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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Feb 05. 2023

남파랑 길 5일차

저녁에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저녁을 해결하려고 식당을 찾았다.

마침 숙소 부근에 오일장이 열리는 곳이 있었다. 진해 경화시장인데, 길이가 너무 길어서 시작 지점에서 끝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배낭을 멘 채로 시장을 구경하면서 식당을 찾을 생각이다. 들어가면서부터 과일이 풍성하게 나왔고 땅콩과 호두가 많았다. 아마도 정월 보름이 이틀 남아서 부럼에 관한 것이 많이 나온 것이다. 그러니 오늘이 정월 보름 대 목장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묵나물도 많이 보인다.

조금 들어가니까 시장 점포에서 어묵을 파는데, 뜨끈한 국물이 좋아 보여서 가격을 물어보았다. 가격이 보통 어묵집의 반값이다. 주인아주머니도 친절하고 배도 출출할 때라서 선 채로 먹기 시작했다. 어묵이 적당히 익은 것도 먹기 좋았지만, 종이컵에 어묵 국물을 받아서 먹는 맛이 그만이다. 어묵 국물이 약간 칼칼하면서 시원하고 무엇보다도 약간 뜨거워서 불면서 먹는 맛이 최고였다. 기분 좋게 어묵으로 배를 대강 채우고 다시 시장을 따라서 올라갔다. 가는 중간에 떡갈비 파는 집이 세 집이나 있었는데, 그 집에서 시식하라고 잘라 놓은 떡갈비를 서 너 점씩 맛을 보았다. 배낭을 메고 걸어 다니는 사람이 되고 보니까 얼굴이 두꺼워져 시식을 할 때도 주인의 눈치를 살피지도 않는다. 계속 올라가니까 땅콩을 시식하라고 하는 곳에는 손으로 한 오금 쥐니까 주인이 눈치를 주는 것 같았다. 오늘은 각종 강정이 많이 나왔는데 강정 집도 빠짐없이 시식을 하면서 지나가면서 시장 구경은 제대로 한 것이다.

다시 돌아올 때는 시식만으로 배가 부른 것 같았다. 오늘은 푸짐하게 정월 대보름 대 목장이 서는 곳을 만나 염치없이 많이 얻고 먹고 숙소로 들어왔다.


아침에 진해 상리마을에서 걷기 시작했는데, 이곳이 남파랑 길 8코스가 시작하는 곳이다.

처음 시작부터 언덕 같은 오르막으로 올라간다. 천자봉으로 올라가는 길인데 등산로인 것이다. 실제로 등산이고 날씨도 약간 춥고 바람이 불어서 처음부터 두꺼운 장갑을 끼고 시작했다. 그래도 오르막을 숨차게 올라가니까 힘은 들지만, 추위는 덜해지는 것 같다. 한참을 올라가니까 진해 드림 로드 길이 나오는데, 먼저 천자봉 해오름 길이라고 표시된 길인데, 임산도로로 넓고 평평하게 잘 만들어져 있다. 양쪽에는 아름드리나무들이 있고 햇볕도 여름에는 충분히 가려줄 정도이다.

이 길에 주로 심어진 나무들이 편백나무가 많았고 산벚나무도 있었다. 아침에 숲길을 걷는 기분이 너무 좋고 상쾌하다. 이런 좋은 산길이 십 리나 이어지면서 예전에 걸었던 해파랑길 영덕 구간의 블루 로드 산길이 생각나고 비교가 된다. 영덕 길은 자면 길에 가까워 기복이 있지만 자연스럽고, 이 길은 임도여서 걷기가 좋고 직선길으로 이어진 편안한 길이다. 시내 바로 위에 위치해서 올라오기 좋고 걷기 좋아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멋지고 건강해지는 길인 것 같다.


천자봉 해오름 길이 끝나면 안민고개가 나오고, 안민고개 휴게소는 벌써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등산이나 산책을 나온 것 같다. 이곳부터는 내려가는 길이 테크로 길을 만들어 놓았고 오래된 벚나무가 서 있는 것이 아마도 벚꽃길의 명소인 것 같다.

여기서부터는 장복 하늘 마루 길이라고 이름 지어 있지만, 역시 진해 드림 로드 길이다. 장복 하늘 마루 길은 편백나무 군락이 본격적으로 나온다.

편백나무 옆으로 맨발로 걷는 황도 길도 만들어 놓았고 걷지 좋게 잘 만들어진 길이다. 편백나무 길을 걸어가다가 오르막이 나온다. 이 오르막은 곧 고개 정상이 나올 것 같은데, 나오지 않고 한 시간 이상 오르막을 걸어갔다.

그 사이에 편백나무 사이에 지붕만 보이는 사찰이 있는데, 눈으로 올려다 보기만 하고 지나간다. 나중에 입구에 간판이 삼밀사라는 것을 알려준다.

편백나무가 끝나는 곳에는 진해 드림 로드길 입구가 서 있었다. 여기서 8코스가 끝나고 9코스가 시작되는 곳이다.

오늘 걸어온 구간은 잘 조성된 숲길이고 건강에 좋은 편백나무가 많은 곳이었다. 길은 일단 어느 정도 올라가면 걷기 좋게 잘 만들어진 평탄한 임도이다. 이 길에는 편백나무도 많지만 그래도 임도 양쪽에는 벚나무를 심어 놓아서 벚꽃이 필 무렵에는 더 걷기가 좋을 것 같다.


진해 드림 로드 입구에서 다시 장복산 쪽으로 올라가서 숲길을 가면 도로가 나온다. 이 도로를 따라서 계속 걸어가면 봉암교가 나오면서 옛 마산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마산의 자유 공단 해변길을 끝없이 걸어가면 마산 시내가 보이고 바다 쪽에는 마산항이 눈에 들어온다.


시내 길을 계속 걷다가 보면 시내 중간에 3.15 의거 기념탑이 한 모퉁이에 서 있다. 이 기념탑을 읽어 보니까 이 부근에 파출소가 있었는데, 이 부근에 사는 한 학자가 3.15 의거 당시 여기서 결렬했던 상황과 한시를 당시 경찰이 쏜 총을 맞아 흠집이 있는 돌에 새겨서 세워놓은 탑이라는 것이다.

탑을 지나서 올라가면서 만난 길이 폐쇄된 기찻길로 만들어진 산책로이다. 그 기찻길을 따라서 운동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이 폐쇄된 기찻길은 임항선으로 마산항 부두에서 하물을 실어 나르던 노선이 폐쇄되어 방치되다가 양쪽에 나무를 심고 “임항선 그린웨이” 산책로 조성했다고 한다.

이 기찻길 산책로 걷다가 보니까 신문 미술관이라고 표시가 된 곳을 만난다. 산책로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막 계단을 올라가면 나온다고 하는데, 계단을 올라가다가 힘들어서 다시 내려왔다.

계속 기찻길 산책로를 걸어가면 몽고정 3.15 의거탑이 내려다보이는 곳을 지난다. 3,15기념공원은 다른 곳에 잘 조성되어 있고 여기는 탑만 남았다고 한다.

마산항이 바로 앞에까지 기찻길 산책로는 계속된다. 이 이후에도 기찻길 산책로는 계속 있었지만 해양누리 공원 쪽으로 걸어 갔다. 걷너 가기 전에 마산을 대표하는 시인 “이은상”의 시가 10코스 시작하는 부근에 서 있다.

해양 누리길에서 해양누리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해양누리공원은 폐쇄된 구 마산항에 세워진 공원으로 앞에 있는 섬과 연결하는 다리가 두 개의 기둥으로 잘 만들어져 있다.

시민들이 밤에도 공원에 많이 나오는 것 같고, 특히 밤에 보는 야경도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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