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쓰고 가는 경운기

by 안종익

경운기가 지나간다.

햇볕이나 비가 와도 막아 주는 지붕 있는 경운기가 가고 있다.

지붕은 넓적한 우산으로 만들어서 운전하는 사람이나 뒤에 탄 사람이 모두 가릴 수 있다. 오뉴월 땡볕에 경운기는 햇볕에 그대로 노출되어 견디기가 힘들 정도이다. 운전 중에 비가 오면 고스란히 다 맞아야 한다. 지붕은 경운기 수리점에 가서 만들면 되지만 경운기 특성상 지붕을 만들면 기능이 제한된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고 우산으로 하면 번거롭지 않고, 쉽게 비나 햇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인 것이다.


천봉 씨는 젊어서는 교육계에 근무했다. 한창때는 농사일하지 않고 학교에서 잡일을 하는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편하게 지냈다. 그때는 말단이고 심부름하는 직업이어서 큰 인기는 없었지만 그래도 취직하는데 경쟁이 심했다. 힘들게 취직해서 정년을 하고 보니까 연금이 나오는 것이 너무 좋은 것 같다.

고향 부근 학교에 돌아다니다가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몇 년을 그냥 놀다가 지금은 농사를 한다.

농사하면서 수입은 별로이지만 살아보니까 할 일이 있는 것이 지루하지 않고 사는 맛이 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놀아보니까 아침에 일어나 할 일이 없으니까 며칠은 편했는데, 지금까지 매일 일하던 습관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냥 보내기는 아까운 세월이라 생각하니까 무엇을 해야 한다는 마음은 있었으나 하려고 해도 할 것이 마땅치 않았다. 노는 즐거움으로 살아 갈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놀지 못해서 노는 것도 익숙하지 않고 몇 번 시도도 했지만 노는 것이 즐겁지 않았다.

결국은 농사하면서 계절을 쫓아서 바쁘게 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느꼈다. 물론 시작은 힘들지 않을 만큼 조금만 한다는 생각이었으나 하다가 보니까 줄어들지는 않고 조금씩 늘어나는 모양새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경운기를 몰고 해뜨기 전까지 들로 나가 철에 맞는 일을 하다가, 아침 먹으러 경운기로 집에 돌아와서 아침 먹고는 다시 경운기를 타고 일하러 간다. 이때부터 집사람을 경운기 뒤에 태우고 가는 것이다. 점심때까지 일하다가 다시 경운기로 밥 먹으러 오는 것이다. 그리고 더울 때 한참을 쉬다가 오후 늦게 다시 경운기로 일하러 가는 것이다. 그러다가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티브이를 보다가 보면 어느새 잠이 든다. 이렇게 살다 보니까 시간도 잘 가고 지루하거나 외로운 것을 느끼지는 못하고 사는 것이다.

이제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가 없이 이렇게 살다가 가는 것이 정해진 것 같다.


경운기에 집사람을 태우고 집으로 오다가 심한 소나기를 만난 적이 있었다. 경운기는 빨리 가는 농기구가 아니라서 가장 먼 밭에서 집까지 가면서 제대로 소나기를 맞아서 옷을 다 적신 적이 있었다.

그때 생각한 것이 경운기가 우산을 쓰면 될 것 같았다. 큰 우산으로 운전하는 바로 뒤편 적재함에 고무끈으로 묶어 놓아 보았다. 우산이 커서 뒤 적재함에 앉은 사람과 운전석까지 비를 피할 수가 있었다.

설치하고 보니까 비뿐만 아니라 햇볕도 가려 주니까 멋진 착안을 한 것이다.

그때부터 찬봉 씨 경운기에는 우산이 펴진 채로 지붕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까 경운기 모는 어른들은 너 나 없이 우산을 설치하고 다닌다. 이제는 팔십이 넘은 두 어른도 설치했고, 팔십에서 서너 살 적은 두 사람도 설치해서 다닌다. 이 모두가 아직도 부부가 같이 농사하는 사람들이다.

이제는 동네 골목이나 들에서 경운기에 우산을 설치하고 뒤에 집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것은 늘 보는 풍경이 되었다. 이것이 모두가 이 마을에서는 찬봉 씨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금은 경운기 뒤 적재함에 앉을자리는 있지만, 그래도 더 편하게 앉을 수 있게 의자를 구석에 올려서 고무끈으로 적재함에 고정을 시켰다. 집사람이 편하게 앉아서 갈 수 있는 자리를 다시 생각해 낸 것이다. 의자에 약간의 쿠션이 있으니까 편하다고 한다.

이것도 멀지 않아서 어른들이 따라서 설치할 것 같다.


요즈음은 70 중반 밑으로는 경운기를 타고 가지 않고 화물차를 주로 이용하고, 70 중반이 넘는 사람이 주로 경운기를 타고 다닌다. 운전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빠른 차보다 느린 경운기가 안전하고 길이 좋아서 흔들림 없이 주변을 돌아보면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을 지나면서 집집마다 뭐 하는지 볼 수도 있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것도 경운기이다.

들에 자라는 누구 농작물이 잘 자라는지도 경운기로 가면 자세히 볼 수 있고, 동네에서 누가 뭐 하는지를 느리게 가는 경운기에서는 잘 보인다.


동네 앞 개울에서는 며칠째 골부리를 줍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알 수가 없었다.

모자는 할머니들이 쓰는 모자를 쓰고 얼굴을 모두 가린 마스크를 하고 있으니까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를 정도이다. 덩치를 보니까 남자인 것 같은데, 몸을 물속에 담그고 줍고 있으니까 구별이 힘들었다.

다음날도 또 줍고 있었다. 한창 더운 점심때에 들어가서 줍는 것이다. 경운기를 타고 다니면서 이렇게 구분을 못하기도 처음이다. 며칠 뒤에 누구인지 알았다.

오늘도 더운 날이니까 점심 먹으러 오면서 경운기 위에서 개울 밑을 보았다. 열심히 줍고 있었다. 그 사람은 얼마 전에 퇴직해서 돌아온 어린 후배이다.

남들이 좋다는 곳에 일하다가 나왔는데, 아직도 부족한 것이 있는지, 골부리 줍는 일에 정신을 파는 것 같다. 큰 덩치에 골부리를 줍는 것이 어울리지 않지만 무엇인가를 잊으려는 사람처럼 오늘도 물속에서 할머니 모자를 쓰고 골부리를 열심히 줍고 있다. 더러 주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준다는 소리도 들었다.


비가 와도 비를 피할 수 있고, 햇볕이 쨍쨍한 날에도 우산 달린 경운기는 우산 그늘 아래에서 선선한 바람을 느낀다. 들에서 일하다도 소나기가 지나가면 잠시 경운기 밑으로 들어가 피할 수도 있고, 바람 부는 겨울에는 우산을 접어 두거나 분리하면 되니까 편리하다

오늘도 느릿하게 가는 경운기 소리와 다정하게 경운기 타고 가는 노부부들의 풍경이 보기 좋게 보인다.

그렇게 급한 것도 없고 농사일을 절박하게 해야 할 일도 없지만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가을에는 갖가지 수확물을 자식들이 오면 주는 재미도 있으니까 오늘도 우산 쓴 노부부들의 경운기는 들고나가고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갈대숲 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