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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종익 Feb 18. 2023

남파랑 길 18일차

고성읍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시작하는 곳은 부포 삼거리이다. 그곳에 가는 아침 버스가 많지 않아서 조금 일찍 고성 버스터미널로 나갔다. 6시 40분 버스를 놓치면 7시 30분에 있다고 들어서 일찍 나갔다. 버스를 혼자서 타고 분포 사거리에서 내리니,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같이 느껴지는 아침이었다. 약간 어두운 길을 시작해서 논을 지나 산으로 올라간다. 오늘 32코스는 거의 산속을 걷는 길이 대부분이다.

산속으로도 길은 잘 만들어져 있었고 오르막이지만, 걷기가 그렇게 힘들지 않은 길이다. 옆이나 뒤를 보아도 온통 나무와 숲뿐이 길에서 멀리 산 위에 지붕과 조형물이 보인다.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조형물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걸음이 오르막이지만 빨라진다. 가까워지니까 부처님과 사찰인 것 같았다. 부처님의 뒤 모습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서 바라보는 앞쪽이 바다일 것 같다. 높은 산 위에 사찰이 있는 것도 이색적이다. 나중에 도로에 쓰인 안내판에는 보현암과 약사전이라고 알려주었다.


이 안내판에서부터는 임산도로로 남파랑 길이 만들어져 있다.

임산도로를 가는 중에 특이한 것은 소나무가 많이 꺽겨져 있었다. 힘 센 거인이 꺾은 것처럼 날카롭게 부러져 있다. 이것은 아마도 추운 겨울에 솔잎에 눈이 쌓여 무거운 상태에서 영하의 추위로 내려가면, 나무도 얼게 되어 바람이 세게 불면 예리하게 부러진다고 한다.

이곳의 소나무는 해송이 많이 보이고, 노승들이 자연 고사한 것도 많았다. 그리고 잡목이 많아서 어린 소나무는 자라지 못하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 한반도에서 수백 년 이내에 소나무가 사라진다는 말이 생각나게 한다.


이 임산도로를 가면서 멀리 보이는 자란만과 자란도에 아침이 밝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란만은 청정해역의 대명사로 불리는 해안으로 늑도와 여러 섬이 있는 곳이고, 특히 자란도에는 붉은 난초가 많이 자라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진 곳이다.

섬이 있는 바다도 보이지만 다른 곳으로 보면 산들이 겹겹이 쌓인 곳도 보이는 길이다.

산길이 끝나갈 무렵에 학동 저수지가 나온다. 이 학동 저수지를 지나면 고성 학동마을 옛 담장인 학동 돌담길이 나온다. 이 돌담은 수태산에서 채취한 납작돌과 황토를 결합하여 쌓은 것으로 다른 지역에서 볼 수 없는 특징을 갖고 있고, 오랜 세월 유지해 온 돌담으로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된 곳이다.

학동마을을 지나면 하일면이 나오고, 이곳은 임포항으로 남파랑 길 32코스 종점이다.

임포항을 지나서 해안 길을 따라가면, 솔섬이 나오는 해안 길을 계속 걸어간다.


해안 길을 걷다가 도로를 따라서 야간 육지로 들어왔다가 다시 해안으로 걷기를 반복하다가 보면 용암포항과 마을이 나온다. 여기서 해안 고개를 넘어서면 마을 입구를 잘 만들어 놓은 맥전포항이 나온다.

여기서부터 공원 화석지 해변길이 시작된다.

맥전포 해안을 돌아가면 해안의 병풍바위 같은 특이한 절벽과 돌들이 있는 평범하지 않는 해안이 시작된다. 이곳의 바위들을 조금만 자세히 보아도 거의 주상절리의 모양을 하고 있다. 해안 길옆의 동네 뒤의 바위도 거의 그런 모양이다.

바위들이 서 있는 듯한 모양이 많아서 이름도 입암항이 붙여진 곳에서 걸어가면, 멀리 상족암 해변은 수려하게 아름답다. 이 길을 특별히 “해안 누리길”로 붙여서 부르고 있다.

이 해안 길은 해안가에 넓은 바위들이 많이 보이고

넓적한 돌들을 겹쳐서 쌓아 놓은 형태도 있고, 바위들이 기인한 형상을 하고 있는 해안이다.

이런 것을 구경하면서 가다가 더디어 공룡 발자국이 찍힌 해안 바위가 나온다.

이 길에서 공룡 발자국이 찍힌 곳은 두 곳으로 있는데, 돌 위에 자국이 선명하지만 보통 사람의 눈에는 그냥 바위에 약간 들어간 자국이다. 상족암은 암벽이 층을 이룬 모습이 밥상다리처럼 생겨다고 하여 상족암이라 한다.


상족암 위에 고성공룡 박물관이 있고, 상족암 군립 공원이 위치해 있어서 고성군의 광광 명소이다. 상족암을 지나서 내려가는 길은 이곳에 사람들이 많이 다녀간 표시가 남아 있다. 전국의 산악회나 모임에서 다녀갔다는 표시를 길 위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았다.

상족암의 몽돌해변을 지나면 덕명 마을이 나온다. 덕명 마을이 고성 공룡 해안을 구경하기 위해서 관광버스가 머무는 곳이다.


덕명 마을의 마을 길을 따라서 가다가 도로를 만나면 고개를 넘는다. 곧 만나는 곳이 “공룡 이동산”이다. 거대한 공룡 두 마리의 조형물이 서 있는 곳에서 공룡 구경은 끝나는 곳이다.


멀리 보이는 동네가 고성군 하이면이다. 33코스는 고성군 하일면에서 시작해서 고성군 하이면에서 끝나는 코스이다. 하이면에는 하이 법송 탁주가 유명하여 고성군뿐만 아니라 사천시에도 인기가 있다고 한다. 코스는 하이 파출소 앞에서 끝나고 조금만 더 가면 덕호교가 나오는데, 이곳이 사천시와 경계이다. 남파랑 길 고성군 걷기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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