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숲 개울

by 안종익

어릴 때 마을 앞 개울엔 파리를 끼운 낚시를 넣어서 흐르는 물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수수깡으로 만든 찌가 어김없이 물속을 들어간다. 피라미가 물린 것이다. 피라미도 붉고 큰 수놈이 물린 때에는 대나무 낚싯대가 휘청일 정도였다.

그런 피라미들이 쉴 새 없이 올라오던 곳이 천방은 높아졌고 바닥은 갈대숲으로 변했지만 아직도 그 자리에 흐르고 있다.

그렇게 재미있게 낚시하던 곳이 앞 개울이었다. 지금도 피라미는 그대로 놀고 있다. 그 옛날에 순진하던 피라미들이 예전처럼 낚시를 넣으면 물고 올라올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물고기는 아직도 많이 보인다.


지금도 낚시가 하는 사람을 보았지만 개울 밑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다리 위에서 하니까 별로 잡히지 않는 것 같다. 간혹 통발을 던져 놓은 것을 위에서 내려다보면 물고기는 보이지 않는다. 물고기들도 예전에 순진했던 그 고기가 아니라 세련되거나 약아서 낚시나 통발에 잘 유혹되지 않는 것 같다.

고기를 다른 방법으로 잡을 수도 있지만 주로 반디로 물고기를 잡는다. 물고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다른 도구를 이용해서 잘 잡고 많이 잡는 방법은 법으로 금하고 있다.

오래된 고향집에서 반디를 찾아보니까 구석에 먼지 쌓인 것이 있었다. 바닥에 구멍이 많이 나서 실로 묶고 떨어진 추도 몇 개 수선했다. 양쪽 대나무 대도 손을 잡는 부분에 깨져 있었다. 이것도 깨진 부분을 서로 맞추어서 고무줄로 동여매었다.

이 정도 수리를 하니까 반디 모양을 갖추어졌다.


반디를 들로 앞 개울로 갔다. 그 옛날에는 내려가는 길이 무척 많아서 어린아이도 손쉽게 내려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천방이 높이 쌓아 놓아서 내려가기가 쉽지 않다. 앞 개울에 내려가는 길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 보통 내려갈 일이 없어서 그런 것이다.

천방은 어떻게든지 내려갈 곳을 찾아서 내려가지만, 개울의 양 가장자리는 숲 풀리 너무 무성해서 선 듯 들어 서기가 내키지 않을 정도이다. 숲의 갈대는 어른의 허리에 올 만큼 자라 있었고 그 속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 들어가기가 주저되는 것이다. 서양 갈대와 억센 풀들이 보기에도 깊이를 알 수 없고 그 속에 무엇인가 살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뱀들이 살고 있다. 옛날보다 많이 늘어난 것이 뱀이다. 습하고 풀이 무성한 곳에는 뱀의 최고 서식지이다.


다리 바로 옆 높은 천방을 앞으로 보면서 엉덩이를 뒤로하고 양손에 힘을 주면서 뛰어내리는 방법으로 개울로 내려갔다.

개울에는 그 옛날 맑은 물보다는 청태가 밑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깔려 있었다. 바닥에도 청태가 있지만 고기가 들어 있을 법한 돌에도 온통 청태로 둘러싸여 돌인지 바닥인지 구분이 잘되지 않는다.

석회질이 많은 토양이라서 물에 청태가 많다고 하기도 하고, 비료나 오염물질이 흘러들어 가서 청태가 많다는 말도 하고 있다.

그래도 돌 속에 고기가 들어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개울로 들어갔다. 날쌘 피라미들이 반디를 보더니 그 물것이 자기들을 잡으려는 물건이라는 것을 아는 듯하다. 날쌔게 옆으로 비껴 지나간다. 반디를 펼쳐서 잡으려고 하니까 옆으로 돌아가거나 반디 밑으로 깔아서 지나가니까 반디에 들어오지 않는다. 물속에서 반디를 피라미보다 더 빨리 따라갈 수가 없다.


청태 덮인 돌 앞으로 반디를 대고 한 손으로는 반디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돌을 들어서 넘긴다. 그 속에 들어 있는 고기가 움직이는 방향에 반디가 펼쳐져 있으니까 고기가 도망가다가 반디로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다.

반디를 들었다. 작은 돌고기 두 마리가 반디에 들어 있었다. 첫 수확이다. 이런 식으로 계산한다면 수십 번만 하면 물고기 한 사발은 잡을 것 같다. 다음 돌에 반디를 놓고 또 돌을 들었다. 처음 돌보다 고기가 더 들어 있을 것 같은 돌이다. 고기를 기대하고 들었지만 고기는 없고 청태만 가득 들어 있고, 골부리가 몇 개만 있다. 또다시 돌아다니는 피라미를 쫓아서 반디를 구석으로 몰아간다. 잡힐 것이라 생각지 않았지만 보이는 피라미가 커 보여서 공연히 쫓아간 것이다. 그런데 큰 피라미 두 마리나 잡혀 있었다. 우연히 몰린 피라미가 반디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피라미는 반디에 들어와도 빨리 들지 않으면 돌아서 나간다. 들어오면 나가기 전에 들어야 하므로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조금 지체하면 피라미는 들어왔다가 나갈 정도로 빠르다.

청태가 붙은 작은 돌무더기 앞에 반디를 놓고 이번에 발로 돌들을 움직여서 바닥을 흩틀어 보았다. 작은 돌들 속에 들어있는 고기들이 반디에 들어오기를 바라서였다. 반디를 들었다. 무엇인가 들어 있는 느낌이 있었는데 미꾸라지 같았다. 쌀 미꾸라지였다. 쌀처럼 무늬가 있는 미꾸라지를 쌀 미꾸라지라고 부르는데 표준말은 무엇인지 모르겠다. 반디 작은 구멍으로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쌀 미꾸라지는 돌 속보다는 작은 돌들 사이에 숨어 있는 고기이다. 이번에는 가장자리에 반디를 대고 청태와 숲들을 발로 움직였다. 보이지 않지만 숲에 숨어 있는 물고기가 있으면 잡으려는 것이다. 이번에는 크지 않은 뚝지를 잡았다. 이런 뚝지는 바닥이 청태가 많아서 보이지 않지만 발견만 하면 움직임이 적고 의심 없이 반디에 잘 들어오는 고기이다.


한참을 잡아도 별로 많이 잡지는 못했지만 처음에 생각한 것보다 많이 잡았다. 조금만 더 잡으면 매운탕도 가능할 것 같아서 다리 밑 개울가에서 바로 위에 있는 보 밑으로 이동을 했다.

이 보밑은 위에서 볼 때는 항상 고기들이 많이 있는 것이 보였다. 특히 이곳에는 돌들이 많아서 고기들이 돌 속에 들어 있을 것 같은 곳이다. 일단은 날쌔게 노는 피라미들을 따라서 몇 번 반디로 훌치기를 했다. 간혹 큰 피라미 몇 마리를 잡았다. 여기서는 작은 피라미들이 상당히 잡혔는데 그냥 버리려고 하다가 이것도 버리지 않고 담았다.

이제 이곳에 돌 속에는 제법 큰 고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반디를 대고 돌을 들었다. 물고기들이 반디에는 들어오지 않고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반디를 잘 못 댄 것인지, 아니면 반대 방향으로 반디를 댄 것인지 연이어 빈 반디에 청태만 가득 들어왔다. 간간이 씨알이 굵은 골부리도 들어왔다. 이때부터 골부리도 버리지 않고 담았다. 골부리도 매운탕에 넣으면 국물이 맛이 있다.

돌고기나 붕어가 나올 법도 한데 나오지 않았다. 반디는 대는 사람과 반대편에서 돌을 움직이는 사람이 분업이 되어야 물고기를 효율적으로 반디에 몰아넣을 수가 있는데, 혼자서 하려니까 되지 않았다. 한 손에 반디를 대고 다른 손으로는 돌을 움직이니까 물고기가 앞 쪽으로 도망을 가는 것이다. 바닥에 돌이 생긴 모양에 따라서 반디를 대는 위치가 달라야 하는데 청태가 있어서 돌 모양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저 반디를 댄 쪽으로 물고기가 올 것이라는 기대만 있으니까, 빈 반디가 많았다. 물고기가 도망가는 방향에 반디가 있어야 하는데 그 방향을 잘 못 맞추는 것이다.


요즈음은 물고기 없어서 잘 잡지 않는다. 하천 정비를 위해서 바닥을 정리해 그렇다고 하기도 하고, 물고기 천적이 많아서 없다고도 한다. 천적들이 잡아먹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하천 바닥에 물고기 집이 하천 정비로 변형되거나 없어져서 그럴 가능성이 더 많다.

앞 개울도 작년 여름에 하천 정비를 했다고 하니까 지금은 물고기가 살만할 시기이다. 현재는 청태가 많아서 물고기가 있어도 잘 안 보인다. 청태가 많으니까 물이 더러워 보이고 그러니까 물고기 잡으러 들어가지 않는다. 물고기가 많이 잘 살고 있을 수도 있는 환경이다.

옛날 생각에 반디를 대고 돌만 움직이면 물고기가 들어올 것이라는 상상도 했지만 그렇게 호락하게 물고기는 잡히지 않는다.

더 이상 잡아봐야 몇 마리 더 잡을 수 있겠지만, 청태 바닥이 미끄러워서 넘어질 것 같아서 그만하기로 했다.


다시 올라갈 일이 만만치 않았다. 내려올 때는 양손에 힘주면서 바닥을 보고 뛰어내렸지만, 다시 반대로 올라가기에는 높은 천방이다. 천방도 낮은 곳으로 올라갈 수는 있지만 강풀이 너무 우거져서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겁이 나서 올라갈 수가 없었다. 물고기 잡으러 개울에 내려왔다가 천방을 오르다가 떨어지면 다쳐도 안되고, 풀숲으로 들어가 올라가다가 뱀에게 물리면 그것 또한 낭패이다.

결국은 여러 곳을 시도하다가 처음에 내려온 곳으로 온몸을 이용해서 손으로 천방의 튀어나온 부분을 잡고 턱걸이하듯이 몸을 천방 뚝에 붙이면서 양 팔에 힘을 주어서 올라왔다.

그렇게 쉽게 오리 내리던 개울도 이제는 노인들은 못 내려가는 곳이 되었다. 여름에는 그저 위에서 우거진 풀숲만 바라보는 것이다. 이 무성한 풀숲은 군에서 물을 정화하기 위해서 뿌린 갈대 씨앗으로 지금은 내려가지 못하는 개울을 만든 것이다. 갈대가 개울을 정화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바닥은 청태로 변해있고, 풀숲만 무성하게 개울을 덮고 있다.

갈대숲 속에서 사는 것만 좋은 환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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