 산을 넘어가야 될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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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에 돌로 만든 곡물창고가 나온다. 돌기둥 위에 돌로 만든 창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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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 만든 창고는 처음 보기도 하지만 오래된 것 같다. 보존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옥수수밭 사이로 난 길이 언덕을 향해서 올라간다.

그 오르막이 오늘 가장 높은 곳일 것 같고 그곳만 넘으면 오늘 걷는 길에서 힘든 것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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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을 부지런히 힘들게 걸어간다. 숨이 차지만 오르막까지 쉬지 않고 올라갔다. 오르막에 올라서 너무 힘이 들어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이때 생각 없이 길 옆에 있는 클로버 잎을 보니까 잎이 네 장이다. 네잎클로버를 우연히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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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차서 행운은 생각나지도 않고, 다시 옆으로 난 길을 따라가라는 표지석의 화살표가 보인다. 그곳은 또 다른 오르막길이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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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잎클로버가 행운이 아니라 고생을 암시한 것이다.


그 길은 실질적으로 힘든 오르막이었고 오르면서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게 하는 길이었다.

올라서 보니 아래에 보이는 옥수수밭이 큰 평야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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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 정상에서 보통 길이 나오면서 걸어가지만, 앞에는 또 언덕이 보인다. 이것은 언덕이 아니라 작은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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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언덕을 정면으로 넘어갈지 아니면, 옆으로 난 길로 갈지가 궁금도 하지만, 오늘도 힘든 길이라는 생각뿐이다. 불안한 마음으로 걷는데 중간쯤에 앞에 보이는 언덕으로 가지 않고 우측으로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길이 완전히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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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르막을 또 어떻게 오를 것인가 걱정을 했는데 중간에서 내리막이 나온 것이다. 마음이 갑자기 가벼워지고 발걸음도 가볕다.

이 길을 내려가니까 첫 마을이 오늘 묵은 알베르게가 나왔다.

어제와 오늘 길은 오르막이 마지막에 나오는 길이어서 힘은 들었지만, 땀을 흠뻑 흘리고 걸어서 걷고 나니까 개운한 느낌이 드는 길이었다.

목장 한가운데 마을인지 알베르게 앞에 젖소가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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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 냄새와 파리가 너무 심하고 많다. 피스테라로 가는 길에 또 하룻밤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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