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종익 Feb 02. 2023

남파랑 길 2일차

부산역에서 출발한 길은 처음부터 도심의 빌딩 사이로 가는 길이다. 이른 아침 잘 정돈된 도심의 도로에 차들이 급하게 달리고 거리에 걷는 사람은 별로 없다. 도심이라서 남파랑 길 표시가 잘 보이지 않지만, 미리 보아둔 코스에 따르면 직선도로를 가다가 부산대교를 넘어서 영도구로 가는 길이다. 직선 길을 부산대교가 나올 때까지 걸으면 되니까 표시가 보이지 않아도 그냥 걸으면 되니까 마음이 편하다. 멀리 큰 백화점이 보이니까 부산대교도 곧 나올 것 같다.

큰 백화점 옆에 있는 부산대교를 걸어 올라가니까 부산항과 영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부산이 항구도시인 것이 실감이 난다.


높고 긴 부산대교를 건너서 영도로 들어가니까 영도구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처음 걷기 시작할 때보다 차들이 많아진 것은 출근 시간이 되니까 그런 것 같다. 영도에 들어가서 서서히 오르막으로 올라간다. 그 오르막이 숨이 찰 정도로 계속 올라가다가 중간쯤에 버스가 다니는 큰 길을 만난다. 아마 지금 만난 큰 길을 따라서 섬을 한 바퀴 돌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니었다. 그 큰 길도 건너서 작은 집들이 붙어 있는 사잇길로 올라간다.

이 길이 시작하는 곳에 “산유화” 길이라고 쓰여 있다. 이 골목길도 또 한없는 오르막길이다. 길 이름은 예쁘게 지었는데, 실제로는 꼬방동네의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좁은 길이다. 추운 겨울에 눈이나 길이 얼면 올라가기가 힘든 길이다.


숨이 턱 밑까지 올라올 무렵에 봉래산 둘레길이 나온다. 봉래산은 영도섬의 중앙에 위치한 산으로 부산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산이다. 봉래산 그린공원에 도착하고서는 봉래산 둘레길을 따라 남파랑 길이 만들어져 있다.

둘레길은 봉래산 허리를 도는 것으로 중간에서 다시 둘레길이 아니고 등산을 하듯이 올라간다. 그러니까 또 산허리에 도로가 나온다. 이 도로를 따라서 걸으면 해안에 이르고, 이 길은 바다와 같이 걷는 해안 누리길이다

이 길이 태종대 밑의 절벽길로 가는 길이다. 태종대 밑에 있는 절벽길이 여러 갈래로 많이 만들어져 있다.

절벽의 바위와 나무 사이로 만들어진 계단은 바다를 보면서 걷는다. 바다 위에는 크고 작은 배들이 한가로이 떠 있다.


이 절벽에 난 길을 절영해안 산책로라고 하는데, 영도의 옛 이름이 절영도였던 것 같다. 해안의 바위와 자갈이 많은 산책로를 지나면, 흰 여울 해안 터널이 나오는데 그곳까지 관광객이 많이 오는 곳이다.

터널을 지나서 흰 여울 길을 걸어가면 멀리 송도의 높은 빌딩과 바다가 시원하게 트인 곳이다. 흰 여울 길을 옆에는 흰 여울 문화마을이 조성되어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긴 해안 길을 걸어가면 나오는 곳이 남항대교와 남항 방파제이다. 남항대교도 길고 웅장한 다리이지만 남항대교 방파제는 직선으로 끝이 가물거리는 거리이다. 이 방파제가 끝나면 영도의 옛 도시가 나오고, 그중에 깡깡이 예술마을도 있다. 깡깡이 예술마을이라도 해서 무엇인지 궁금해서 둘러보았지만, 별로 예술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이 마을은 예술의 수준이 심오해서 내 눈은 구별을 못하는 것 같다.

영도다리 밑을 지나서 다리 위로 올라왔다.

올라온 초입에 동상이 있어서 자세히 보니까 옛날 가수인 “현인”이었다. 이 분은 영도에서 어린 시절 살았다고 한다.


그 유명한 영도다리를 넘어서 남포역으로 들어갔다. 남포역은 복잡해서 남파랑 길의 표시를 열심히 찾았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미리 본 코스에서 다음가는 곳이 용두산 공원인 것을 알았기에 그곳을 찾아서 올라갔다.

용두산 공원도 부산을 상징하는 공원답게 잘 조성되어 있다. 이곳에서 한참을 쉬면서 옛날에 온 적이 있어서 기억 속에 옛것을 찾아보았지만, 높이 솟은 탑 외에는 모두가 눈에 익지 않다. 기억도 많이 지워지고 그동안 많이 변하기도 했을 것 같다. 그래도 높은 탑이라도 기억 속에 있는 것을 감사하다는 겸손한 생각을 해 본다.


이곳에서 다시 찾은 표시를 따라서 자갈치 시장 쪽 해안가로 내려갔다. 내려가는 길에 국제시장을 만났다. 국제시장도 이름이 알려진 시장이지만,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국제시장을 지나서 곧바로 가면 나오는 것이 자갈치 시장이다.

이곳도 예전에 곰장어를 먹으러 자주 오던 곳이다. 곰장어 집은 그대로 있는데 위치가 옛날 그곳인지는 잘 모르겠다. 곰장어 집 아주머니들의 호객은 여전히 열심이다.

자갈치 시장 도로변에 자리한 어물전은 아직도 눈에 익고 예전과 비슷한 느낌이다. 어물의 종류가 다른 시장보다 더 많은 것 같고, 시장을 온 사람들이 많아서 부딪힐 정도이다.

이곳에서 선짓국을 포장마차 같은 식당에서 파기도 하고, 종류별로 바닷고기를 굽어 놓고 파는 집도 여러 곳 있다. 눈으로 구경만 해도 활기가 넘치고 살아 있는 느낌이 드는 곳이다.


자갈치 시장을 지나고 해안 길을 따라서 계속 걷다가 보면 송도 해수욕장이 나온다. 송도 해수욕장에 도착해 보면 남항대교로 연결된 영도가 바로 앞쪽에 있다. 송도 해수욕장은 넓은 백사장도 있지만, 해수욕장 위로 케이블카도 설치되어 있어 해수욕장에 앉아서 바다 구경만 해도 힐링이 되는 것 같다.

해수욕장에서는 걸어온 지 여섯 시간이 넘어서 발이 아프다. 발이 아플 때는 걷지 않고 쉬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한참을 쉬다가 해안을 따라서 걸어간다. 원래 바다 바로 위 해안에 길이 나 있는데, 이곳에 공사 중이라 통제를 하고 있다. 길은 아파트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 도로를 따라가는 것으로 변경되어 있다.


이 도로 길도 아래는 바다가 있고 멀리 영도와 송도가 보이는 멋진 뷰가 있는 길이다. 이 길을 가는 중간에 “기다리는 마음”의 노래비가 서 있다. 이 시비가 여기에 서 있는 연유가 궁금했지만, “봉덕사에 종소리 울리며..”로 시작하는 2절이 마음에 들었다. 아마도 “기다리는 마음”의 작사자인 “김민부”의 고향이 부산 초량으로 봉덕사는 부산에 있는 사찰이고, 이곳에 노래비를 세운 것도 작사자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늘 생각했던 것이 시나 글을 잘 쓰는 문인들이 남긴 작품들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읽히고 기억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는 글 쓰는 것이 매력이 있는 것이다. 그래도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글을 창작하기란 힘든 것이지만, 좋은 글만 만들면 과도한 대접을 받는 것 같다.


노래비를 지나서 한참을 가니까 암남 공원이 나오는데, 이곳이 송도 케이블카가 바다를 가로 질로 오는 곳이다. 이 암남 공원에는 동 섬과 연결한 구름다리가 있다. 이 다리는 동 섬을 건너가서 돌아오는 구름다리인데 너무 견고하게 만들어서 거의 출렁거리지 않는 구름다리이다.

암남 공원을 지나서 계속 바다를 바라보면서 걷는 길은 “남쪽의 쪽빛 바다와 함께 걷는 길”라는 남파랑 길의 의미에 적합한 길이다.






작가의 이전글 남파랑 길 1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