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나절에는 하늘이 흐릿하더니 점심 무렵에는 푸른 하늘이 나왔다.
뭉게구름도 있고 너무 흰 구름이 햇살에 반사되어서 더 희게 보이는 듯했다. 구름 위에 구름도 있고 그 사이로 푸른 하늘은 더 푸르게 보여서 가을 하늘을 보는 것 같다. 그래도 먼 산 위에는 흰 구름이 아니고 짖은 회색 구름도 보였다.
햇살이 좋고 뜨거워서 이불을 밖으로 가져다가 널었다. 강한 여름 햇살에 이불을 뽀송뽀송하게 만들려는 생각이었다. 실내에 있던 건조대를 마당에 옮겨서 넌 것이다. 잘 마를 것 같았다.
며칠 있으면 골프 약속도 있고, 오랜만에 골프연습장에 가려고 준비를 하면서 혹시나 소나기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하늘을 보았다. 비가 안 올 것 같았다. 구름도 흰 구름이 대부분이고 햇볕이 강해서 이불은 걷지 않고 더 말리기로 했다. 이 햇살이면 저녁때쯤은 더 포근할 것 같았다.
멀리 보이는 하늘은 구름이 조금 전보다 더 회색빛이 많이 보이기는 했다. 비는 안 오지만 소나기가 지나갈 것 같은 느낌은 있었다.
그래도 한두 시간 연습을 하고 오니까 그동안에는 소나기가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읍내로 10여 분 차로 달려서 연습장에 도착했다. 연습장도 여름 날씨라 더웠다.
잘되지 않는 골프지만 그래도 열심히 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 보니까 나만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아서 짜증도 나지만 그냥 즐기면서 하면 된다는 말을 믿고 싶었다.
공을 연습하면서 간간이 하늘을 보지만 아직은 푸른빛이 많아서 골프 연습이 끝날 때까지는 괜찮을 것 같았다. 그래도 하늘을 자주 보았다. 한참을 지나니까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구름이 빠르게 검어져 오는 것이 느껴진다. 소나기가 올 것 같은 예감이 스친다.
서둘러서 장비를 챙겨서 타고 온 차로 이동을 했다. 집으로 가서 이불을 걷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이제까지 잘 말린 이불이 비에 젖는다는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급해진다.
골프장을 나와서 큰 도로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회전을 해야 한다. 빨리 진입하려고 했지만 멀리서 덤프트럭 서너 대가 줄을 지어서 오고 있다.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긴 것 같다. 평소에는 그렇게 맹렬하게 달리던 덤프들이 오늘은 유난히 느리게 가는 것 같다. 요즈음 공사만 하는지 대형 덤프나 중기계가 유독 많이 보인다.
큰 도로로 들어서서 한참을 가니까 앞 창문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멀리 보이는 하늘은 어두워 보인다. 한참을 읍내 쪽으로 들어가서 다시 서쪽으로 가야 우리 집 방향이다.
차는 열심히 달리고 빗방울도 많아지고 있었다. 읍내는 소나기가 많이 내리고 있었다. 읍내로 들어가지 않고 중간에서 팔수골 쪽으로 좌회전해서 터널을 지나가야 한다. 터널 쪽으로 방향을 바꾸니까 비가 덜 내리는 것 같다. 소나기구름이 어느 쪽으로 이동하는지 모르지만 아직 우리 집까지는 못 간 것 같다.
터널 입구에 도로 확장 공사를 하는 곳에는 벌써 장비들을 철수하고 정리가 되어있었다. 아마도 비가 내리니까 사전에 정리한 것처럼 보였다. 멀리 터널이 보였다. 터널 입구까지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았다.
터널을 들어서니까 생각은 오직 하나였다. 터널이 지나면 소나기가 내리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터널 위는 높은 산이므로 이 산으로 인한 기압 변화가 있어서 저쪽에는 비가 안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터널을 지났다. 이상하게 비가 오지 않았다. 그래도 잠깐 하늘을 보니까 검은 구름이 많아지고 있는 중이다. 지금 곧 소나가가 산을 넘는 중인 것 같았다. 터널을 지나 한참 가니까 앞에 영업용 택시가 가고 있었다. 평소에 영업용 택시는 그렇게 바쁘게 다니더니 오늘따라 꾸물거리고 있었다. 뒤에서 바짝 붙어서 따라가는데도 비켜주지를 않았다. 영업용 택시 하는 기사분들의 자존심인지 습관인지 양보는 없었다. 물론 뒤에 바짝 붙어서 따라오는 차가 집에 널어놓은 이불을 겉으로 가는 중이라 급하다는 것은 모를 것이다. 택시는 음지마을 삼거리에서 방향이 달라서 다행이었다.
멀리 우리 마을 쪽 하늘을 보았다. 그쪽에는 하늘이 맑은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차는 열심히 달리지만 앞 창문에는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소나기가 우리 집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소나기가 먼저 가는지 내가 먼저 가는지 경쟁하는 모양새이다.
형제바위를 지나면서 앞 창문에 비가 거의 떨어지지 않았다. 소나기보다 내가 더 빨리 가는 것 같았다.
약간 안도하는 하면서 우리 집이 얼마 남지 않은 곳까지 왔다. 그래도 눈은 도로 바닥을 보고 있었다. 아직도 비가 내리지 않은 상태이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앞 유리창에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소나기가 따라온 것이다. 아직은 심하지는 않지만 앞 선발대가 따라온 것이다. 아마도 소나기 주력군은 형제바위 정도 올 것이라 생각되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이불을 걷었다. 벌써 잘 마른 이불에는 한두 방울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이 눈으로 보였다. 걷어서 방 안으로 들이고 나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검은 구름이 오는 것이 보였다. 한참 뒤에는 비가 몰려오는 것이 눈에 보이면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당에는 빗방울이 점점 많아졌다. 한참을 지나니까 비가 엄청 굵어지고 세차게 내렸다. 그렇게 10여 분을 내리 물 붇듯이 내리더니 그치기 시작했다. 마당에는 잠깐 소니기가 왔지만 물이 흥건했다.
방안에 있는 이불을 보았다. 더 뽀송한 느낌이 들었다.
여름 소나기는 황소 등에도 이쪽은 내리고 저쪽은 안 온다는 말이 있듯이 갑자기 지나가면서 같은 지역이지만 지금 소나기가 내리는 줄 모르는 곳도 있을 것이다.
소나기가 지나가고 갑자기 햇살이 비추기 시작했다.
아직은 저녁이 오자면 한참 있었야 하는 늦은 오후 시간이다. 몰려오는 소나기를 피하려고 집으로 돌아온 농부들이 다시 들에 가기 위한 경운기 몰고 가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그래도 무덥던 날씨는 한차례 소나기로 시원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