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우리는 늙어서 소중한 것으로 꼽는 것 중에 친구가 있다. 이것은 외로움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남자가 늙어서 가장 불행한 것을 꼽으라면 “가난”과 중년 상처”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도
중년 상처는 나이가 들어서 배우자와 사별하는 경우로 나이가 들어서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하고 가장 친할 수 있는 배우자 친구가 없다는 것은 지극히 외로운 일이다.
수십 년 전 고향 노인분이 돌아가셨다.
혼자서 살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에 언제 돌아가셨는지 모를 정도로 시신이 변해 있었다고 한다. 태어나서 고향 백 리를 벗어난 일이 없으면서 평생을 어렵게 농사하면서 사셨다. 자식은 여러 명이지만 나이 들어서 타지로 나가서 먹고 살기 바빠 고향에 오는 일도 거의 없었다. 할머니와 단 두 사람이 살다가 할머니가 먼저 돌아가시고 그래도 혼자 여러 해를 조용히 사셨다. 누구와도 말벗하지 않고 조용히 혼자 사시니까 주위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그러다가 노인이 오랫동안 보이지 않으니까 주위에서 찾아간 것이다. 외롭게 혼자서 언제 돌아가셨는지도 모르게 먼저 간 할머니 곁으로 가신 것이다.
얼마나 외롭고 고독한 삶을 살았을까? 아마도 외로움이 몸에 배었을 것이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집에서 혼자서 돌아가시기까지 참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외로움은 “홀로 되어 쓸쓸한 마음이나 느낌”을 뜻하는 것으로 우리가 타인과 소통하지 못하고 격리되었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외로움은 모든 인간이 어느 정도는 느끼는 보편적인 감정일 것이다. 외로움은 인간의 많은 감정 중에 부정적인 면이 있지만, 그 외로움이 인간을 단련시키고 홀로서기를 빨리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것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원래부터 외로운 존재인 것이다. 세상에 날 때도 혼자서 왔다가 떠날 때도 혼자서 가야 한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도 같이 갈 수 없고, 그러한 감정도 같이할 수 없는 것이다
허리가 굽어서 머리나 등이 지면에 비슷한 높이가 된 할머니들도 밭에 유모차를 끌고 가는 것은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지만, 그냥 혼자 집에 있으면 심심하고 외로워서 밭으로 가는 것이다. 밭에서 작물을 가꿀 때는 시간이 잘 가면서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늙어가면서는 외로움을 잊고 위해 바쁘게 살려고 하는 노인이나 끝없는 수다를 떠는 할머니, 별것이 아닌 것도 크게 웃는 나이 든 사람들은 다 외로움을 잊기 위해서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늙어가면서 외로움도 짙어 가는데 외로움에 견디다 못해서 자살하는 노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젊어서 즐겁고 행복했던 추억도 현재가 어느 정도 견딜만한 환경이면 추억으로 회상될 수 있지만, 온통 외로운 환경이라면 추억보다는 견디기 어려운 삶이 되는 것이다.
외로움도 우리가 받아들여서 같이 살아야 할 마음이다.
우리는 외로움을 받아들여야 하고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느끼는 감정이다. 우리가 매일 열심히 살려고 노력을 하는 것은 외롭지 않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우리의 삶이 한가하면 외로움이 슬며시 다가올 수가 있다. 그래서 한가한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 그 한가한 시간에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를 고민한다. 그래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일이 있으면 그 일에 집중해야 하기에 외로움이 자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하는 것이 외로움을 안 느끼는 쉬운 방법이다.
가장 외로움을 잊고 살기가 좋은 곳은 가정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가정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가족은 편하고 오래 같이 살아온 사이라서 서로를 잘 알고 친하기도 쉽지만, 그런 정이 있고 좋은 분위기가 있는 가정을 만들기가 쉽지는 않다.
친밀한 관계가 유지되는 가정은 행복한 것이고 외로움이 덜 생각나는 곳이다. 이러한 가정을 유지하려면 노력이 필요하고 인내와 배려가 요구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도 가정은 인간으로서 갖는 외로움을 극복하는 것으로 가장 좋은 곳이다.
그러나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내 곁을 온전히 지키고 있는 사람은 오직 나 자신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외로움을 느끼고 견뎌야 한다.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인간의 외로움은 자연스러운 감정이기도 하다.
이제는 늙어가면서 덜 외롭게 사는 방법과 생활을 고민해야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오는 것은 육체의 노쇠화로 활동력이 줄어든다. 활동 범위가 줄어들면 일정한 곳에서 생활할 것이고 그러면 매일 하던 일을 반복해서 하기 마련이다. 새로운 일이 없으니까 무료함과 외로움이 찾아올 것이다. 보통은 그런 감정을 안 느끼려고 부단히도 노력하고 살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종착역이 보일 것이다. 그래도 끝까지 애쓰면서 살려는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다.
또 늙어가면서도 의미 있는 삶으로 외로움을 극복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나이는 먹었지만,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노년이지만 편안한 것만 추구하면 마음에는 게으름만 남고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것은 의미 없이 보낸 시간뿐이다.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살 수가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외로움 없이 살 수 있는 길이다. 이러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생을 마감한다는 생각으로 산다면 한 인간으로서 의미 있게 살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