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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Feb 06. 2023

남파랑 길 6일차

마산 해양누리공원에서 휴일 아침을 맞이한다.

일요일 이른 아침이어서 사람이 많은 곳이지만 한가한 편이다. 뒤쪽으로 가면 그래도 사람이 있을 것 같은데, 남파랑 길은 월영동의 아파트 촌으로 만들어져 있다. 일요일 한적한 도심 길을 오늘도 화살표를 찾으면서 걷는다.

월영마을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만났다. 오늘도 아침에 등산이 시작된 것이다. 길을 걷다가 보면 아침이나 오전에 산이나 오르막으로 오르면 힘이 있어서 잘 올라가는데, 점심을 먹고 오후에 이런 길을 만나면 힘이 배로 드는 기분이다. 이때는 발이 무겁고 걸음을 옮기는데 힘이 들어 오르막에는 속도도 나지 않고, 쉽고 싶은 생각뿐이다.

아침에 오르는 산이라서 그렇게 힘든 생각보다는 아직은 아침에 좀 쌀쌀하다는 느낌이었지만 오르막을 올라가니까 몸에서 열이 나서 걸을 만하다. 숨이 찰 정도로 올라가니까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나온다.

도로는 포장이 잘 되었고, 절반을 걷기 좋게 우레탄으로 만들어진 길이다. 이런 도로 길이 산허리를 돌고 돌아서 6Km 이상 이어진다.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되는 도로 길은 아침에 운동 나온 사람들이 중간중간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청량산 전망대 밑을 지날 때는 올라가는 계단을 직선에 가깝도록 만들어 놓았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마산의 전경이 잘 보인다는 안내문을 보았지만, 올라갈 마음이 나지 않는다. 길을 걷다가 보면 길이 표시된 쪽으로 가는 경향이 있다. 옆이나 위로 가서 무엇을 구경하고 다시 돌아오는 마음을 먹기가 힘들다. 물론 유명한 곳이면 가보기도 하지만, 그러나 그런 곳은 보통 파랑길 코스에 포함되어 있다.


아침에 걷기 좋은 산속 길을 걸어가는 마음이 상쾌하고, 이런 기분 때문에 걷는 것 같다. 언제나 그랬듯이 오르막은 필연코 내리막이 나오는데, 내리막길도 올라간 만큼 내려간다. 내리막이 끝나고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가 나오는데, 이 길은 덕동마을로 이어지는 지방도인 것 같다. 여기서부터는 거의 도로와 같이 걷는 길이어서 지나가는 차들을 조심하면서 오랫동안 걸었다.


걷는 길이 작은 항구가 있는 해안 길을 걸어갈 때도 있었고, 다구 해안 방파제와 해안 마을들을 감상하면서 그렇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쉬지 않고 걸었다.


중간에서 발꿈치가 이상한 느낌이 와서 신발을 벗어 보니까 양말이 뒤꿈치가 달아서 떨어져 있다. 오랫동안 걸으니까 양말이 해진 것이다. 경험자들이 걸을 때는 발가락 양말이 좋다고 해서 신어 보니까 역시 경험자의 말이 옳았다. 발가락 양말이 물집이 거의 안 잡히고 편한 것 같다.


해안 길을 따라서 걷다가 보니까 해수욕장이 나온다. 이 해수욕장은 광암해수욕장으로 창원에서는 유일한 해수욕장이어서 여름이면 이곳 시민들이 많이 이용한다는 해수욕장이다.

주변에 부대시설은 그렇게 많지 않고 쉴만한 숙박 시설도 보이지 않는다. 해수욕장 옆에 붙어 있는 항구가 광암항이다.

광암항 지나서 해변을 따라서 걸어가면 진동만의 넓은 갯벌이 보인다. 갯벌에는 무엇인가를 채취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철새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는 바다에서 부는 바람이 아직은 차가운 기운이 있지만, 바람 끝이 그렇게 매섭지 않다는 것이 느껴지고, 남도에 봄이 오는 것 같다. 봄이 오는 것을 느끼면서 걷는 길에 멋진 담장을 만났다. 진동면 소재지로 가는 길에 황금 측백으로 담장을 한곳이 지나는 사람들의 눈을 가게 만든다. 그냥 측백도 아름답지만, 황금 측백을 빽빽하게 심어 놓으니 훌륭한 담장이 된 것이다. 가면서 다시 뒤돌아보게 하는 담장이었다.


보통 하루를 걷다가 보면 아침에 출발할 때는 다리에 힘도 있고, 또다시 새날을 시작하는 기분에서 힘도 들지 않고 상쾌한 기분으로 걷는다. 이런 기운으로 10시까지는 걷는 데, 불편이나 힘든 생각 없이 잘 걸어간다. 10시에서 정오까지는 약간은 힘들다는 생각은 있지만, 그래도 다리에 힘이 남아있다. 정오가 가까워지면 일단은 배가 고프니까 점심 할 곳을 찾는데 신경을 쓰다 보면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이 덜 든다.

점심을 먹을 때 주로 발을 풀어주는 휴식시간이다. 이 점심시간이 끝나고 다시 걸어가면 이제는 다리가 힘들다는 신호가 온다. 그래도 오후 2시까지는 힘들지만, 걷는 데 별지장은 없다. 2시가 넘어서 걸으면 힘들다는 것을 느끼면서 걷는 때이다. 오후 3시간 넘어서면 발이 무거워지고 속도가 줄어들고 발바닥이 아프다. 그리고 오후 4시가 지나면 그냥 힘들어도 참으면서 걷는 것이지, 주변의 풍광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이때는 1Km가 그렇게 먼 거리라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다. 그래도 특이한 것은 걷는 것을 마치고, 하룻밤을 쉬고 나면 다시 회복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아침이 오면 다시 걷는 것이다. 새로운 날이라고 생각하고 새로운 마음을 먹으려고 의도하면서 걷는다.


진동 신기 해변 길에 긴 방파제가 만들어져 있다. 그 길을 걸을 때는 아무도 없는 길에서 물 빠진 갯벌과 철새들만 구경하면서 걷는 지루한 길이다.


작은 바닷가 고개를 넘으니까 고현마을이 나온다. 고현마을은 미더덕이 유명한 곳인지, 여기서부터는 도로 이름도 미더덕로이다.

고현 마을에서는 달집을 태우려고 부둣가에 만들어 놓았다.

이 마을의 항구 이름은 진동항이다.

고현마을 지나서 나오는 마을이 장기 마을이고 그다음이 율티 마을이다. 율티 마을에서 남파랑 길 11코스가 끝나는 종점이 있다.

이곳은 아직 창원 특례시이지만 주위에 하루 유숙할 숙박업소가 없다. 지금까지 오면서 민박한다는 간판도 보지 못했고, 여기서는 마산으로 들어가야 유숙할 곳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걷기를 마치고 버스를 기다리면서 정류장에서 아픈 발바닥을 주물리고 있다.


오늘이 정월 대보름이라서 해안마을 지나면서 달집을 만들어 놓은 곳이 여러 곳이었다. 고현마을을 지날 때는 달집 옆을 지나는데 마을 사람들이 막걸리와 부침개로 잔치를 하고 있었다. 배낭을 메고 지나는 사람에게 막걸리 한잔 먹으라고 할 만도 한데 눈길을 주지 않았다. 지나면서 막걸리와 부침개에 눈이 갔지만, 한잔 달라고 할 용기도 없었다. 그냥 신기한척하면서 지나갔다. 바로 옆에 있는 마을이 장기 마을이다.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모여서 달집 옆에서 윷놀이도 하고 술판도 있었다. 혹시나 하고 바로 옆으로 지나가면서 윷놀이하는 것을 한참 들여다보았지만, 술은 권하지 않는다. 물로 한잔 달라고 할 용기도 없어서 가던 길을 계속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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