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종익 Feb 12. 2023

남파랑 길 12일차


장승포에서 시작한 남파랑 길 20코스는 능포항을 지나면서 이곳이 보리새우의 고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오늘이 토요일이라서 아침 일찍부터 능포항 주변에 낚시하는 사람들과 낚시도구를 갖고 낚싯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능포항을 천천히 돌아서 해안가를 계속 걸어갈 것 같았는데 해안 길이 없었다.

길은 산으로 어느 정도 올라가니까 산 위에 걷기 좋은 길을 만들어 놓았다. 이 길은 능포의 조각 공원으로 가는 길이다. 이 길을 올라오기 전까지는 힘이 들었지만, 올라와서 조각 공원까지 걷는 길은 멀리 바다가 보이고 나무들과 어울려서 걷는 길로는 최고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조각 공원은 넓게 산의 지형에 따라서 만들어져 바다를 보면서 조성된 곳으로 구경도 하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시민들이 많이 이용할 것 같다.


조각 공원을 지나서 다시 나온 길을 해안 도로 길인데, 걷는 사람도 많고 산책하기 좋은 길이 몇 킬로 만들어져 있었다. 상당한 시간을 걸었는데 몸에는 땀이 나고, 얼굴이나 손을 시린 것은 아직은 겨울이 간 것이 아니다.

장승포항에 다시 도착해서 항구의 위판장에 경매가 한창 이루어지는 것을 구경하면서 항구를 따라 걷는다.

항구가 끝나는 지점에서 산으로 올라가서 산길을 시작했다. 산길을 올라가서 처음 만난 것이 해안절벽이다. 파도치는 해안절벽의 바위 위에는 벌써 낚시하는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다.


산길을 시작하면서 다음 목적지가 거제대학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아직은 산길을 몇 킬로나 걸어야 하니까 산속을 힘들게 걷는다는 각오로 걸어갔다. 힘든 길이지만 부지런히 걸어갔지만 계속 산속을 헤매는 기분이다. 다시 앱으로 코스나 위치를 확인해 보니까 길을 잘못 온 것 같았다. 오늘은 산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것이다. 산길이라서 그냥 외길로만 생각하고 중간에 갈림길이 있었는데, 그냥 생각 없이 큰길을 선택해서 왔다가 이렇게 된 것 같다.

그래도 거제대학을 힘들게 찾아가서 다시 그곳에서 다시 해안 벽화마을을 찾아서 내려갔다. 잠깐의 방심으로 오늘도 편한 해안의 테크 길로 걷지 못하고 산속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힘들게 걸어왔다.

해안의 벽화마을을 지나면서 해안가 바다 위로 테크 길을 잘 만들어 놓았다. 지금은 바다를 보면서 편안히 걸어가지만 벌써 산속에서 헤매면서 힘을 많이 써 다리가 피곤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테크 길을 지나서 자갈길이 나온다. 길은 멀지 않았지만, 파도가 치는 자갈길은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하면서 걸어갔다. 자갈길이 끝나자 다시 테크 길이 만들어져 있다.


바다 위에서 부근에서 금방 출발한 요트가 넓은 바다로 가고 있다. 아직은 육안으로 요트 위에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요트를 타는 사람, 갯바위에 낚시하는 사람, 나처럼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걷는 사람이 있다.

요트 타는 사람과 걷는 사람을 비교해 보면 어느 쪽을 사람들은 더 하고 싶어 하는지, 쉽게 구별될 것 같다. 그러나 사람의 생각은 제각각이므로 각자 자기가 좋아서 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러나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 비교를 하면, 일반적으로 걷는 것은 개고생이고, 요트는 즐기는 것이 되고, 낚시도 좋아서 하는 것이 되지만, 제 생각대로 사는 것이니까 비교를 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일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하기 싫은 일이 생기니까, 세상일들을 비교하지 말고 개성대로 사는 것이다.

이때쯤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걷고 있다고 말하니까, 이렇게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나의 지금 처지가 너무 감사한 일이 되는 것 같다.


긴 해안 테크 길을 걸어서 멀리 지세포항이 보인다. 지세포 항이 보이는 해안에는 추운 날에도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있다. 물질을 하는 해녀들을 유심히 바라보니까 물속에서 상당한 시간을 머물면서 보이지는 않지만, 건져 올리는 것이 있었다. 바닷물이 찰 것 같은데, 물질을 하는 것이 힘들어 보인다.


멀지 않은 곳에 조선 해양 문화관이 있고, 그 옆에는 대형 거북선 모형을 만들어 놓았다.


지세포항에는 요트들이 정박해 있고 인근 섬으로 가는 여객선 터미널이 있는 곳이다. 이제부터는 다시 지세포항의 해안선을 따라서 길은 만들어져 있다.


와현해수욕장에는 아직 봄은 오지 않았지만, 해변을 걷는 사람이 보인다. 멀리 빨간 목도리를 하고 선글라스를 낀 여인이 홀로 해안 모래밭을 걷는 모습이 무슨 사연을 간직하고 걷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곳에서도 해변가에는 음식점이나 카페가 많이 있지만, 숙소는 보이지 않는다. 걸으면서 가장 큰 고민이 숙소이다. 걸어서 지칠 무렵이 되면 숙소가 있어야 쉴 수 있는데, 그것이 없으면 있는 도시로 이동하는 것이 애로 사항이다.

이곳에 쉴 만한 곳이 있으면 쉴 수도 있지만, 다음에 나오는 구조라 마을이 남파랑 길 21코스의 종점이므로 그곳으로 넘어갔다.


구조라 마을로 가는 길은 해안 길로 잘 만들어 놓았다. 1Km 가까운 거리이지만 산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걸으니까 금방 도착하는 것 같다.

걷는 것을 즐기는 생각으로 걸어야 되지만, 걷다가 보면 식사할 생각, 옛날 생각, 가족 생각 등 생각이 많아서 즐거운 마음이 안 들 때가 많다. 그런 생각은 내려놓고 가볕게 즐겁다는 마음으로 걸어야 한다.


구조라 마을도 유람선 터미널이 있고 꽤 넓은 마을이다. 이곳 부둣가에서 오랜만에 해녀 상이 조각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제주도에는 해안에 해녀 상을 흔하게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이곳에는 지금까지 가장 많이 본 것이 이순신 장군의 유적이나 상징물인 것 같다.

구조라 항에는 다행히 숙소가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남파랑 길 11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