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

by 안종익


필리핀은 섬나라이다. 세부도 그중 하나로 아름다운 섬이라고 알려진 곳이다.

특히 한국인이 좋아하는 섬이라고 한다.

그런데 입국하기에는 요구하는 것이 많았다. 신상과 건강에 관한 큐코드는 미리 인증을 받아서 휴대폰에 저장해서 가는데, 비행기 안에서도 다시 영문으로 이미 승인을 받은 큐코드와 같은 내용을 영문으로 작성하라고 두 장을 주었다. 미리 작성한 큐코드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고 대강 작성해서 의자 등받이에 꽃아 두었다가 내릴 무렵에 생각이 나서 뒷주머니에 넣고 나왔다.

그런데 입국 과정에서 두 장을 서로 다른 곳에서 받고 있었다. 만일에 기내에 두고 왔으면 다시 그 자리에서 다른 사람은 다 나가고 혼자 남아서 또 작성할 뻔했다. 그런데 그 내용은 전혀 확인하지 않는 것을 보니까 그냥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느낌만 받았다.


세부의 여름은 더웠다. 새로 지은 고층 콘도에 예약을 했는데 창문이 있었지만 바람이 잘 들어오지 않았다. 더운 날씨에 오직 에어컨에 의존해서 보내는 방이었다.

숙소에 있는 것보다 바깥이 더 좋아서 많은 시간을 밖에서 현지인들 구경을 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순박함이 보인다. 체구들이 아담하고 배가 나온 사람이 의외로 많고 피부는 햇볕이 강한 곳이어서 가무잡잡하다. 알려진 것보다 치안이 좋아 보이고 사람들의 얼굴에서 폭력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순진하게 보이고 무엇을 물으면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애쓰는 것이 역력하다.

이곳에 오래 산 동포 식당 주인이 말하길 한국이 더 위험한 나라이고 이곳은 안전하다는 말을 강조한다. 실제로 내가 느낀 것도 그런 것 같았다. 술을 파는 곳도 잘 보이지 않고 이 나라 사람들은 술을 잘 마시지도 않는다고 하니까 그 말이 옳을 것 같다.


밤이 오면서 혼자가 되니까 갑자기 외로움이 밀려온다. 지금 느끼는 것은 고독이 아니라 외로움이다. 그 외로움을 고향집에 있어도 느꼈지만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어쩌면 외로움을 피해서 이곳에 왔는데 그것이 따라온 것이다. 날씨가 더워서 방에는 에어컨을 계속 틀어 놓고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나니까 마음이 차분해졌다. 잠이 참 유용한 것이다.

세부에서도 아침부터 구글 지도를 참고해서 바다로 향해서 걸었다.

바다로 가는 길에 노점상도 많았고 아침을 거리의 노점에서 서서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덜 위생적인 거리 음식점이지만 맛이 있어 보이고 정이 있는 곳 같았다.

거리에 구걸하는 사람이 많았다. 교차로에서 구걸하면서 차도에 들어가서 차의 창문을 두드려 손을 내밀기까지 했다. 가끔은 창문을 열고 동전을 건너는 풍경이 볼 수 있었다. 구걸이 일상적인 풍경인 것 같은 느낌이다. 늙은 할머니도 있지만 아이를 업거나 앉고서 아이와 같이 구걸하고 있다.


도착한 바다는 화물 항구여서 푸른 바다가 아니고 검은 바다이다.

KakaoTalk_20220816_101255691_02.jpg?type=w1

다시 여객항구로 가기 위해서 해안 길을 걸어가는데 아직도 거리의 평상에는 기상하지 않은 노숙자들이 잠을 자고 있었다. 열대야의 더운 밤에는 잠을 뒤척이다가 선선한 아침에 잠이 든 것 같았다.

가는 길에 길거리 음식점에서 생선 튀김 한 마리, 계란 프라이 두 개, 닭튀김 한 조각과 밥 한 스푼을 사서 길에 서서 먹었다. 가격은 삼천 원 정도이지만 먹을만했다.

여객항구에 가기 전에 아침에 활동을 시작한 도로가의 주민들이 닭장 같은 집에서 여기저기 나오고 있었다.

KakaoTalk_20220816_101255691_10.jpg?type=w1

겨우 작은 공간에서 비만 피하고 사는 판자촌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KakaoTalk_20220816_101255691_01.jpg?type=w1

그런 판자촌을 지나니까 멋진 고층건물이 있었고 좋은 자동차가 즐비하게 주차된 곳도 나온다.

KakaoTalk_20220816_101255691_03.jpg?type=w1

판자촌을 지나서 호화로운 집을 보면서 잘 사는 사람과 살기 힘든 사람이 있는 것 같다. 풍요롭게 사는 사람들은 한없는 여유와 편하게 살지만 어려운 형편인 사람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어럽고 힘들게 사는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이 구걸도 하고 더운 땡볕에서 막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KakaoTalk_20220816_100705695_09.jpg?type=w1

도로 옆 수돗가에서 대야 물로 목욕을 하고 노점에서 파는 밥을 비닐에 담아서 한적한 곳에 앉아 식사하는 모습도 보인다.

KakaoTalk_20220816_100313723_04.jpg?type=w1

반면에 잘 사는 사람은 시중을 받으면서 여유 있고 우아하게 식사를 할 것이다.

옛날부터 인간사에서는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이 존재했지만, 지금은 그런 계층 간의 구분이 확연하거나 눈에 잘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 계층이 대물림되기도 하고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문제이다.

지배계층이 타도의 대상이 될 수는 있고, 또 그런 선동이 명분도 있고 매력적인 일이라서 성공도 할 수가 있지만, 그 성공한 사회도 역시 계급은 생기는 것이다.

그 빈부의 차이는 인간사의 자연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것은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노력해서 계층이 달라지는 것이 본인에게 처한 불합리한 구조를 타계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지배계층으로 올라가는 것이 보편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쉽지 않다. 그래도 이렇게 올라가는 구조나 방법을 막는 사회가 있다면 그것이 타도되어야 한다.


여객 터미널을 지나서 해안을 따라서 계속 가니까 산 페드로 요새가 나온다. 이곳은 18세기 스페인의 요새였지만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KakaoTalk_20220816_100705695_01.jpg?type=w1

성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그 당시 바다에서 올라오는 적들을 관찰하기에는 적당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KakaoTalk_20220816_100705695_03.jpg?type=w1

지금은 성 주변에 고목들이 울창하고 산책이나 휴식하기 좋은 곳으로 조성되어 있다.

KakaoTalk_20220816_100705695_04.jpg?type=w1

요새 입구에는 동상이 있는데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지만, 스페인 선교사나 마젤란으로 추정해 본다.

KakaoTalk_20220816_100705695_06.jpg?type=w1

이 공원에서 한참을 보내다가 다시 해변을 따라서 갔다. 그 해변가에는 돌로 만든 제방이고 오전이지만, 수영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KakaoTalk_20220816_100512367_08.jpg?type=w1

가족단위로 수영하는 사람도 멀리는 현수교가 놓여 있다.

KakaoTalk_20220816_100512367_07.jpg?type=w1

아마도 세부가 자랑하는 막탄섬으로 이어지는 현수교인 것 같다.

KakaoTalk_20220816_100512367_09.jpg?type=w1

산 페드로 요새에서 조금 더 가보니까 팔각정이 보인다

KakaoTalk_20220816_100512367_06.jpg?type=w1

이 팔각정 중앙에는 십자가가 서 있다. 이 십자가를 마젤란 십자가로 불리고 있다.

SE-6dbcdd0a-c358-4e5a-ac98-84075e3fe65e.jpg?type=w1

.....

SE-fa287ea0-39d6-4e58-a0d5-8dba6b643924.jpg?type=w1

세부섬에 도착한 스페인 사람들이 선교하면서 세부 추장에게 처음으로 세례를 주었다고 한다. 이 팔각정은 그 세례 받은 것을 기념해서 만든 것으로 천장 벽화에 추장이 무릎을 굻고서 마젤란에게 세례를 받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KakaoTalk_20220816_100512367_04.jpg?type=w1


팔각정을 지나서 뒤편에 자리한 것이 산토니뇨의 성당이다.

KakaoTalk_20220816_100313723_10.jpg?type=w1

1500년경에 지어진 성당으로 교황으로부터 바실리카라는 위상을 인정받은 성당이고 또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성당이다. 특이 이 성당의 아기 예수상이 유명한데, 이 아기 예수상은 스페인 여왕이 선물한 것으로 마젤란이 가져왔다고 한다.

KakaoTalk_20220816_100313723.jpg?type=w1

.....

KakaoTalk_20220816_100313723_03.jpg?type=w1

기독교의 바실리카로 인정받은 교회는 크고 웅장할 것으로 상상했지만 보이는 건물이나 규모는 아담한 교회였다. 마침 산토니뇨 성당에 들어간 그 시간에 미사를 하고 있었다. 입구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예배드리는 모습에서 경건함을 느끼면서 나도 모르게 숙연해지고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KakaoTalk_20220816_100512367.jpg?type=w1

유럽의 웅장한 성당에서는 느낌이 거의 없었으나 이곳에서는 말로 표현 못 하는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것을 느껴진다. 성당의 규모는 유럽의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은 정도이지만, 미사를 드리는 신도들의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는 또 다른 성당의 모습을 만났다.

한참을 숙연한 자세로 서서 미사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의 마음도 경건해지고 두 손이 모아지는 것을 경험했다.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이 이런 것일 것이다.

KakaoTalk_20220816_100313723_09.jpg?type=w1


산토니뇨 성당을 나오면서 개들이 편안하게 수레 위에서 잠들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세부의 개들도 “개 팔자가 상팔자”인 것 같다.

KakaoTalk_20220816_100313723_07.jpg?type=w1

개들이 대접받고 한가하게 다니는 도시는 개들이 거의 보이지 않은 도시보다 지저분하고 낙후되어 있었다. 이스탄불이나 아테네는 개들의 천국이었지만, 파리나 런던은 거리에는 혼자 다니는 개들이 없었다. 발달된 도시일수록 개들은 철저하게 통제되어서 거리에 보이지 않았다. 개들이 없는 거리가 더 깨끗하기에 그렇게 의도적으로 통제한 것 같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선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개가 보이지 않는 도시가 사람이 살기에는 더 편리했다. 선한 사람이 잘 사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세부는 아직 순박한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고 사는 것이 확실한 차이가 보이는 도시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개가 풀을 뜯어먹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