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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Feb 03. 2023

남파랑 길 3일차


팽나무 공원은 400백 년이 된 보호수로서 팽나무가 있는 작은 곳이었다. 이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이 나무는 해마다 정월 대보름이면 제사를 지냈던 곳이라고 한다. 올해도 정월 대보름에 당제를 지낼지는 모르겠다. 아직은 팽나무에 금줄이 없는 것을 보면, 이제는 당제를 지내지 않는 것 같다.


이 작은 공원에서 계속 걸어가면 감천 4거리가 나온다. 왼쪽의 담장이 높이 둘러 있는데, 감천항의 부대시설이 있는 곳이다. 담장 사이로 감천항에 정박해 있는 배들과 큰 규모의 시설들이 보인다. 감천항이 내려다보이는 길을 따라 크고 작은 공장들을 지나서 산속의 숲길을 계속 걷는다. 길은 잘 정비되지 않아서 걷기가 편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가면서 산속 길을 걸어가니까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두송 전망대로 가는 길에는 산책 나온 사람이 제법 있을 정도로 아침 운동을 많이 하고 있다. 두송 전망대 가는 중간에서 몰운대 방향 산길로 남파랑 길이 만들어져 있다. 어느 정도 산을 올라와서 몰운대 방향은 내려가는 산길이어서 내려가기도 쉽고 공기도 맑다.


몰운대 가기 전에 체육공원을 지나면 다시 작은 언덕을 넘으면 눈에 익은 마을이 들어온다. 다대포 회 타운이 다대포항에 붙어 있다. 이 다대포 회 타운은 수십 년 전에 자주 와서 회를 사간 곳으로 그 자리에 건물도 좌판도 그대로이다.

아직은 아침이라서 손님들은 별로 없지만, 회 뜨는 아주머니들은 준비를 마친 것 같다. 들어가서 옛 생각이 나서 구경을 하니까 귀에 익은 호객행위를 한다. “잡어 만 원에 사 가이소, 이거 다 줄게요" 하는 사투리가 너무 정겹다. 여기저기서 호객행위를 하는 아주머니들의 말을 들으면서 싱싱한 회감들을 천천히 구경하면서 한참을 머물렀다.


횟 타운에서 몰운대까지는 한참을 걸어가면서 방파제에 붙어 있는 작은 돌섬에 갔던 때도 기억나고, 몰운대에 올라가서 일출을 보던 곳도 회상이 된다. 바다와 돌섬과 몰운대 입구는 옛날 그대로이다.

다대포 입구에서 몰운대까지 우측 바다는 넓은 백사장으로 해수욕장이었는데, 지금은 소나무로 공원이 만들어져 있다. 그 다대포 백사장에서 어린 딸이 아장거리면 놀던 때가 눈에 선한데 지금은 모래가 없고 공원이 된 것이 아쉽다. 마치 추억을 잊어버린 아쉬운 마음이다. 그래도 아직 소나무 공원 앞에는 백사장이 있어서 조금은 위안이 된다.

이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올려다보이는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집에서도 몰운대와 넓은 백사장이 보였다. 이제 그 아파트를 올려다보면서 찾아보았지만, 그동안에 더 많은 아파트가 만들어져서 어느 곳인지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을 많이 잊어버린 것은 30년 가까운 시간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남파랑 길은 아미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올라가도록 만들어져 있다. 그곳에 올라가니까 내가 살던 집이 더 기억나는 곳으로 왔는데, 가까이 와서도 기억이 가물거린다. 몰운대 성당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되고, 그 성당이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지금도 몰운대 성당은 그 자리에 있는 것 같은데, 그 뒤로 엄청난 아파트촌이 만들어져 있다.


이 아파트촌은 내가 살던 때에 부지 조성을 시작했던 것을 기억되고, 이곳을 지나면 아미산으로 가는 길이 나왔는데, 지금은 아미산 정상으로 가는 길이 더 잘 조성되어 있었다. 아미산 길은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 운동이나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바다가 보이고, 길도 그렇게 급하게 만들어진 긴 등산로이다.


아미산 길이 끝나고 산을 내려가면 장림동이 나온다.

장림동은 도심의 보통 마을이지만, 부네치아 장림포구는 이국적으로 잘 조성되어서 눈에 들어온다. 포구 양쪽에 가로수와 공원을 조성하고 집들도 아담하게 잘 만들어져 휴식공간으로 이용하는 것 같다.


장림동 생태공원을 지나면 낙동강하구 뚝이 보이는 바닷가로 나온다. 멀리 가물거리는 하구 뚝을 향해서 끝없이 긴 길이 이어진다.

하구 뚝 가는 길은 차가 다니는 도로가 있고, 그 밑에 해안가에 걸어가는 도보 길이 만들어져 있다.


하단에 도착해서 이곳에도 옛날에 살던 곳이라 눈여겨보았지만, 많이 변해서 낯익은 곳은 찾지 못했다. 그래도 하단 뒤에 보이는 산에 등산 갔던 기억은 난다. 그 산에도 억새가 정상 부근이 무척 많았고 조금 내려오다가 시골 밥집에 먹었던 점심이 그렇게 맛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세월이 많이 흘렀고 이제는 추억이 더 많은 때가 된 것이다.


낙동강 하구 뚝을 건너면서 을숙도도 자주 왔던 곳이고 강바람이 센 곳으로 오늘은 바람은 불지 않는다. 을숙도 건너면서 중간쯤에 만난 을숙도 옛 표지석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표지석이 서 있는 자리가 이제는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는 장소가 되었지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을숙도를 지나면 명지 동네 초입의 횟집 많은 마을로 들어간다.


이곳은 옛 전에 알고 지내던 지인이 횟집을 하는 곳이라서 들어가면서 아직도 횟집을 하는지 얼마나 변했는지 궁금해진다. 마침 남파랑 길도 이 거리를 지나니까 혹시 만날까 하는 마음에 갑자기 마음이 설렌다.

아직도 이 거리는 바닷가 옆으로 낮은 건물들이 그대로 있다. 거리가 변한 것이 별로 없었고 머릿속에는 옛날의 횟집 간판이나 건물이 눈에 그려진다. 세월이 지나도 그대로 있으면 알 것 같았다. 그 횟집 건물이 위치했던 장소를 지났지만, 건물은 옛것인데 횟집 간판도 없고, 그 건물이 확실한지도 잘 모르겠다. 횟집도 없어지고 지인도 이제 이곳에 없는 것 같다. 지난 세월은 기억 속에 남겨두고 계속 길을 걷는다.


명지도 예전에 거의 논밭이었지만, 지금은 보이는 곳은 모두 아파트였다. 바닷가 해안선은 일직선으로 방파제를 잘 만들어져 있어서 길을 잃어버릴 염려는 없었다.

명지 해안 길은 직선 길이 십 리가 넘었다. 그 길에는 주민들이 운동하기 좋은 곳이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걷고 있었다.


오늘도 아침에 출발해서 일몰이 다가오는 때까지 걷고 있다. 명지의 십 리나 되는 해안 길이 끝나니까 신호대교가 나온다.

신호대교에서 넘어가는 낙조가 아름답다.


해는 저물어가고 아직 걸어야 길은 남았는데, 발바닥이 가장 힘든 것 같다. 아침에 걷기 시작하여 일곱 시간이 넘으면, 이맘때쯤에는 다리가 천근이고 발바닥이 아파진다.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면서 아픈 발바닥을 조심하면서 묵어갈 숙소를 찾아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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