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종익 Feb 19. 2023

남파랑 길 19일차

고성군의 하이면을 지나서 사천시로 넘어왔다. 사천시는 삼천포시와 사천군이 통합되어 만든 시이다. 사천군에서 먼저 만난 곳이 남일대 해수욕장이다.

남일대 해수욕장은 바다와 섬과 주위 경관이 남쪽에서는 가장 빼어난 백사장이라고 최치원 선생이 말한 해수욕장이다. 그런 자리에 지금은 해수욕장 입구에 최치원 선생의 기념비도 만들어져 있다.

해수욕장이 아담하고 한적한 기분이 든다. 해수욕장을 돌아서면 코끼리 바위가 보인다. 이 바위는 코끼리의 코 모양이 분명히 보이고, 이 해안을 돌아서 가면 이 바위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바다와 섬을 배경으로 한 포토존도 만들어져 있다.

삼천포의 해안을 따라서 가면 삼천포 신항이 나오고 여기는 먹자골목과 숙박업소가 밀집되어 있다. 이곳에는 노산 공원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 공원은 삼천포 시인 박재삼을 기리기 위해서 만든 공원이다.

시인 박재삼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4살 이후는 이곳에서 자라면서 이 노산 공원에 올라서 시심을 길렀고, 겨레의 한과 정을 서정적으로 그렸다고 한다.

노산 공원에는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이곳에 많이 나오는 물고기상을 만들어져 있고 그 옆에는 삼천포 아가씨 상이 만들어져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삼천포 아가씨 노래비는 삼천포 대교 밑에 만들어져 있었는데, 그 후에 이곳에 삼천포 아가씨 상을 만든 것이다. “삼천포 아가씨”의 노래가 히트하면서 남쪽의 조그만 항구가 전국으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서 “삼천포 아가씨 상”을 바다를 바라보는 노산 공원 해안에 만들어 놓았다.

삼천포 대교 공원의 “노래비” 옆에는 삼천포 아가씨가 어릴 때 소곱친구와 사랑하면서 평생을 약속했는데, 남자는 징용으로 끌려가면서 삼천포항에서 눈물의 작별을 했었다. 징용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남자를 기다리다가 뱃고동 소리가 들릴 때마다 삼천포항으로 나갔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삼천포 아가씨도 머리에도 서리가 내렸지만, 삼천포에서 약국을 하면서 혼자 늙었다는 실화라고 한다.


노산 공원을 내려오면 삼천포 수산시장이 나온다. 수산시장은 현대화된 곳은 그 길이가 너무 길어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고 주변에 재래식 수산시장도 상당히 많이 장사하고 있다. 이곳은 수산물의 종류도 많고 가격도 싸다고 한다.


수산시장을 지나서 걸어가면 멀리 삼천포 대교가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걸어가면 계속 대교가 보이는 해안 길이다. 이 길에서 만나는 것이 사천 대방진 굴항이다. 굴항은 자주 침범했던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 둑을 쌓아 활처럼 굽은 모양의 굴항을 설치한 것이다.

굴항을 지나서 산 쪽으로 올라가면 각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나온다. 안개가 너무 많아서 산은 오르지만, 전망은 좋지 않다.


힘든 산행에서 내려오면 만나는 해안의 항구는 산분령이다. 이곳에서도 오늘은 날씨가 흐리고 안개가 있어서 바다가 흐릿하고 멀리 있는 섬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산분령에서 삼천포 대교에 이르는 해안 길은 잘 정비되어서 걷기는 편한데, 날씨가 좋으면 한려 해상공원이 잘 보일 것 같은데 날씨가 도와주지 않는다. 사천의 해안 길도 걷다가 보면 경관이 좋은 곳은 모텔과 카페촌이 예외 없이 자리하고 있다. 요즈음은 잠자는 숙박 시설도 밤에 집 나와서 묵어가는 곳도 있지만, 사람이 많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곳에 낮에 묵어가는 곳도 상당히 많은 것 같다.


해안 도로 해안 길 밑에서 자연산 굴을 까는 아주머니들이 보인다. 이분들도 엉덩이에는 앉아서 작업할 수 있는 둥근 방석이 달려 있다.

바닷속에는 죽방렴이 설치되어 있고, 그 앞에는 죽방 멸치를 파는 동네도 있다.


여기서부터 또 삼천포 대교가 보이는 해안 길이 나오고, 대교 공원 해안가에 긴 다리를 설치해 놓았다. 이 다리에서 바라본 낙조가 “실안낙조”이다. 실안낙조는 전국에서 유명한 일몰 명소로 전통적인 죽방렴과 등대, 작은 섬들이 한 폭의 그림과 같은 경관을 연출하는 곳이다. 오늘은 날씨가 흐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삼천포 대교를 배경으로 두 마리 용이 여의주를 놓고 싸우고 있는 상도 있고

대교가 가까워질수록 케이블카가 다니는 것이 보인다. 케이블카는 대교를 위를 초양도까지 만든 것으로 대교 공원의 볼거리와 함께 관광객들의 광관 버스가 많이 대기해 있다.

삼천포 대교 공원에도 거북선이 만들어져 있고, 여기 사천에도 이순신 장군의 유적은 있었다.


삼천포 대교는 남파랑 길 36코스의 시작점이며, 여기서부터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고 안내하고 있다. 이 길은 삼천포 대교를 지나서 초양 대도와 늑도 대교를 지나면서 바다를 밑으로 보면서 걷는 길을 말하는 것이다. 바다를 내려다보는 것도 있지만, 대교 길을 지나면서 멀리 보이는 섬들과 해안선의 아름다운 경관이 더 좋은 길을 만들 것이다. 오늘은 날씨가 좋지 않아서 그런 경관을 기대하지 않고 걸어간다.

삼천포 대교에서 내려다본 바다와 초양도 그리고 케이블카가 볼만한 경관이었다.

이어서 늑도 대교 지나면서 밑으로 보이는 양쪽의 항구도 아름답다.

늑도 대교 위에서 바다에 홀로 다니는 어선이 가는 것이 보기 좋아서 한참을 내려다보면서 그 배가 안 보일 때까지 다리 위에서 바다와 같이 멍 때리는 시간도 가져 본다.


사천 땅은 끝나고 이제 남해로 들어가는 대교 앞에서 동백꽃을 가로수처럼 만든 곳이 이색적이다.

다리를 건너면 남해군 창선면이 나온다. 창선 사람은 서로 단합이 잘되고 고집이 세다고 소문난 고장이다.

창선에서 들어서 대교를 건너서는 곧바로 대교 밑으로 해서 산길로 남파랑 길이 만들어져 있다. 산길을 가다가 만난 곳이 단항이었다. 이곳은 작은 항구이고 농사를 많이 하는 곳인 것 같다. 이곳에서 “남해 창선도 왕후박나무”를 만났다.

이 후박나무는 500년 이상으로 추정되는 나무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이 나무에 전하는 이야기는 늙은 부부가 물고기를 잡았는데, 물고기 배 안에서 씨앗이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 씨앗을 심어서 지금의 후박나무로 자랐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이 후박나무 밑에서 이순신 장군이 쉬어 갔다고 해서 “이순신”나무라고도 부른다. 여기에도 이순신의 이야기는 있었다. 남해안을 걸어오면서 지금까지 이순신에 관련된 곳이 많았다. 제주도 해안은 해녀 관련된 것이 주류였듯이 남해는 이순신 이야기가 주류인 것이다.


다시 산길이 나오고 섬에서 산길을 가는 것이 이해가 잘 안되지만, 그래도 현실은 산길이 많다.

그래도 남해에 들어오면서부터 길 표시는 잘 되어서 한 번도 헤갈리지 않았다. 산으로 가다가 나온 동네가 당황 마을이다. 이곳에서 바다가 잠깐 보이고 다시 산길로 올라간다.

여기서 다시 내려와 삼천포로 빠지려고 버스를 기다린다. 오늘 숙소를 삼천포에 미리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전글 남파랑 길 18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