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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Feb 14. 2023

남파랑 길 13일차


구조라에서 해안가를 걸어가면 구조라 해수욕장이 나온다. 폭은 그렇게 넓지 않지만, 길이가 상당히 긴 해수욕장이다.

해수욕장에서 도로로 올라가서 걷다가 다시 해변으로 내려가면 망치 자갈 해변이 나온다.

망치 자갈 해변이 끝나는 지점에 있는 망치 항 방파제에는 아침에 낚시하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이곳은 아침에 물고기가 잘 물리는 곳인 것 같다.

방파제에 가기 전에 가로질러서 망치 마을을 통과해서 올라가면 남파랑 길 22코스가 통과하는 길이다. 망치 마을은 펜션이 많이 들어서 있고 마을은 경사가 심한 곳에 위치해 있다. 경사가 심하니까 집들의 전망이 겹치지 않아서 앞 바다와 섬들을 구경하는데 그만인 마을이다.

망치 마을의 급경사 길을 숨을 몰아쉬면서 올라가면서도 바다의 경관이 좋아서 자주 뒤를 돌아보게 된다.

망치 마을을 뒤로하고, 오르막을 계속 오르면 도로를 만난다. 도로에서 다시 임산도로로 남파랑 길이 만들어져 있다.

이제부터는 거의 등산에 가까운 길을 걸어간다.

이 길에서 마지막 안내하는 곳은 학동 고개이다. 안내판은 학동 고개를 8km 남았다고 안내하고 있는데, 이곳에부터 임산도로는 산속으로 들어가 계속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임산도로가 끝날 때까지 한 사람도 보지 못했고, 도로 양쪽에 고루쇠 나무의 수액을 채취하는 비닐봉지가 많이 보인다.

그런 길을 혼자서 2시간 이상 걸어갔다. 학동 고개에 도착을 해보니까 산속에 특이하게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산길을 걷다가 케이블카를 보이까 어울리지 않으면서 낯선 느낌이다.


학동 고개에서 남파랑 길 23코스가 다시 시작하는 곳이다.

이곳은 처음부터 등산로 입구처럼 보인다.

학동 고개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걷기를 시작했지만, 오르막을 올라가는 길이라 힘이 든다.

오후에 등산을 시작한다는 생각을 하니까 마음도 몸도 무겁다. 가라산 정상을 거쳐서 저구사거리까지 가는 길이다. 가라산까지 5km라고 쓰여있어서 더욱 힘이 빠진다. 등산길 5km는 너무 먼 거리이다. 산 모양을 보니까 계속 올라가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앞에 보이는 산이 가라산은 아마도 여러 산을 넘어야 나올 것이다.

그래도 시작해서 조금 올라가니까 저구사거리 9.2km라는 이정표 밑에 2시간 20분이라는 예상시간을 보고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산을 올라가면서 예상대로 힘이 들었고, 해안의 경관이 아름답다고 안내했는데 해안은 보이지 않고 숲속의 잡목 사이로 힘들게 걷는다. 간간이 바위와 돌이 있는 것이 우리가 사는 주변의 이름 없는 야산을 등산하는 것 같다.


남파랑 길을 이렇게 볼 것 없는 산속으로 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 불만이지만, 벌써 올라가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가는 것이다.

실제로 남파랑 길을 걷기 좋고, 보기 좋은 길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무리이다. 길이 있으니까 걸어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남파랑 길을 “남쪽의 쪽빛 바다와 함께 걷는 길”이라는 목적과 느낌이 있는 길을 만들려고 하지만, 남해안의 각 지방자치단체가 만들어 놓은 길을 연결하거나 연결되지 않은 구간은 새로 만들어서 이어 온 길이다. 그러니 무리하게 산으로 올리고 시내의 유적지로 돌리는 복잡한 코스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니 호불호를 떠나 길을 걷고 싶은 사람은 걸어가는 길인 것이다.


가라산 정상에 올랐다. 너무 힘들게 올라서 내일 걸을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정상에 올라서 해안을 내려다보았다. 미세먼지로 흐릿하지만, 해안선과 멀리 섬들이 보인다. 그래도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이었다면, 힘들게 올라온 것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 것 같았다.

다시 저구 삼거리까지는 내려가는 길이지만, 그 내려가는 길도 두 번이나 오르막이 있었다. 길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내려가는 길도 힘들었다.


저구사거리에까지 내려오니까 바다가 보인다. 저구사거리까지 2시간 20분이라는 안내판은 엉터리였다. 4시간 이상을 걸어서 왔다. 그 안내판은 어떤 면에서는 희망을 주었지만, 그렇게 틀린 안내판이 나중에 힘들어지면 원망이 된다.

저구 마을은 작은 어촌 마을이다. 오늘 남파랑 길 23코스 종점인 저구항에 도착해 보니 조용한 항구이다.

부근에 숙소는 펜션뿐이었다. 민박은 있었지만, 겨울에는 손님이 없어서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현으로 나가서 자고 다음날 들어올까 생각을 했지만, 다리가 너무 아파서 가까운 펜션에 평소보다 돈을 더 주고 쉬기로 했다.

오늘은 온종일 등산을 한 날이다. 다리가 아프도록 8시간 가까이 걸었다. 무리한 것 같은데 내일 걸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이가 벌써 환갑을 넘긴 지가 몇 년이 되었다. 이제는 무리하는 것에 대한 신경도 써야 할 나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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