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테라로 가는 길 3

by 안종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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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6월 하순에 접어들지만, 아직도 선선해서 긴팔을 입어야 했다.

늘 보던 들판이니까 별로 신기한 것은 없었지만, 돌로 만든 곡물창고가 특이한 것인 줄로 알았는데 여기서부터는 계속 돌로 만든 것이 나오는 것을 보니까 이쪽 지방은 곡물창고를 돌로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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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넘어가면서 마을이 나올 때까지 부지런히 걸으면서 앞으로 이틀 동안 더 걷는 것보다 오늘 하루 만에 피스테라까지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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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Km 정도 남은 것으로 생각되지만 그 길은 걸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다. 이제 걷는 것도 지겨운 시기가 된 것이다.

그래도 먼 거리라고 생각하니까 쉽게 결정을 할 수가 없다. 먼 길을 무리하다가 탈이 나면 더 큰일이라는 생각과 하루 더 걷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겨운 생각이 드니까 걷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단 마음이 결정되니까 갈 자신이 생긴다. 마음먹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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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도 풍력발전기가 있는 것은 바람이 세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바람이 세지 않으면 목장의 냄새로 사람이 살 곳이 못 되는 곳일 것이다.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은 소똥 냄새가 바람이 불지 않으면 땅에 배여 있는 것 같다. 산티아고 순례길 마지막도 소똥 냄새와 같이 걸어온 길이다. 이곳에 바람이 많이 부는 것이 이곳 사람에게는 다행인 것이다.


이제 오늘 피스테라에 도착하면 버릴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일단 신고 온 신발과 양말은 버리는 것으로 했지만, 입고 있는 외투를 벌릴 것인가 고민이 된다. 이 검은 점퍼는 상징성이 있는 옷이기에 버리려는 생각을 처음부터 했었지만, 그동안 추워서 너무 소중히 입고 다닌 옷이다. 또 지금도 날씨가 아침에는 추워서 입어야 하니까 버리기가 망설여진다. 그래서 반바지를 버리기로 했다.

반바지는 긴 바지를 잘라서 내가 만든 바지이고 버릴 명분도 있으니까 그렇게 결정했다.


또 다른 마을이 나오는데 공룡알처럼 생긴 특이한 바위가 있는 곳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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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거의 피스테라로 가는 사람들이 쉬었다가 가는 곳인 것 같다. 주변에 경관이 좋고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별장이 많이 보인다. 주변에 농토나 목장이 될 만한 곳이 없으니까 건너 산기슭에 있는 것들은 별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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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을 내려가니까 잘 닦인 도로를 만난다. 도로는 안개가 자옥하지만 산길보다 오히려 걷기는 수월하다. 도로 길을 계속 가니까 삼거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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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삼거리가 파스테라와 묵시아로 가는 갈림길이다. 묵시아는 야곱보의 유품이 처음 발견된 천주교의 성지이다. 신자들은 이곳을 파스테라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곳이다.

나는 당연히 파스테라쪽을 선택했지만, 묵시아를 선택하는 사람은 내가 올 때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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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많은 도로를 하염없이 걸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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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산길로 걸어가니까 안갯속에 이상한 동물의 조각상이 덤비라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지루한 길에 특이하게 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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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가 있는 갈림길에서 다시 안개 낀 산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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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힘들게 걸어서 피스테라에 도착하면 벌릴 것이 신발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과거의 이야기들을 모두 내려놓고 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걷는다.

그런 생각을 여러 번 해도 남을 정도로 긴 산길이다. 안개가 끼어서 걷기에 덥지는 않았지만 산길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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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산길을 혼자서 걷다가 양팔을 벌여서 허수아비처럼 하고서 걸어본다. 그러다가 바람이 부는 데로 양팔을 흔들어 본다. 그렇게 한참을 흔드니까 안갯속에 춤추는 허수아비가 된 것 같다.

그러다가 실제로 걸어가면서 허수아비처럼 손을 벌려 춤을 추면서, 양 어깨까지 들석여 본다. 춤을 추면서 가는 산길을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다. 세상에 실제 내가 춤추면서 가도 나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산길을 춤을 추면서 가듯이 인생도 이렇게 가는 싶은 생각이다.

이제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안갯속에 세 사람이 오는 것이 보인다. 이번에는 그 사람들이 보라고 실제로 허수아비처럼 춤을 추면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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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끝나는 곳에는 밤나무들을 양쪽에 심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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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밤이 익어 떨어지면 순례객들이 가다가 줍도록 배려해 심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런 것이 이 먼 곳을 걷는 순례객에 대한 관심과 배려인 것이다.


산길 끝에 안갯속에 아담한 항구도시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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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아름다운 항구이고 이 항구에는 수국이 한창 피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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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이 도로나 담장 밑에도 피어있고 순례객을 위해서 잘 가꾸어 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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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붉은 꽃이 만발한 가정집에서 멀리 보이는 곳에는 항구에 요트들이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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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산으로 올라가서 돌담길을 걸으면서 피스테라가 이 산을 넘으면 나올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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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허리를 돌아가면서 만든 돌담 산길이 끝나고 멀리 바다가 보이는 곳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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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다 저 끝에 있는 것이 피티테라라는 것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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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내리막으로 내려가서 바다 옆길 돌길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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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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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길이 해변을 따라 만들어진 돌길을 걸어가니까 항구마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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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다시 피스테라까지 3Km를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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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있는 야곱보 동상은 피스테라로 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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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땅끝이 보이고 0.000Km의 표지석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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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이 끝나고 다시 스페인 땅끝까지 온 것이다. 900Km를 걸어온 것이다.

이제 걷기가 끝났다. 오늘 걸은 거리가 이제까지 가장 먼 길을 걸어온 것이다. 마지막에 힘들었지만, 내려놓고 싶은 심정에서 걸어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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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이 보이는 바위 위에는 쇠 신발이 있고 그 앞에 붉은 장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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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걸어온 신발을 벗어 놓고 새로운 마음으로 태어난다는 의미의 쇠 신발이 대서양을 바라보고 놓여 있다.

나는 쇠 신발보다 더 앞으로 가서 오랫동안 앉아서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끝없는 대서양 수평선을 바라본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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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온 내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돌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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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만 외로이 대서양에 남겨두고 긴 걷기도 이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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