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륙도가 바로 앞에 보이는 남파랑 길 시작 지점에 섰다.
한 해 전에 해파랑길을 걷던 때를 생각하면서 멀리 오륙도를 바라본다.
오륙도는 섬이 서쪽에서 보면 5개, 동쪽에서 보면 6개로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오늘은 파도도 크지 않고 맑은 바닷물과 푸른 하늘이 조화롭다.
나드리 나온 사람들이 많이 보이고 춥던 겨울 한파가 계속되다가 오늘은 봄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정도로 포근한 날씨이다. 남파랑 길은 시작 지점의 왼쪽으로 가고, 오른쪽으로 가면 해파랑을 시작하는 곳이다. 이곳을 코리아 둘레길이라는 표시를 해 놓아서 둘레길의 출발점으로 위치를 선점한 것 같다.
코리아 둘레길은 동해안의 해파랑길, 남해안의 남파랑 길, 서해안의 서파랑 길, 비무장지대의 평화 누리 길을 말한다. 그중에 남파랑 길은 이곳에서 해남 땅끝까지 1463Km의 길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을 해서 완만한 오르막을 올라간다.
오랜만에 걸어서 몸은 아직도 무거운 느낌이다. 열심히 걷다가 보면 몸이 가벼워지고 다시 걷는 즐거움이 오리라는 마음으로 걸어간다.
조금 올라오니까 작년에 걸었던 해파랑길 오르막이 나온다.
해파랑길도 처음에는 오르막을 한참 올라가야 되는 길이었다. 그날은 날씨가 무척 추워서 사람도 별로 없고, 바람이 너무 불어서 곧바로 걷기가 힘들 정도였다는 기억도 난다.
남파랑 길 표식이 처음에 보이다가 보이지 않아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까, 해파랑길은 아는데 남파랑 길은 잘 모른다는 반응이다. 이번에는 그동안 많은 길을 걸어온 경험으로 부지런히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았다. 여러 사람 중에 아는 사람이 나왔다. 길의 방향을 가르쳐 주는데 그 방향에 표시가 없었지만 믿고 한참을 가니까 표시가 나왔다.
도로를 따라 걸어가는 길은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이어서 오르막의 꼭대기쯤에 무제동 공원이 있었다. 공원을 돌아서 걸어가는 길에는 봄볕을 즐기는 노인들이 벤치에 한가로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시기에 바람 부지 않은 곳에서 따뜻한 봄볕보다 좋은 것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다시 내려가는 길이 이어지고 동명대학을 지나서 시내로 들어간다. 멀리 신선대부두가 보이고 넓은 바다를 바라보면서 걷는 길은 기분이 상쾌해진다.
처음에 시작할 때의 무거운 마음이 이제는 예전에 걸으면서 느낀 본 좋은 기분이 되살아 난 것 같다. 물론 아직은 처음 시작하기 때문에 발도 아프지 않고 다리도 아직 걷을 만하지만, 곧 힘들어지고 발가락부터 시작해서 온몸이 힘든 과정을 거칠 것이다. 그 과정을 견뎌야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것이다.
시내 길을 걸어가면서 남파랑 길을 표시한 표식 찾기가 힘든 것 같다. 도심이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표시도 그렇게 많지 않다.
유엔 참전 기념비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면서 무엇을 위해서 낯선 이 땅에 왔다가 돌아가지 못한 이방인들을 생각해 본다. 아마도 본인들은 어떤 의도한 마음보다 그 시대가 이곳으로 보냈고 그리고 돌아가지 못한 젊은 영혼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공원은 넓게 잘 조성되어 있고, 이 추모의 의미가 있는 곳에 시민들의 안식처로도 손색이 없도록 만들어져 있다. 따뜻한 햇볕을 쬐러 공원의 벤치에는 시민들이 앉아서 쉬고 있다.
유엔기념공원을 지나서 부산문화회관으로 올라가는 길에도 표시를 못 찾아서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찾아서 도심 길을 걸어갔다. 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 이어지면서 부산 7부두까지 걸어갔다. 이곳을 지나서 언덕길을 올라가면 나오는 곳이 문현동 곱창골목이다. 이 곱창골목은 많은 관객을 동원한 “친구”를 촬영한 곳이라고 간판에 써 놓은 집도 있었고 곱창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곱창 골목 중간에서 우측 오르막으로 올라가는 길이 남파랑 길인데, 여기도 눈여겨보지 않으면 길을 잃기 쉬운 곳이다. 우리의 둘레길은 예측 가능한 길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길이 너무 많아서 길을 걸으면서 주변의 경관을 즐기는데 약간의 애로사항이 되는 곳이 많다. 마냥 주변만 보고 즐기다가는 길을 잃고 한참을 찾기도 하고, 뒤돌아 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문현동 곱창골목을 지나면 작은 동산으로 올라가는데 경사가 급하다. 이곳은 우암산으로 도심 속에서 숲속을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해파랑길 1코스는 계속 부산 도심 길을 걸어간다. 범일동을 걷다가 보면 수정동 길이 나온다. 도시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분주히 다니는 차들과 같이 걷다 보면 초량동이 나오고 여기서 이바구 길을 만난다.
이바구 길도 평범한 도심 길이다. 초량동의 높이 있는 마을과 아랫마을을 연결하는 계단이 있는 곳이다.
경사가 45도나 되는 이 168계단길은 예전에는 이곳이 윗 동네로 올라가는 유일한 길이어서 힘들게 걸어서 올라 다녔지만, 지금은 모노레일을 만들어서 노인들이 쉽게 이용을 하고 또 새로운 명소가 된 곳이다. 옆에는 급한 계단 길과 나란히 만들어진 모노레일이 이색적인 곳이다.
아바구 길 초입에는 벽화 길을 잘 조성해 놓았고 입구에 교회는 초량교회로서 1892년에 한강 이남에서 최초로 만든 교회라고 한다.
다시 길을 걸어 나오면 초량 전통시장을 지나면 부산역이 나온다. 아침에 부산역에 내려서 남파랑 길 시작하는 곳으로 가서, 다시 부산역까지 걸어온 것이다. 부산역이 남파랑 길 1코스가 끝나는 곳이다.
겨우내 쉬다가 다시 걷는 길은 힘이 들고, 앞으로 계속 걸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하면서 걸어왔다. 걷는 것도 부지런해야 하고 늘 쉬지 않고 걸어야 힘들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쉬는 동안 몸도 살이 붙은 것 같아, 앞으로 계속 걸으려면 동심으로 돌아가서 천천히 노는 듯 걸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